1970년대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는 ‘청ㆍ맥ㆍ통’이다. 그 속에 시대상과 가치관, 그리고 젊은이들의 풍속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시기에 통기타 가수들이 대거 등장하며 가요계의 마이너리티(minority)였던 젊은 층을 메이저리티(majority)로 부상시키며 대중음악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한다.
‘쎄시봉’에서 ‘청개구리의 집’을 거쳐 ‘쉘부르’로 이어지는 통기타음악의 흐름은 ‘청바지, 생맥주, 통기타’로 무장하고 시대의 변화를 이끌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 이른바 ‘대마초 파동’과 함께 ‘금지곡 시대’를 맞으면서 청년문화는 양쪽에서 동시에 협공을 받았다. 대학가 내에서는 지나친 상업주의로 내몰았고 기성세대는 퇴폐문화로 몰았다.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 술 마시고 노래하며 대마초를 피우는 부도덕한 세태로 비춰진 것.
이러한 기성세대와의 갈등은 체제와 반체제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청년문화의 기수’라 불리던 최인호는 ‘청년문화는 체제와 반체체의 대결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비체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장 젊은, 그리고 인간 내면에 가장 가까운 노래이자 아름다운 노래의 대명사 포크송. ‘7080 붐 & 쎄시봉 열풍’이라는 현상이 그러하듯 새삼 우리 대중음악계에 활력소가 되고 있는 통기타음악. 어느덧 반세기를 맞는 ‘대한민국 통기타음악 50년사 & 방송DJ 50년사 특별전’이 남이섬 노래박물관에서 지난 4월 18일 개막되어 오는 8월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함께 돌아보는 특별전 현장. 그 다섯 번 째.

글 l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저널리스트)

대학가요제 & 1980년대, 프로와 아마추어의 공존시대

이른바 ‘청ㆍ맥ㆍ통의 시대’로 불리며 청년문화의 전성기를 거침없이 질주하던 1970년대, 그러나 ‘긴급조치 9호’에 따른 갖가지 규제와 더불어 연예계를 강타한 이른바 ‘대마초 파동’과 ‘금지곡 사태’를 겪으며 포크 가수들의 지형이 한순간 바뀐다.

대마초가수들의 활동이 대거 규제되던 1970년대 후반, <시인의 마을>의 정태춘과 <아니 벌써>의 삼형제 포크록 그룹 산울림 등의 등장과 때를 같이 해 대학가요제가 시작되며 또 다른 대안으로 청년문화를 이어간다.

1977년 ‘순수, 열정, 창의’라는 슬로건과 함께 출발한 대학가요제를 시작으로 해변가요제(이후 젊은이의 가요제로 변경), 강변가요제, 전국대학가요경연대회 등이 이어지며 이를 통해 많은 노래들과 스타들이 탄생했다.

작사가이자 대중음악평론가 지명길씨는 당시를 이렇게 진단한다. “60년대 말부터 꽃 피우기 시작한 청년문화가 75, 76년도에 가서는 맥이 끊기죠. 그래서 새로운 가요계 질서는 당시까지 언더그라운드라고 여겼던 그룹사운드의 리드 싱어들이 급부상하는데 김훈, 윤수일, 조경수, 조용필, 최병걸, 최헌, 하수영 등이 가요계 전면에 나서죠. 박경애, 윤시내, 이은하, 정종숙, 혜은이 등 여자가수들도 70년대 중반 이후에 뜨는 가수들이에요. 이러한 현상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인 게 역시 방송이죠. MBC가 77년에 ‘대학가요제’로 젊은이들을 다시 불러들이는데 첫 회는 창작가요 뿐 아니라 기성가요를 부를 수 있게 했어요. 이중 대학생들이 만든 창작곡들이 폭발적 인기를 얻게 되니까 78년, 2회부터는 창작 가요만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죠. 계속해서 대학생 가요제는 연포가요제, 해변가요제, 젊은이의 가요제, 강변가요제 등으로 이어지며 대중음악계가 다시 젊은 쪽으로 넘어갑니다. 70년대 초반에 있었던 통기타문화가 ‘학생가요’라는 이름으로 대학가요제에서 다시 시작된 거죠.”

