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일 지방선거가 54.5%라는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종지부를 찍었다. 선거 결과는 예측했던 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서울·경기와 부산·경남지역에서는 보수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었고 그 외 지역은 대부분 민주당이 싹쓸이하는 대립적인 양상을 보였다.

▲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개표 다음날인 6월 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선거사무실에서 “상처뿐인 영광이고 상처뿐인 승리지만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압승하지 못하고 어렵게 신승을 거둔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를 계기로 좀 더 겸허한 마음으로 시민 여러분들의 뜻을 정책과 비전에 반영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빙의 승부 끝에 최종 승리자로 당선
오세훈 서울시장은 “승리의 기쁨을 느낄 여력도 없이 장수들을 모두 잃어버린 대표 장수의 고독감이 먼저 다가왔다”고 이번 6·2지방선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박빙의 승부 끝에 승리했지만 25개 구청장 중 21개 구청장을 야당이 독식했고, 시의회, 구의회도 비슷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승리의 기쁨을 느낄 여력도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강남 3구의 지지가 승리 요인이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우연하게 강남지역의 개표가 늦어졌던 것이 강남에서 표가 쏠려서 당선된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켰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사실은 비강남 지역의 고른 지지에 힘입어 13시간에 걸친 박빙의 접전을 극복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제로 표분석을 해보면 4년 전에 비해 강남 득표율이 8대 2에서 6대 4정도로 대폭 줄었다”며 “대신에 비강남지역 전 지역에 걸쳐 고른 득표율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 시장은 관악(39.3% 득표)을 제외하고 25개 자치구 가운데 24개구에서 40%대 중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구청장이 당선된 5개구(영등포, 용산, 양천, 강동, 중구)에서는 오히려 야당 후보보다 제 득표율이 높았고, 일반적으로 야당의 강세를 보이는 강북지역 8개구(종로, 성동, 광진, 동대문, 중랑, 도봉, 노원, 강서)에서도 한 후보와 2% 미만의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한 오 시장은 민선 4기 ‘디자인서울 프로젝트’에 이어 민선 5기 서울시정을 이끌 중점 사업에 대해 “서울시는 거의 국가 수준에 맞먹는 종합행정이 필요한 도시이고 일자리, 복지, 교육, 디자인 등 어느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굳이 중점을 두고 추진할 정책을 들면 이번에 공약했던 ‘3무(無)학교’를 통한 공교육 정상화 작업과 보육복지정책 강화 사업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교육청에 넘겨주는 예산 외 별도로 4년간 1조원 가량을 투입해 사교육비 없는 학교, 학교폭력 없는 학교, 학습준비물 없는 학교 등 ‘3무학교’ 만들기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며 “4년 전 최초로 교육예산을 확보해 교육문제 해결에 시동을 걸어놓은 상태인 만큼 공교육의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민선 5기는 경청과 소통의 시정이 될 것

▲ 오세훈시장의 업무 복귀후 첫 확대간부회의

오세훈 시장은 당선 직후 민선 5기는 경청과 소통의 시정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오 시장은 ‘어떻게 듣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민심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시스템일까’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그는 “조만간 새로운 시도가 있을 것”이라면서 “많이 듣고 정확히 듣고 이를 시정에 반영하는 행정을 만들어 가겠다”고 피력했다. 한편 여소야대의 시의회와 절대 다수의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과의 마찰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당선된 분들 모두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현실 정치인이기 때문에 시의회가 구성되고 본격적으로 업무가 시작되면 그분들도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면서 “막상 업무를 파악하고 지역민 입장에서 현실을 직시하게 되면 그동안 불필요하고 중요하지 않았던 일들이 눈에 들어오게 되고 자연스럽게 토론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차기 대권도전설에 대해서는 강한 부정을 했다. 그는 “대권 얘기가 나올 때마다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지고 자중하게 된다. 서울시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면서 “전임시장이 대통령이 된 덕분에 서울시장만 되면 대권 예비주자로 보는 선입견이 생긴 것 같은데, 모든 행정을 그런 색안경을 끼고 해석해 버리면 정작 일하는 공무원들이 힘들어진다. (서울시장의) ‘4년 임기 꼭 채우겠다’고 했더니, 그럼 4년 뒤에는 하겠다는 얘기냐고 반문하길래 ‘그건 그때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더니, 이게 계속 반복되면서 오세훈은 대권을 전제로 일을 하는 사람이 돼버렸다.

▲ 2010세계한인회장대회

솔직히 지금은 대권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이제까지 한강르네상스 열심히 해 왔으니까 지금부터는 복지에만 전념하자고 할 수는 없다. 종합행정을 이끌고 시민의 삶의 질을 책임진 서울시장으로서는 어느 한 가지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지난 4년간 서울시 직원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독려하고 에너지를 주고 때론 칭찬하고 잘못했을 땐 질책하고, 모든 업무에 애정을 갖고 올인 해 왔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다짐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