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 ‘나라사랑’
  올해는 나라를 잃었던 국치(國恥) 100주년의 돌밥을 되새기는 해다. 아직 끝나지 않은 6.25전쟁 60주년의 비극을 통한(痛恨)하는 해다. 조국의 민주주의가 벼랑 끝에 섰을 때, 의로운 학생들의 거룩한 분노로 역사를 지킨 4.19혁명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 유영옥 경기대학교 국제대학장

그 어느 때보다 수천년 선조들이 지켜온 이 땅, 선열들이 꽃다운 목숨과 바꾼 이 산하, 아아 내 어머니의 땅(Mother Land)이자 내 아버지의 나라(Father Country)인 대한민국이 한없이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애틋한 시간이다. 더욱이 얼마 전에는 서해 바다에서 우리 해군 용사들이 국토방위의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다 고귀한 희생을 당했다. 그 어떤 언어도 무력하고, 세속을 거부하는 그 어떤 순결한 꽃의 헌화로도 다 치유될 수 없는 민족적 아픔이 우리의 산하에 흐르고 있다.
  이 때야 말로 절로 조국이 무엇이며, 나는 국가에 어떤 존재인가를 심각하게 자문하고 성찰해야 하는 시간이다.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사춘기에 본, 지금도 눈앞에 생생한 전쟁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나는 그 주인공의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돌아가서 “조국은 누구의 것이냐?” 하고 절규하고 싶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며, 아무리 실천해도 충분함이 없는 것이 ‘나라사랑’이요 ‘우국지정(憂國之精)’이다. 끝없는 지병처럼 가슴 앓아야 할 사모곡이며 시름 깊은 애국심이다. 어머니의 훈육처럼 늘 새롭게 심비(心碑)에 새겨야 할 애국애족이다. 우리가 이 지상에서 발견한 영원히 시들지 않은 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라사랑’이란 이름의 꽃이리라.

내가 태어난 나라가 있다는 것의 행복
  “나라를 잃어버리고 타국에서 호의호식하는 것보다 로마에서 거지로 사는 것이 낫다.”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에 나오는 경구다. “국가 없이 사는 사람은 신이거나 짐승이다.” 귀담아 들어야 할 아리스토텔레스의 충고다.
  그런데 지금 우리 주위에는 나라야 어떻게 되든 자신은 대한민국과 아무 상관이 없는 양
정부가 하는 일에 헛소리를 하고 헛 몸짓을 하는 부류들이 너무 많아서 심히 걱정스럽다. 그들도 다 일찍이 이 땅에 태어난 조상들이 계셨기에 오늘의 자기 자신이 있고 대한민국을 조국으로 베개 삼아 두 다리 쭉 뻗치고 하늘 향해 몸 붙여 살면서 남의 집 불구경하듯, 텔레비전 관전하듯 하는 정신 나간 족속들이 있어 이를 어쩌나 싶다. 나라사랑하는 사람은 다 촌스러운 놈들이고 애국심에 목말라 하는 선량한 시민들은 다 웃기는 족속으로 알고 지상의 생지옥 같은 북한을 지상의 낙원인양 예찬하는 부류들은 참으로 잡신들이든지 짐승보다 못한 존재들이다. 아이들 말대로 그렇게 좋으면 낙원으로 이사 가서 살 일이다.
  어버이 없이 어찌 오늘의 우리가 있을 것이며, 조국 없이 어찌 우리가 이 땅에 존재하랴.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거늘 이 엄연한 천륜을 무시한 채 애써 하늘에서 뚝 떨어진 줄 로 착각하는 방만과 미몽에서 어서 깨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하여 꽃보다 아름답고, 목숨보다 귀한 나의 조국 대한민국을 애틋하게 보듬고 가꾸며 부디 자랑스러운 나라 만들어 우리의 후손들에게 잘 물려주는 책임 있는 애비들과 어미들이 되자.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이 국가의 기원은 인간의 본성 가운데 뿌리를 두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가가 가장 큰 인격체임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내 살이고 피며 내 존재 자체이다. 더욱이 민주주의 요체는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데 있지않는가. 인간의 본성에서 출발하는 것이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를 무시하는 것은 곧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다. 애정과 발전이 전제되지 않은 국가매도나 국가비판은 곧 자기매도이며 자기비판인 것이다. 그래서 존 스튜어트 밀은 “국가의 가치는 구성원인 국민 개개인의 가치에 달려 있다”고 했다.
  개개인이 국가에 대해 가치 있게 행동해야 국가도 가치 있어 진다. 우리가 국가에 대해 몰상식하게 굴면 국가도 몰상식해 진다. 국민의 품위의 정도에 따라 국격(國格)이 좌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가 나라를 사랑하지 않으면 미안한 표현이지만 국가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만다. 마치 물을 주지 않고 방구석에 처박아 놓은 화초처럼 되고 만다.
  우리는 우리의 조국인 대한민국에 함께 물을 주어야 한다. 플라톤이 그의 <국가(Politeia)>에서 일찍이 가르쳤듯이 무릇 국가는 국민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국민의 인격적 유기체에 다름 아니다. 이 공동선이 어떻게 나오나? 국민이 함께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며 합심해서 물을 주는데서 나온다. 그래서 플라톤은 국가를 몸에 비유하면서 가령 한 사람이 손가락을 다쳤을 때, 공동 관계(koinonia) 속에서 그 부분의 아픔을 몸 전체가 공동으로 느끼게 되는 이치와 같다고 했다. 성경에서 예수님도 하신 말씀이다.

