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 조인… 한일 국교 정상화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월 22일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서울과 도쿄에서 각각 열린 상대국 대사관 주최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해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로 열린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 축사에서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올해를 한·일 양국이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는 후세에 대한 우리의 책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2015년 6월 23일>

▲ 한일협정 문서에 비준·서명하는 박정희 대통령(1965.12.17). 왼쪽부터 정일권 총리, 박 대통령, 이동원 외무장관, 김동조 주일 대사.

1965년 12월 18일 오전 10시 36분, 이동원 외무장관과 시나 에쓰사부로 일본 외무장관이 서울 중앙청에서 한일조약 비준서를 교환함으로써 한일 간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험난했던 여정이 마침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회담을 시작한 이래 14년 1개월 28일, 을사조약을 체결한 이래 60년 만이었다. 교섭이 타결될 때까지 한국에는 3개 정권이 들어서고 일본에는 내각이 13번 바뀌었다.
한일 양국 대표가 처음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것은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0월이었다. 그 전에 중국이 공산화되고 한국에선 6?25가 발발하는 등 동아시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미국은 소련과 중국을 겨냥한 반공블록이 절실했다. 그러려면 한일관계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해 한일회담을 중재했다. 그래서 이뤄진 것이 1951년 10월 20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이었다.
그러나 예비회담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인 1952년 1월 18일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의 해안에서 평균 60마일 이내의 자연자원?수산물 등에 대해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는 ‘평화선’을 선포함으로써 한일관계 정상화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1952년 2월 15일 시작된 제1차 본회담에서 한국은 식민지 피점령국 입장에서 ‘한일 간 재산 및 청구권 협정 요청 8개항’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이 뻔뻔하게도 한국 재산의 85%에 달하는 구 일본인 재산에 대한 청구권을 주장하는 ‘역청구권’을 제시하면서 회담은 2개월 만에 결렬되었다.
한국은 일본의 역청구권 주장이 타당하지 않음을 지적하며 1951년 9월 조인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제4조(한국 내에 있는 귀속 재산에 대한 처리를 한일 양국의 회담으로 해결한다)에 대한 해석을 미국에 요청했다. 미국은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그런 가운데 1953년 4월 15일 제2차 본회담이 열렸으나 여전히 역청구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끝났다.
1953년 10월 6일 재개된 제3차 회담에서는 일본 측 수석 대표 구보타 간이치로가 “일본은 조선에서 36년간 철도를 만들고 항만을 건설하는 등 은혜를 베풀었다”고 망발을 일삼아 후속 회담에 대한 기약도 없이 또다시 중단되었다. 예비회담부터 시작된 일본의 고압적 자세가 단적으로 드러난 구보타 망언으로 한일 간의 대립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승만 정권은 평화선을 침범하는 일본 어선을 무조건 나포하도록 지시하고 일본으로부터 들어오는 밀수품을 강력하게 단속하는 등 강경한 대일정책을 구사했다.

교섭 타결될 때까지 한국에는 3개 정권 들어서고 일본에는 내각이 13번 바뀌어
제4차 회담은 일본이 역청구권 요구를 거둬들인 후 1958년 4월 15일 재개되었다. 휴회와 재개를 반복하던 회담은 1960년 4월 사실상 현안이 거의 타결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으나 이번에는 4?19 혁명으로 중단되었다. 1960년 10월 25일 재개된 제5차 회담 역시 이듬해 일어난 5?16 쿠데타로 중단되는 등 곳곳이 암초투성이였다.
그러나 갓 출범한 박정희 정권은 경제개발을 위한 자금이 필요했다. 일본은 한참 달아오른 일본의 ‘신무 경기’를 이어갈 새로운 시장이 필요했다. 미국으로서도 양국의 안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였다. 한일회담의 최대 걸림돌은 여전히 돈이었다. 돈의 성격을 놓고 한국은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 성격의 청구권 자금을 주장했으나 일본은 경제협력 자금임을 고집했다.
1961년 10월 20일 제6차 회담이 재개된 가운데 11월 12일 박정희 의장이 일본에서 이케다 총리를 만나 한일회담 ‘조속 타결’에 합의했다. 그런데도 실무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이 해결사로 나서 1962년 2월 19일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별 성과 없이 돌아왔다. 박정희 의장은 1962년 10월 20일 김종필 중앙정보부장을 또다시 도쿄로 급파해 담판을 짓도록 했다. 김종필은 일본에서 회담을 한 후 10월 23일 미국으로 떠났다가 11월 11일 일본으로 돌아왔다.

