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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 논란
박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메가톤급 후폭풍에 휩싸여
2015년 07월 07일 (화) 01:41:25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5월29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가결되었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가 훨씬 넘는 다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대통령이 이의가 있어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하면 재의결에 부쳐지지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가 찬성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장정미 기자 haiyap@

오랫동안 국회 스스로는 물론 학계와 시민사회 모두 정부 시행령이 행정편의를 위해 국회 법률을 무시하는 일이 너무 잦아서 큰일이라고 걱정해 왔다. 이런 연유로 이번에 통과된 법률보다 훨씬 더 강력한 국회법 개정안이 계속 발의되어 왔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주도해 정부에 시행령 개정을 강제하는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 “국회법 개정안 받아들일 수 없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1일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정은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해질 것”이라며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의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게 되면 정부의 정책추진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그리고 우리 경제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가 지난 5월29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큰 만큼 국회가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정부로 이송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상정된 각종 민생법안조차 정치적 사유로 통과되지 않아 경제 살리기의 발목이 잡혀 있다”면서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한 공무원연금 개혁조차 전혀 관련도 없는 각종 사안들과 연계시켜 모든 것에 제동이 걸려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정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국회법 개정안이 노동시장 및 공공기관 개혁, 4대 부문 구조조정, 일자리 창출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국정과제의 추진을 방해하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박 대통령과 뜻을 같이한다는 입장을 밝혀 당 차원에서 국회법 개정안 내용을 변경할 여지를 남겨놓았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우리 당의 뜻이 다를 수가 없다”며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면 충분한 검토의 결과로 말씀하신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 강제력 키우는 개정안은 여권에서 꾸준히 제출
현재 개정된 국회법보다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강제력을 키우는 개정안이 지금의 여권에서 꾸준히 제출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국회의원 시절 공동발의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6월4일 국회에 따르면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17대 국회인 2005년 상임위원회가 대통령령이 법률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이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고 한 국회법 규정(제98조의2)을 ‘통보해야 한다’고 고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임의규정을 강제규정으로 바꾸는 것이다. 또 소관 기관장은 통보받은 내용을 해당 대통령령·총리령·부령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엔 현재 부총리인 황우여 의원, 청와대 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 등이 공동발의자다. 박 대통령은 이에 앞서 15대 국회인 1998년 안상수(安商守) 의원(현 창원시장) 대표발의 국회법 개정안에 동참했다(인천시장을 지낸 동명이인 안상수 의원과 다르다). 이 개정안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배되거나 법률의 위임범위를 일탈한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된 때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2005년과 1998년은 각각 노무현·김대중 대통령 시절이다.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의 대통령령 통제권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한 셈이다.

한나라당의 요구는 ‘국회는 수정을 요구하고, 정부는 이를 처리해야 한다’고 규정한 이번 개정안보다 더 강력한 내용이다. 단 이들 국회법 개정안은 각각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올해 의장의 의견제시 형태로 제안한 국회법 개정방향도 박 대통령 등이 야당 시절 낸 법안과 일맥상통한다. 정 의장은 행정부가 시행령 등을 통해 법의 취지를 벗어난 행정입법을 남발하는 것을 국회 차원에서 통제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회가 행정입법에 ‘개정요구’를 할 수 있게 하고 소관 부처는 이에 대한 처리계획과 결과를 지체 없이 보고하도록 했다. 그 적용대상도 현행 대통령령·총리령·부령 외 규제 관련 고시까지 확대하는 안이다. 정 의장은 2013년 같은 취지로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이 낸 국회법 개정안에 공동발의자이기도 하다. 정 의장은 국회의장 임기 중 무소속이지만 원래는 새누리당 소속이다.