어떤 꽃을 바칠 것인가?
  그러므로 정말이지 우리 모두 사랑스럽고 소중한 조국 대한민국에 함께 물을 주고 함께 가꾸자.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는 5월이면 사람들은 서로 카네이션을 나눈다. 자녀들은 부모님의 가슴에 감사와 존경의 상징인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린다. 슬프게도 부모님이 이 땅에 계시지 않는 자녀들은 부모의 무덤에 흰 카네이션을 바치거나 자기 가슴에 그것을 달기도 한다. 6월은 국가를 더욱 사무치도록 생각하게 하고 조국 위해 목숨 바친 선열들을 기리는 보훈의 달이다. 6월을 결산해보면 보훈행사가 물결을 이루었다. 이때 우리는 무슨 꽃을 바쳐야 하나? 고인에게는 동서고금에 흰 국화를 바친다지만, 이보다 더 의미 있고 아름다운 꽃은 없을까? 존경과 감사의 카네이션과, 순결과 지조의 국화를 합치고 거기다가 인간의 존재가치를 더한 멋진 꽃은 없을까?
  우리는 고대인들이 국가에 재난이 있을 때 희생의 제물을 신께 드리고 축복된 일이 있을 때는 축제의 예물을 바친 것에서 우리가 이 시대에 조국을 위해 꽃을 바쳐야 한다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그 꽃이 바로 마음의 꽃이며 영원히 시들지 않는 ‘나라사랑’이라는 꽃임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그 꽃은 굳이 돈을 들고 꽃집을 찾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좋은 꽃이다. 꽃밭에서는 발견할 수 없고 그러므로 꽃집에는 더욱 없는 꽃이다. 지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꽃이다.
  그 꽃을 찾을 수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뿐이다. 곧 그대와 나의 마음 밭이다. 계절과 관계없이 피는 꽃이고 사람의 인격과 사랑을 먹고 마시며 자라는 꽃이다. 곧 이웃사랑, 나라사랑 꽃이다. 우리가 나라를 위해 기도할 때 피는 꽃이며 나라를 위해 봉사할 때 향기를 토하는 꽃이다. 거리에 떨어진 휴지 하나라도 알뜰히 주울 때 웃은 꽃이며 조국을 위해 영웅답게 전사한 용사들을 위해서는 통곡하는 꽃이다.
  지금은 나라 사랑을 위해 마음의 문을 열 때다. 너와 나의 마음의 문이 서로를 향해 열리고 조국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그 속에 있는 나라 사랑의 꽃향기를 마음껏 발산할 때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