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학부모들에게 있어 학교는 ‘폐쇄된 사회’라는 인상이 짙었던 게 사실이다. 자녀를 가진 학부모라면 학교를 쉽게 드나들며 학교와 교육적 관계를 맺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벽은 무척 높기만 했다. 그나마 학부모들이 관여할 수 있는 기회는 부족한 교육재정을 조금 돕는 후원 단체 수준이었다. 교육의 효과적인 수행을 위한 학교와 학부모와의 협동 체제는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다. 때문에 학부모들의 참여 또한 극히 저조했던 것이 현실이다.

▲ 차 회장은 “앞으로 근본적인 변화 없이 똑같은 문제들이 계속 유지되는 답답한 교육현실을 대전지역 학부모들의 열정으로 변화시켜 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교사, 학생, 학부모 등 교육의 3주체는 상호 역동적이고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의 교육 참여는 새 시대에 부응하는 구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학부모 참여의 제도화는 학부모를 단순히 학교의 수동적 이용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학교를 관리하는 ‘공동책임자’로 여기게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학교관’의 전환도 가능하다.

학부모들을 교육현안의 장으로 이끌어 내다
최근 학부모의 교육참여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면서 (사)대전학부모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2년 창립돼 대전교육의 복지, 문화, 정책 등을 아우르며 올바른 교육풍토 조성과 공교육 회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협의회는 대전지역 학부모들이 주축으로 교육주체로서의 학부모 역할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고 있다. 협의회의 차인성 회장은 “교육이 입시위주로 가다 보니 인성교육은 뒤로하고, 학력 줄세우기를 위한 학력신장에 치우친 면이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교육현장 참여는 소수의 학부모들이 학교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기 시작하면서 소위 ‘치맛바람’이라는 것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학교운영위원회등의 활동을 통해 학부모의 역할에 대한 가능성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라면서 “학부모들을 교육현안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협의회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과 영국 등 외국에서는 학부모들의 활동으로 실질적인 교육성과를 거두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2년 설립된 이후 협의회는 학교폭력, 자녀상담, 장학사업 및 학부모연수 등 교육정보의 공유와 학술적 연구를 통해 학부모의 전면적인 참여를 유도했고 대학입학전형료, 교복공동구매, 급식비 문제 등 학부모들의 경제사정과 밀접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교육주체를 차별화된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발견해 낸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 협의회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이 순간의 어려움을 딛고, 건전하고 진취적인 성인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의무가 지역사회와 학부모들에게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결식학생들에 대한 관심을 5년째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150여명의 결식학생들에게 3000여만원 규모의 장학금을 전달했고, 저소득층 및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책가방 800세트 증정, 외부 단체와 연계해 장학금 및 의류협찬 등을 필요한 학생들에게 지원하였으며, 스포츠센터 이용이나 시티투어 등 다양한 문화체험 지원을 통해 문화적 박탈감에 빠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차인성 회장은 “교육의 주체는 교육당국이나 교사가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행사 통해 학부모들의 공감대 형성
지난 세대의 학부모들이 방관자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교육은 학교에 맡겨 놓으면 알아서 해주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일관했지만 오늘날의 학부모들은 자녀와 교육의 발전을 위해 직접 교육의 주체로서 제 역할 찾기에 나서고 있다. 그 선봉에 서 있는 협의회의 활동은 학부모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차 회장은 “올바른 교육풍토를 조성하고, 공교육 회복을 위해 학부모들을 교육현장에 전면적인 참여를 유도했고, 가계사정과 직결되는 문제들에 대한 끊임없는 지적 및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으로 많은 학부모들로부터 참여를 이끌어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협의회는 지난해 11월 3000여명의 학부모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전학부모체육대회’를 비롯, 각종 행사 등을 개최해 대전교육의 발전 및 학부모들의 화합을 이끌어내고 있으며, 올해는 참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를 찾아 ‘참교육스승상’을 수여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참된 스승을 찾아내는 의미 깊은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 차 회장은 “백년대계인 교육이 멀리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라면서 “앞으로 근본적인 변화 없이 똑같은 문제들이 계속 유지되는 답답한 교육현실을 대전지역 학부모들의 열정으로 변화시켜 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라고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