청년문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대학가요제, 이를 통해 <나 어떡해(샌드페블스), <탈춤(활주로)>, <젊은 연인들(서울대트리오 민경식, 정연태, 민병호)>, <돌고 돌아가는 길(노사연)>, <내가(김학래, 임철우)>, <그대생각(이정희)>, <꿈의 대화(이범용, 한명훈)>, <모모(김만준)>, <백팔번뇌(최현군)>, <가시리(이명우)>, <잃어버린 우산(우순실)>, <참새와 허수아비(조정희)>, 달에게(황은미, 문채지)>, 조하문 등이 등장, 가요계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해변가요제(이후 젊은이의 가요제), 강변가요제 등으로 눈을 돌리면 그 숫자는 더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잃어버린 우산>으로 1982년 대학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으며 등장한 싱어송라이터 우순실씨, “대학생들만의 독특한 젊은이들의 감성이 묻어나는 노래가 많았던 것 같아요. 세상의 온갖 고뇌를 짊어진 듯한 젊은이들은 실제로 그러한 것들을 노래로 표현했죠. 대학생들의 음악은 대중성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고 창작의 순수함, 이런 것들에 더 중점을 두지 않았나 생각돼요.”

1979년, 대마초에 연루된 가수들의 규제가 하나둘씩 풀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통기타 음악도 여러 장르와 접목, ‘포크의 다양화’가 펼쳐진다. ‘따로또같이(강인원, 나동민, 이주원, 전인권)’를 비롯해 1980년대 뉴에이지, 크로스오버 등 세계적인 조류에 발맞춰 포크밴드를 표방한 ‘어떤날(이병우, 조동익)’, ‘시인과 촌장(오종수, 하덕규, 함춘호)’ 등도 등장한다.

지명길씨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자. “70년대 중반에 묶였던 대마초 가수들이 70년대 후반부터 풀리기 시작해요. 79년에 마지막으로 풀리는 게 조용필 씨죠. 동시에 <창밖의 여자>가 빅 히트하면서 80년대에 새로운 대중음악 문화가 펼쳐지는데 당시 학생가요를 통기타 류의 일환으로 봤던 게 70년대에 활동을 시작한 전영록 씨가 통기타 류의 곡으로 80년대까지 계속 히트를 해요. 이어 이문세가 나타나죠. 이문세 역시 7,80년대 쉘부르 음악감상실 라이브 출신가수예요. 이종환 씨에 의해서 73년 종로 화신 앞 네거리에서 시작된 쉘부르는 80년대 후반까지 맥을 이어가는데 거기서 배출되는 가수들은 거의 모두 통기타 가수죠.”

통기타 음악도 여러 장르와 접목, ‘포크의 다양화’가 펼쳐진다. 정태춘, 포크록밴드 산울림, 풍선(이정선 이광조 엄인호), ‘따로또같이(강인원, 나동민, 이주원, 전인권)’를 비롯해 뉴에이지, 크로스오버 등 세계적인 조류에 발맞춰 포크밴드를 표방한 ‘어떤날(이병우, 조동익)’, ‘시인과 촌장(오종수, 하덕규, 함춘호)’, 조하문.

7080 시대, 통기타음악의 산실‘쉘부르와 이종환 사단’

‘라디오 DJ의 전설’이자 ‘통기타 가수들의 대부’ 이종환. DJ 겸 프로듀서 겸 방송작가 겸 MC라는 전천후 방송활동과 더불어 통기타가수들의 산실이었던 라이브 카페 ‘쉘부르’를 운영했다. 현재 남이섬 노래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통기타음악 50년사 & 방송DJ 50년사 특별전’을 관통하는 인물로 그의 유품전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특유의 감칠맛 나는 화법으로 ‘밤의 디스크쇼’를 비롯해 ‘별이 빛나는 밤에’, ‘지금은 라디오시대’ 등 무려 50년간 국민들과 함께 했다. ‘언어의 마술사’, ‘생방송의 달인’ 등이 그에게 붙여진 또 다른 별칭이었다.