이번에 개정된 국회법은 바로 그 윤영석 의원 법안에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유성엽·민병두·김영록 의원이 각각 제안한 법안 등 5건을 합친 것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 측은 “이번 개정 결과는 국회의장 제시안이나 운영위에서 심사해 온 복수의 개정안보다 후퇴한 것”이라며 “행정부의 집행권을 무력화시켰다는 정부 여당 일각의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한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야당이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성이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6월7일 야당 지도부와의 메르스 관련 4+4 회동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의사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성이 없다고 합의가 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합의는 아니고 의견을 확인했다 정도로 생각하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굉장히 큰 진전”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러 차례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김 대표는 강제성이 없다고 말한 새정연의 인사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의 원만한 처리를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헌법학자에 따르면 한 두 단어만 고치면 위헌 소지를 없앨 수 있다고 들었다”면서 “본회의에서 통과한 법이라도 국회의장이 자구를 수정할 권한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여야 협의를 거쳐 자구를 수정하고 이를 국회의장이 승인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뜻이다. 한편 이날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국회법 개정안에 강제성이 없다는 건) 김 대표의 의견이었고 우리가 공감하거나 하지는 않았다”며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때 당청 간 갈등 고조돼 ‘진실공방’ 양상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당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회법 개정안 통과 전 청와대가 새누리당에 개정안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는 청와대의 주장과 당의 주장이 엇갈려 ‘진실공방’양상으로 번지기도 했다. 청와대는 국회법 개정안 통과 전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조금 미뤄지더라도 국회법 개정안은 안 된다는 의사를 당에 전달했으나 당이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6월3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여야 합의가 이뤄진 지난 5월28일 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당에 “국회법 개정은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고, “설령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국회법 개정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입장을 전달했다. 청와대는 지난 5월28일 여야 원내지도부 간 잠정 합의안이 나온 직후인 오후 7시께 국회법 개정안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이는 안 된다는 의사를 계속 전달했으나, 당이 이를 무시하고 강행 처리했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6월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이야기는 잘못된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의 문제를 지적하긴 했다”면서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로부터 국회법 개정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받긴 했으나, 청와대 측의 주장처럼 개정안 처리 반대 의사를 확실히 전달받진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5월31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 “청와대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처리가 안 되더라도 국회법 개정안 처리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힌 바 있어, 이 문제를 둘러싼 당청 간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당시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이번에도 처리되지 않으면 더 내줘야하고 불리해진다고 생각해 공무원연금 처리를 최우선으로 뒀다. 국회법 개정 위헌 얘기도 일부 제기는 있었지만 대부분이 위헌은 아니라는 의견이어서 처리했다”고 설명했었다. 조 수석은 해당 발언 직후 논란을 의식한 듯 새누리당사에서 다시 기자들과 만나 “그런 뉘앙스가 있었다는 것으로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그만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느낌이었다”고 해명을 한 바 있다.

앞서 청와대는 5월29일 여야가 정부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권한을 갖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 “행정입법 내용을 입법부가 직접 심사하고 변경까지 하게 한 것은 법원의 심사권과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배 소지가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한 뒤, “이런 국회법 개정을 강행한 이유가 공무원연금 개혁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삼권분립에 기초한 입법기구로서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로 송부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면밀하게 검토해 주시길 바란다”며 거듭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와 관련해선 “오랜 진통과 논의 끝에 미흡하지만 공무원연금개혁안이 통과된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민들이 간절히 원했던 청년일자리 창출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정치권이 공무원연금법 협상과정에서 본질에서 벗어나 국민연금을 연계시키더니 법인세 인상,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건의안,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까지 연계시켜 위헌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 개정까지 요구한 것은 국민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와는 동떨어진 것이고 민생을 외면한 것”이라며 “어떤 설명으로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야당을 맹비난했다. 그는 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면서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

새누리당 내부 갈등의 골도 깊어져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한때 새누리당 내부 갈등의 골이 메워질 기미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특히 야당과의 협상에서 ‘법안 시행령 수정 요구권’을 받아준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친박-비박계의 대립이 최고조에 달했다. 6월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비박계 중진들의 유 원내대표 감싸기에 재반격이라도 하듯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비박계 지도부를 향한 날선 공세가 이어졌다.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김무성 대표는 “(메르스로) 위중한 시기에 정략적으로 갈등을 부추기고 도의에 어긋난 말로 서로를 비방하는 건 품격을 떨어뜨리고 불신 자초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 대표의 발언에 문제 제기하면서 “앞으로 당 대표라 하더라도 국회법 개정 얘기한 사람은 당 싸움 일으킨 사람이고, 본인은 아무런 문제없다고 얘기한 사람을 나무라는 식으로 말하지 말길 바란다”고 쏘아 붙였다.

이 같은 서 최고위원의 발언에 김 대표는 “야당에 하는 얘기다. 오해하지 말라”고 해명했으나 당내 계파간 갈등의 현주소를 숨길 순 없었다. 이어 발언에 나선 김태호 최고위원은 다시 한 번 유 원내대표의 퇴진을 요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원내대표는 개인의 자리가 아니다. 무한 책임의 자리”라고 전제하고 “위급한 메르스 사태 속에 당에서 요구하는 당정청 회의를 청와대가 사실상 보이콧했다. 이는 유승민 체제를 신뢰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뜻”이라면서 유 원내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국회법 개정과 메르스 사태를 온 국민과 함께 잘 대응하는 게 최우선이지 (원내대표의) 책임론을 부각해 당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단 유 원내대표의 진퇴보다 국회법 개정안의 당내 의견 통일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이 최고위원은 다만 “정치권은 항상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직접적인 책임 묻는 관례가 있다”며 “만약 책임질 일이 있다면 자연스레 스스로 책임지는 건 정치권에선 다반사다”라며 책임론 자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음을 지적했다. 이 같은 유 원내대표 ‘흔들기’에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는 ‘지키기’를 거듭했다.