학생ㆍ야당 ‘굴욕ㆍ구걸 외교’라며 거세게 반발
김종필은 ‘제2의 이완용’이 될 각오로 협상에 나서 1962년 11월 12일 두 장의 메모지에  ‘김종필?오히라 메모’를 작성했다. 그러나 박정희 의장은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 상업차관 1억 달러 이상’으로 작성된 메모에 청구권이란 문구가 없는 것을 알고 노발대발했다. 김종필은 1964년 3월 23일 5번째로 도쿄를 방문해 오히라 일본 외무장관을 다시 만나 “3월 말까지 어업회담을 종결짓고 4월 초에 외무장관 회담을 열어 모든 현안을 일괄 타결한 다음 4월 말까지 조약 초안을 작성하고 5월 초에 한일협정에 조인한다”는 일정에 합의했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학생과 야당이 ‘제2의 을사조약’, ‘굴욕ㆍ구걸 외교’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3월 24일 시작된 데모는 6월까지 전국적으로 파급되어 급기야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박 대통령이 1964년 6월, 이른바 ‘6?3계엄령’으로 시위대를 진압하면서 6차 회담도 중단되었다.
1964년 12월 3일 7차 회담이 재개되고 1965년 2월 20일 이동원 외무장관과 시나 에쓰사부로 일본 외무장관이 서울에서 요정회담을 벌여 기본조약 가조인에 성공했다. 그리고 1965년 4월 3일 도쿄에서 다시 만나 최종적으로 ‘한일 간의 청구권 문제 해결 및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사항’을 타결지었다. 이 회담에서 김?오히라 메모의 ‘상업차관 1억 달러 이상’의 총액은 3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동원 외무장관, 김동조 주일 대사, 시나 에쓰사부로 일본 외무장관, 다카스키 신이치 수석대표가 13년 8개월을 끌어온 한일회담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1965년 6월 22일 오후 5시였다. 양측이 도쿄에서 조인한 조약 및 협정은 대한민국과 일본 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와 대우에 관한 협정, 어업에 관한 협정,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 등을 포함해 총 33건이었다.
조인식 당일 오전까지도 양국은 독도 영유권 문제로 막판 실랑이를 벌였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외교각서에 기록으로 남겨두자고 했고, 우리 측은 독도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독도의 명칭을 거론하지 않고 ‘분쟁 해결에 관한 교환공문’에 모호하게 기술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명기하려던 일본의 의도는 무산되었다.

협정 결과에 대한 평가 크게 엇갈려
가장 논란이 되었던 ‘평화선’은 한일협정 조인과 함께 폐기되어 한일 어민 간에 희비가 교차했다. 조인식이 치러진 6월 22일 한국에서는 1만여 명의 시위대가 “조인반대”를 외치고 10개 대학 400여 명이 단식농성을 했다. 사정은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수천 명의 전학련 학생이 경찰과 투석전을 벌이고 8,000여 명의 일본 공산당도 항의 시위에 나섰다.
한일협정 결과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박정희 정권이 경제개발 논리에 치우쳐 식민지 지배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어떤 사죄와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졸속적이고 굴욕적으로 협정을 서둘렀다”는 비판에서부터 “청구권이 정치적으로 타결되는 바람에 개인 청구권에 대한 권리 구제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또한 1951년 9월 조인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한국이 전승국 자격으로부터 배제되어 일본의 침략에 대해 교전국으로서 전쟁 배상을 주장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가 미약한 상태에서 우리의 협상력이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고, 일본이 역청구권을 주장하는 등 기고만장해도 어떻게든 경제개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약소국의 불리한 조건 등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주장도 있다.
명칭이 무엇이든 종잣돈을 받아 포항제철 건설 등 한국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은 이 자금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는 데 요긴하게 쓰긴 했지만 상습적인 대일무역 적자에 시달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1965년 8월 14일 우리 국회의 비준동의안 통과에 이어 일본에서는 11월 12일(중의원), 12월 11일(참의원) 비준안이 통과되어 12월 18일 한일 간 국교 정상화가 첫발을 뗐다.