그의 주변엔 항상 재주꾼들이 몰려들었고 스타를 발굴해내는 안목도 탁월해 1971년,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이장희 하남궁 등에게 취입을 권유, 각각 음반을 발표할 수 있게 길을 터주었고 양희은 김정호 쉐그린 등 많은 가수들이 쉘부르 무대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했다. <고별> <눈이 큰 아이> 등의 노랫말을 직접 쓰기도 했다.

▲ 7080시대. 통기타음악을 이끈 쉘부르 사단과 함께

1973년에 시작된 종로 쉘부르는 지하철 공사로 인해 건물이 폐쇄된 후 1975년, 명동으로 옮기며 역사를 이어갔다. 자체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가수들을 정오부터 밤 10시까지 20분씩 라이브 무대에 세웠다. 이 오디션을 통해 등장, 활동을 시작한 싱어송라이터 최성수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한다.
“초창기 쉘부르의 오디션은 항상 토요일 12시에 시작했죠. 당시에는 불이 13개인가 14개인가 있었는데 한 곡 씩을 부르게 됩니다. 첫 번째 노래를 불러서 녹색불이 6개 이상 들어오면 두 번째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요. 저는 첫 곡부터 불이 10개 가까이 켜졌어요. 10개는 노란 불이에요. 그때부터 불이 하나씩 더 켜질 때마다 돈이 천원, 삼천원, 오천원, 만원, 이만원...씩 늘어나고 불이 다 켜지면 합격입니다. 본인이 원하면 스테이지에 서게 해주고, 3만원 정도의 상금이 나왔어요. 그 돈이면 세고비아 기타 하나를 사고도 친구들과 짜장면까지 먹을 수 있는, 당시로서는 꽤 큰돈이었죠. 심사는 이종환 선생이 하시고 어떤 때는 권태수 선배도 함께 하시고...”

쉘부르 1세대인 권태수, 김만수, 김세화, 김정호, 쉐그린, 어니언스, 전영, 채은옥을 비롯해 이곳을 통해 배출된 가수는 1백 명이 넘는다.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의 남궁옥분 씨도 쉘부르 출신이다.
“쉘부르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효시를 이룬 곳이에요. 저는 70년대 말쯤 처음 쉘부르에 갔는데 당시 70평 남짓한 공간에 토요일만 되면 청소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이종환 선생님이 헤드폰을 끼고 심사하는 앞에서 참가자들이 노래를 한 곡씩 불러요. 불이 10개가 들어오면 그 다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스템이었거든요. 저도 얼떨결에 참가했는데 결국 쉘부르에서 노래하는 가수 중 한 명이 되었죠. 처음엔 잘 몰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쉘부르 출신이라는 사실이 매우 자랑스러워지더군요.”

▲ MBC 라디오 '이종환,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이들 쉘부르 출신 통기타 가수들은 80년대 발라드 시대를 여는 등 가요계 전면으로 부상했다. 쉘부르 1세대들의 뒤를 이어 강승모, 강은철, 남궁옥분, 박강성, 변진섭, 신계행, 윤태규, 이문세, 임지훈, 위일청, 최성수, 하덕규, 한마음 등을 비롯해 MC 허참과 주병진도 쉘부르 출신이다. 90년대 ‘미사리 라이브 카페 붐’을 주도하기도 했던 쉘부르는 현재 전국 30 여개 지역에서 라이브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이종환을 ‘대장’이라는 호칭으로 불렀던 이들은 지난 2011년, 친목모임 ‘쉘부르 연대기’를 결성,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3년 5월에는 ‘쉘부르 40주년 및 이종환 방송 50년 기념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1980년대, 뉴 에이지에서 언더그라운드 까지
                                      