비박계 중진 정병국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을 가지고 계파간의 문제이거나 특정 사람을 놓고 문제 제기를 하는 쪽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면서 “유 원내대표를 콕 찍어서 사퇴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향후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친박계의 원내대표 사퇴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김무성 대표는 당청 갈등에 이은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전날 서울대 특강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당원이 후보로 선출했고 그 추운 겨울에 죽을 고생해서 대통령을 만들었다”며 “우리는 한 몸일 수 밖에 없고 이 정권은 박근혜 정권이자 새누리당 정권“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지금 현재 박대통령은 당 총재가 아니며 당의 정신적 지도자”라며 과거처럼 청와대에 끌려 다니는 여당이 아님도 강조했다.

개정 국회법 중재안 일부 수용 후 정부이송
청와대가 위헌 논란을 제기한 개정 국회법의 정부 이송이 미뤄졌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6월15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 중 일부를 수용하면서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됐다. 지난달 29일 새벽 본회의에서 재석 244명 중 211명의 찬성으로 통과된 지 17일 만이다. 이번에도 청와대의 부정적인 기류가 논의 진전에 발목을 잡은 양상이다. 정 의장은 5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한 59개 법안 중 공무원연금법 등 58개만을 결재해 지난 6월11일 정부에 송부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약 20분간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만난 뒤 개정 국회법의 이송을 늦추기로 결정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이 원내대표가 중재안을 놓고 당내 의견을 수렴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앞서 정 의장은 위헌 논란이 불거진 개정 국회법 조항(98조2의 3항,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는 중앙행정기관에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이를 처리해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중 ‘요구’를 ‘요청’으로 바꾸거나, ‘처리해’를 ‘검토하여 처리해’로 변경하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의장실에서는 이 중재안이 원안의 취지와 같다는 여야의 합의가 있으면 번안 의결(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변경하는 절차) 없이 의안정리 과정의 자구수정 만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중재안의 수용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청와대가 중재안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반대파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당 핵심관계자는 “청와대가 어차피 거부할 중재안이라면 우리가 왜 받아야 하느냐, 청와대가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를 해오면 그때 논의해도 충분하다는 반발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9일 청와대가 기자들에게 보낸 ‘중재안을 청와대가 긍정 검토한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앞서 밝힌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은 여전하다’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원내지도부 역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가 국회의장의 노력을 짓밟아버린 데 대해 유감”이라며 “더 이상 청와대의 허락을 받고 하는 입법권 행사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청와대를 겨냥함과 동시에 당내 반대의견을 설득할 의지가 있음을 피력한 것이다. 국회부의장인 이석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청와대가 중재안마저 거부하면 국회와 전쟁하자는 뜻”이라고 압박했다.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여권은 극심한 내홍에 빠질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원내부대표단의 한 의원은 “본회의 재의결에 부칠지 여부를 놓고부터 당내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화학적 분당’ 수준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25일 결국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여야 정치권이 격랑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으로 행정업무마저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특히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해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했는지 의문이 간다”고 정면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이러한 입장을 내놓자 당장 여당인 새누리당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우려했던 당청 갈등이 현실화 됐고, 당내 계파 갈등 역시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 최고위원회 진행 중 거부권 행사 소식을 전해 듣고 긴장감 속에 대책을 논의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며 “특별히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법률 해석적인 문제”라고 일단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거부권 사태로 인한 격랑의 회오리를 피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여야 협상은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여당 원내대표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이날 오후 소집된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국회법 개정안 사태의 중대기로가 될 전망이다. 의원총회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와 거부권이 행사된 국회법을 본회의에 재의할지 등을 놓고 한바탕 격론이 예상된다. 당내 친박(親박근혜)계 의원을 중심으로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까지도 저울질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 원내대표는 일단 거취와 관련한 질문에 “의원총회가 끝나고 나서 말씀드리겠다”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여당내 재선 의원들은 이날 의원총회 전에 긴급 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로 하는 등 당내 그룹별 대책 논의도 분주하게 진행됐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야당의 반발도 거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 일정이 잡힐 때까지 모든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메르스 특별법을 포함해 모든 (국회) 일정을 중단할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메르스 병란, 국회와 국민의 (메르스를) 극복하려는 노력에도 뜨거운 물을 끼얹어 버렸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이건 국회에 대한 선전포고, 본인을 제외한 모든 정치인에 대한 선전포고”라고도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 중재에 힘을 기울였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의 거부권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본회의 재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의장으로서 대단히 안타까운 심경”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이제 국회의장으로서 저는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헌법에 따라 본회의에 부쳐야 한다”며 “국회법 개정안 재의는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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