■루퍼트 머독     
‘미디어 제왕’ 루퍼트 머독(84)이 21세기 폭스사의 CEO직에서 물러난다고 CNN 등 미국 언론들이 6월 11일 보도했다. 21세기 폭스는 이날 “머독이 사임을 준비 중에 있다”면서 “그의 막내 아들인 제임스 머독(43) 21세기 폭스 최고운영책임자(COO)가 CEO 자리를 맡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머독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폭스(Fox)뉴스, 영국 선(Sun)·타임스, 호주 오스트레일리아 등 세계 유력 신문·방송사를 소유한 거대 미디어 그룹의 총수이다. 그가 소유·운영해 온 세계 3위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은 2013년 방송·영화 사업을 담당하는 ‘21세기폭스’와 신문·출판 사업을 담당하는 ‘뉴스코프’로 분리됐다. <조선일보 2015년 6월 12일>

루퍼트 머독(1931~ )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는 ‘언론계의 조스’다. 선정성과 권력 유착을 무기로 세계 언론매체를 끊임없이 먹어치우는 사업 확장 방식 때문이다. 머독은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대학생이던 1952년 언론 경영에 뛰어들었다. 영국의 옥스퍼드대 재학 중 종군기자 출신 아버지가 죽어 발행부수 7만 5,000부의 호주 지방지 '애들레이드 뉴스'와 라디오 방송국을 물려받은 것이다.
당시 애들레이드 뉴스는 선두지이던 발행부수 15만부의 ‘애드버타이저’가 “당장 신문을 팔지 않으면 조만간 망할 것”이라며 공공연히 협박성 편지를 보내올 정도로 사세가 약했다. 하지만 머독은 파격적인 방식으로 애드버타이저에 전쟁을 선포했다. 애드버타이저의 인수 제의를 ‘언론 독점 제안’이라는 제목 아래 편지 사진과 함께 실어 이슈화한 것이다. 이 파격적인 보도 후 두 신문 간에는 10년의 전쟁이 벌어졌고 머독은 승리자가 되었다. 

▲ 루퍼트 머독

머독은 1964년 호주 최초의 전국 일간지인 ‘더 오스트레일리안’을 창간하고 1969년 할아버지의 고향인 영국으로 진출해 영국 최대 일요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NoW)’, 점잖으면서 재미와는 거리가 먼 권위지 ‘더 선’을 인수했다. 이후 머독은 ‘더 선’을 황색 타블로이드 신문으로 탈바꿈시켜 상반신을 벗은 모델사진을 싣는 등 선정성을 부각시켰다. 1980년대에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낯 뜨거운 사진을 싣고 불륜을 폭로해 찰스 왕세자 부부를 이혼으로 몰고 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더 선’이었다. 머독이 인수한 신문들은 선정성 기사나 범죄 기사의 비중을 높여 급격하게 발행부수를 늘려나갔다.
1979년 영국 총선거에서 발휘된 머독의 도박은 머독이 1980년대 영국 언론을 장악하는 계기가 되었다. 총선거 당일인 5월 3일, ‘더 선’은 ‘보수당에 투표를’이란 제목의 기사를 1면 톱으로 올렸다. 꼭 이것 때문은 아니지만 선거 결과는 마거릿 대처의 승리로 나타났다. 이를 계기로 대처와 머독의 밀월 시대가 시작되었다.