1980년대 뉴에이지, 크로스오버 등 세계적인 조류에 발맞춰 통기타 음악도 여러 장르와 접목, ‘포크의 다양화’가 펼쳐진다. 김수철과 작은 거인, 다섯손가락, 동물원, 여행스케치 등과 함께 포크록그룹 군(群)을 형성했고 또한 70년대의 4인조 혼성 포크그룹 해바라기가 이주호를 주축으로 남성 듀오로 활동을 시작하며 80년대 포크의 맥을 이어간다.

‘해바라기’의 싱어송라이터 이주호의 말을 들어보자. “명동 가톨릭회관 해바라기홀에서 토요일마다 창작곡을 발표하는 토요음악회가 있었죠. 저녁에 촛불 켜놓고 노래하고 그러다가 활동을 시작할 때 콜레트 수녀님이 이름을 ‘해바라기’가 어떠냐고 했죠. 해바라기 음악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인기 같은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활동했기 때문에 해바라기 음악 속에는 순수함이 담겨 있어요. 이정선, 한영애, 김영미씨와 함께 하던 사중창 때는 물론 듀엣으로 다시 활동할 때도 초창기 마음 그대로를 지켜나가려 합니다. 통기타 음악은 때를 아무리 묻히려고 해도 묻혀 지지 않는 것 중 으뜸인 것 같아요. 설령 가끔 때가 묻었어도 한 꺼풀 벗겨내면 언제나 순수함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도 통기타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많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또한 많잖아요.”
이렇듯 이주호를 주축으로 ‘해바라기’가 남성 듀오로 부활했고 조동진을 중심으로 한 언더그라운드가수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 현재 남이섬 노래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통기타음악 50년사 & 방송DJ 50년사 특별전"

“80년대는 방송과 음반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기가 아니었나 하는데요. 제 기억에는 그때부터 포크하는 사람들은 TV에 잘 안 나왔던 것 같아요. 80년대 중반 쯤 돼서 시인과 총장, 하덕규씨라든가 또 김두수씨 이성원씨 같은 포크의 바탕을 둔 아티스트들이 나와서 통기타를 들고 공연도 하고 음반도 내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뭐 조금 더 따져보면 언더그라운드 안에 포크를 했던 사람들이나 또는 들국화처럼 록을 했던 사람들, 모두 한곳에 있었죠. 그 가운데 지점에 조동진 선배 같은 분도 계셨구요. TV를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자기색깔이 분명한 음악인을 보통 언더그라운드라고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이후에는 TV에서도 그런 가수들을 자주 보게 되었지만 초기에는 거의 라이브 중심으로 움직였던 가수를 지칭했죠.” 언더그라운드 용어에 대한 싱어송라이터 백창우의 설명이다.

‘언더그라운드 가수’의 대명사 조동진을 비롯해 정태춘 박은옥, 그리고 길은정, 김민식, 김원중, 배따라기, 백영규, 신형원, 오정선, 채은옥, 하남석, 이택림, 신계행, 한마음을 비롯해 김두수, 백창우, 유지연, 이성원, 한돌 등이 등장, 보다 새로운 통기타 음악을 시도했고 ‘참새를 태운 잠수함’ 출신의 곽성삼 역시 새로운 음악적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6.29 선언’과 함께 월북작가의 노래를 포함한 금지곡들이 대거 해제되었고 때를 같이 해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가 민중가요를 대중화시키며 밀리언셀러 시대를 연다.
순수음악과 결합한 이동원, 박인수의 <향수>가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더하던 80년대 말, LP레코드의 아날로그 음원이 디지털 CD로 교체되는 등의 변화와 더불어 테크노 음악시대가 펼쳐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