선정성과 권력 유착을 무기로 세계 언론매체 끊임없이 먹어치워
머독은 1981년 2월, 200년 전통의 최고 권위지 ‘더 타임스’와 ‘선데이 타임스’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영국 국민의 36%를 독자로 만들었다. 일요판 발행부수 1위(NoW), 일간지 1위(더 선), 고급지 1위(더 타임스) 신문이 모두 그의 수중에 들어감으로써 머독은 총리보다 센 발언권을 행사했다.
‘더 선’과 ‘NoW’ 등 황색 타블로이드는 머독이 싫어하는 정치인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거나 인신공격을 일삼았다. ‘더 타임스’나 ‘선데이 타임스’ 등 이른바 정론지도 정제된 여론전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영국 정계가 이런 수모를 당하면서도 타블로이드 신문을 규제하지 못한 이유는 굴종의 대가로 주어지는 달콤한 당선 때문이었다.
호주와 영국에서 성공한 머독은 똑같은 전략을 가지고 미국에 상륙했다. 미국 진출은 1973년 텍사스의 3개 지방지를 한꺼번에 인수하면서 본격화되었다. ‘뉴욕 포스트’(1976), ‘보스턴 헤럴드 아메리칸’(1982), ‘시카고 선 타임스’(1984), ‘월스트리트 저널’(2007) 등까지 장악해 미국 신문업계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신문에 한정되던 머독의 탐욕은 방송과 영화사로 확대되었다. 1985년 5대 메이저영화사인 ‘20세기 폭스’를 사들이고, 1986년 6개 대도시의 TV방송사를 매입했다. 1996년 10월에는 24시간 케이블 뉴스방송인 ‘폭스TV’까지 설립했다. ‘폭스 뉴스’는 자극적인 언어와 애국적이고 맹목적인 논조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어 시청률이 급등했다. 설립 5년 만인 2002년에는 ‘케이블 뉴스의 대명사’로 불리던 CNN까지 추월해 ‘케이블 뉴스의 제왕’ 자리까지 꿰찼다.
머독은 철저한 시장주의자나 극우 보수 성향으로 알려져 있지만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라면 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정치적 지향점도 상황에 따라 달랐다. 대처 시절에는 영국 보수당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였지만 블레어나 브라운 총리 시절에는 노동당을 지지했다. 2009년 미국 대선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런 머독을 향해 “세계 문화를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타락시킨다”, “개인적 이익을 위해 언론을 소유해 나치 독일 시대의 히틀러와 다를 바가 없다”는 등 온갖 비난이 쏟아졌지만 “정보를 가진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거나 “용감한 사람만이 부를 거머쥔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었다.

도청은 머독 제국의 일반적 취재 기법
현재 머독은 세계적 종합 미디어그룹인 ‘뉴스 코퍼레이션’을 기반으로 세계 50여 개국 800여 개에 달하는 미디어 관련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세계 인구의 64%가 뉴스 코퍼레이션에서 제작한 뉴스, 영화, 방송물을 즐기거나 이 회사의 지상파, 케이블 TV, 위성방송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머독의 탐욕에 제동이 걸린 것은 2005년 11월이었다. 영국의 윌리엄 왕자가 무릎을 다쳤을 때 NoW가 이를 보도하자 영국 왕실이 도청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수사를 의뢰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NoW의 왕실 담당 기자와 사설탐정이 이듬해 8월 휴대전화 음성 메지지 도청 혐의로 체포되면서 꼬리가 잡히는 듯 했으나 수사진은 단독 범행일 뿐 조직적 범죄행위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도청 기자가 2007년 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이후에도 도청이 광범하게 이뤄졌다는 폭로가 이어졌지만 경찰은 미온적 태도를 취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2009년 7월 3,000여 명이 피해를 봤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2010년 9월에는 NoW와 더 선에서 연예 기사를 쓰던 호어 기자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두 매체에서는 도청이 일반적 취재 기법이었다”고 폭로해 도청 사실을 뒷받침했다. 그 기자는 훗날 NoW의 편집장 앤디 쿨슨이 도청을 독려하고, 자신도 그에게서 도청 취재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결국 2011년 1월 경찰이 본격 수사를 선언하고, NoW의 편집장을 지낸 뒤 캐머런 총리의 공보책임자로 일하던 앤디 쿨슨이 사임하면서 머독의 언론제국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결국 앤디 쿨슨 등 10여 명이 체포되고, 돈과 정보를 맞거래하며 편의를 봐주던 런던경찰청장 등이 무더기로 사임했다. 호어 기자는 2011년 7월 자살했다. 결국 머독은 2011년 7월 10일, 168년 역사의 NoW를 폐간시켜 도마뱀의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7월 19일 영국 의회의 청문회 증언대에 출석해 의원들의 추궁에 머리를 숙였다.

■미시마 유키오    
소설가 신경숙 씨가 일본 탐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1925∼1970)의 소설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설가 이응준 씨는 16일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란 글을 올리고, 신 씨가 1996년 발표한 단편 ‘전설’이 미시마의 ‘우국(憂國)’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소설 ‘금각사’를 쓴 미시마는 1970년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주장하며 할복자살했다. <동아일보 2015년 6월 17일>

▲ 미시마 유키오

미시마 유키오(1925~1970)는 도쿄에서 태어나 귀족학교로 유명한 가큐슈인(學習院)을 거쳐 1947년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는 등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1948년 대장성 은행국에 들어갔다가 8개월 만에 그만둔 것은 문학에 대한 열정과 미련 때문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의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하고 1949년 장편소설 ‘가면의 고백’을 발표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걸었다. ‘가면의 고백’은 당시에는 드물게 동성애자가 겪는 고통을 묘사한 자전적 작품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발표한 소설들에서도 신체적 문제를 안고 있거나 심리적 갈등으로 주변과 화합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그렸다.
미시마는 이후에도 전후 세대의 허무주의와 이상심리를 탐미적 스타일로 표현한 ‘사랑의 목마름’(1950), ‘금지된 색’(1954), ‘금각사’(1956)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일본 문단에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했다. 그 중에서도 말을 더듬어 열등감에 사로잡힌 청년이 금각사의 미에 매료되어 결국 방화를 결심하기까지의 심리 흐름을 치열하게 묘사한 ‘금각사’는 대표적인 탐미주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국’(1960)을 쓸 무렵부터 급진적 민족주의자로 변한 미시마는 그후의 작품들에서 천황제 파시즘에 대한 낭만적 동경을 그렸다.
애국심과 군국주의에 빠져 있던 그는 일본의 전후 상황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문학 외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 1968년 10월 사병대 ‘다테노카이(楯の會)’의 결성이었다. 강령으로는 반공과 천황제 지지, 폭력 불사를 내세웠고 제복은 드골의 제복을 만든 디자이너에게 맡겼다. 미시마의 직접 면접으로 입회가 허락된 100여 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도쿄대, 와세다대, 게이오대 등 명문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사람들로 구성되었으며 1개월 동안 자위대 체험을 했다.
회원들은 시위대를 미행하거나 노동자로 가장해 간이 숙박소에 잠입하는 등의 군 정보 수집 훈련에도 참가했으며 1968년 10월 국제반전데모 집회 때는 학생시위대에 잠입해 리더를 색출하는 실전훈련 등을 벌였다. 미시마는 1969년 5월 13일 극좌 학생운동단체였던 일본 전공투의 도쿄대 농성장에 혼자 들어가 1000여 명의 학생들과 공개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구심점이 없던 일본 우익의 정신적 지주로 부상
미시마를 유명 인물로 만든 것은 그의 화려한 작품 목록이 아니라 충격적 죽음이었다. 1970년 11월 25일 오전 11시쯤 미시마는 ‘다테노카이’회원 4명을 이끌고 도쿄의 육상자위대 동부방면 총감부에 들어가 총감을 인질로 삼고 건물 밖의 자위대 간부들에게 요구조건을 제시했다.
자위대원을 모두 본관 앞에 집합시키고 일체의 공격이나 방해를 하지 않으면 총감의 신변보장을 약속한다는 그의 요구조건에 따라 곧 1000여명의 자위대원들이 건물 밖에 모였다. 미시마는 일곱 번 다시 태어나도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칠생보국(七生保國)’이 적힌 띠를 이마에 두르고 2층 발코니에서 연병장에 도열한 자위대원을 내려다보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잘 들어라. 지금 일본 혼을 유지하는 사람은 자위대 너희들뿐이다. 일본을 지킨다는 것은 피와 문화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너희들은 사무라이다. 너 자신을 부정하는 헌법을 왜 지키고 있단 말인가. 나를 따를 이는 없는가?” 그러나 미시마에게 돌아온 것은 냉소와 야유뿐이었다. 건물 밖에서는 TV 카메라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으며 생중계했다. 
호응이 없는 것에 낙담한 미시마는 “이제 자위대에 대한 꿈은 사라졌다”며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 뒤 총감실로 돌아갔다. 뒤이어 미시마는 웃통을 모두 벗은 알몸상태에서 기합과 함께 단도로 자신의 배를 갈랐다. 그와 동시에 뒤의 한 청년회원이 군도(軍刀)로 미시마의 목을 쳤고 잘린 목은 카펫 위에 나뒹굴었다. 목을 친 청년도 미시마를 따라 배를 가르자 또 다른 청년이 그 청년의 목을 날렸다. 시간은 12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두 사람의 목을 유해 앞에 가지런히 놓은 세 청년은 총감의 결박을 풀어 자위대원에게 인도하고 곧 경찰에 체포되었다. 할복 후 미시마는 뚜렷한 구심점이 없던 일본 우익의 정신적 지주로 부상했고, 사건은 전후 일본 사회 저변에 흐르던 군국주의를 준동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