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포크송, 싱어송라이터 시대를 열다

▲ 싱어송 라이터 시대

우리나라에서 통기타 붐이 일기 시작하던 무렵에 ‘싱어롱 Y’가 있었다. 1965년 들어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이 ‘다함께 노래 부르기’ 캠페인은 레크리에이션(Recreation) 문화를 탄생시키며 ‘너도나도 기타 배우기 붐’으로 이어졌다.
통기타 붐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포크송 시대’가 열린다.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트윈폴리오’가 결성된 것이 그 출발지점이다. 이후 통기타음악은 ‘청년문화’의 주역으로 떠오르며 70년대 포크송 시대를 주도했다. 당시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음악감상실은 ‘청년문화’가 탄생하는 진원지이자 통기타 가수들의 못자리였다.
꿈과 낭만, 희망과 자유를 노래했던 통기타음악은 광복 전후 태어나 우리말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들에 의해 1960년대 말부터 꽃피기 시작했다. ‘청년문화’는 대중음악계 뿐 아니라 문학, 영화, 미술계 등 문화계 전반에 걸쳐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중심점이기도 했다. 세대 간 경계를 가르며 대중음악사의 새로운 흐름을 이끈 이 통기타 군단은 ‘가객’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며 싱어송라이터 시대를 열었다.
‘쎄시봉’에서 ‘청개구리의 집’을 거쳐 ‘쉘부르’로 이어지는 통기타음악의 흐름은 ‘청바지, 생맥주, 통기타’로 무장하고 시대의 변화를 이끌었다. 가장 젊은, 그리고 인간 내면에 가장 가까운 노래이자 아름다운 노래의 대명사 포크송, 그 통기타음악.
세계적으로 음악 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크로스오버가 확산되고 있다. 통기타음악이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되는가 하면 기존의 틀과 형식을 깬 '인디씬'이 그 자유로움과 실험성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7080 붐 & 쎄시봉 열풍’이라는 현상이 그러하듯 대중음악의 또 다른 원동력으로, 중년문화의 새로운 장으로 새삼 우리 대중음악계에 활력소가 되고 있는 대한민국 통기타음악. 어느덧 반세기를 맞는 ‘대한민국 통기타음악 50년사 & 방송DJ 50년사 특별전’이 남이섬 노래박물관에서 4월 18일 개막되어 오는 8월 31일까지 열린다. 함께 돌아보는 특별전 현장. 그 세 번 째.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 저널리스트)

젊은이들의 문화공간‘청개구리의 집’에서 <아침이슬> 탄생하다     

▲ 젊은이들의 문화공간‘청개구리의 집’에서 <아침이슬> 탄생하다

60년대 젊은이들의 명소 ‘쎄시봉’이 문을 닫으면서 이곳의 무리들이 대거 몰려간 곳이 명동의 YWCA ‘청개구리의 집’이다. ‘청개구리의 집’이 문을 연 것은 1970년 6월29일.
젊은이들의 문화공간으로 시작된 이곳에서는 매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음악과 춤, 연극, 영화, ‘만나고 싶었습니다’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모두 2백여 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에 입장료는 90원. 월요일에는 김유생의 해설로 각 나라의 포크송을 감상하는 시간, 화요일은 연극무대를 꾸미는 ‘살롱 드라마’, 수요일에는 아베크리(이백천)가 진행하는 팝송 해설 감상회, 최경식의 ‘뮤직코너(금)’, 토요일은 무용가 주리의 지도로 세계 민속음악을 배우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개관 당시 진행을 맡았던 음악평론가 이백천(당시 동양TV PD)씨는 ‘청개구리의 집’ 에 대해 이렇게 회고한다.
“‘청개구리의 집’은 당시 YWCA가 젊은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해서 휴게실로 쓰던 장소를 개조해 만들었죠. 청개구리란 이름은 젊은이들의 또 다른 별칭, 자유분방하고 말 안 듣는 청개구리죠. 쎄시봉처럼 팝 위주의 음악감상실이 아니라 누구나 통기타를 직접 가지고 와서 자유롭게 노래하곤 했는데 이때 젊은이들이 본인들이 직접 만든 창작곡을 만들어 부르기 시작했어요.”

처음 1백 10명의 젊은이들로 출발했으나 개관1주년 무렵엔 그 숫자가 1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휴게실을 개조한 이곳 ‘청개구리의 집’을 통해 많은 통기타가수들이 탄생한다. 김민기와 김영세 듀오로 구성된 ‘도비두(’도깨비 두 마리’라는 뜻), 방의경, 양희은, 이동원, 이주원 등이 그들.

▲ 청개구리집 개관

‘청개구리의 집’에서 노래 활동을 시작한 이들은 그 무렵 활동을 시작했던 통기타 가수 김세환, 뚜아에무아, 라나에로스포, 은희, 서유석, 쉐그린, 사월과오월, 투코리언즈 등과 더불어 포크 1세대군(群)에 합류한다.

이듬해인 71년, ‘청개구리의 집 개관1주년 기념’으로 찍은 단체사진 속엔 포크송의 전성기를 이끈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띈다. 김민기, 임문일, 김진성, 김영세, 이동원, 이주원, 박인희, 최경식, 김유생, 이백천, 양희은 등.

당시 김진성 기독교방송국 PD의 말을 들어보자.
“YWCA 측으로부터 ‘청개구리의 집 행사’를 프로그램에 담아 방송하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어요. 해서 공개방송용으로 녹음하러 갔는데 ‘도비두(김민기, 김영세)’라는 듀엣이 나와서 피터 폴 앤 메리의 <Weep For Jamie>를 부르더군요. 노래를 매우 잘 하기에 한국 노래는 없느냐고 물었더니 다음날 방송국에 찾아왔어요. 그래서 처음 부른 노래가 <친구>예요. 김민기의 기타 반주로 녹음테이프를 직접 만들어서 방송했지요. 방송이 나가자마자 신청엽서가 엄청나게 오는 거예요. 그래서 다음날 새로운 노래를 녹음해 방송했지요. 그 노래가 <아침이슬>입니다.”

젊은 가수들의 무대이자 못자리가 되어준 청개구리의 집, 즉 YWCA는 그밖에도 젊은이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활동을 펼쳤다. ‘미스Y틴 선발대회’를 비롯해 매달 ‘무전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민들을 초대했다. 각국 대사관 주최로 영화, 민속춤, 민속노래 등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로 ‘미국의 밤’, ‘중국의 밤’, ‘스칸디나비아의 밤’ 등, 고유의 과자류의 음식을 차려낸 ‘무전여행’은 미국, 스칸디나비아 3국, 스위스, 독일, 영국, 중국, 호주 등으로 계속되며 매달 6백여 명의 시민과 젊은이들을 초대, 무전여행을 즐겼다. ‘청개구리의 집’은 이후 ‘Y틴’ 활동으로 이어졌다.
 
이 ‘청개구리의 집’ 무대를 통해 등장한 김민기, 방의경, 양희은, 해바라기 등과 더불어 대한민국 통기타음악은 싱어송라이터 시대를 향해 발돋움하고 있었다.

1970년대 포크송, 싱어송라이터 시대를 열다

▲ 김세환 윤형주

1970년대 들어 통기타 가수들은 점차 번안곡 위주에서 창작곡으로 전환, ‘자기 이야기를 노래에 담아 직접 반주하고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singer song-writer) 시대를 연다.

1970년대 들어 음반이 나오기도 전에 대학가에서 불려진 노래가 <사랑해(오경운 작사, 작곡)>와 <이었기에(김정신 작사, 작곡)>다.

'이 노래 코드로 기타 배우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코드 몇 개만 알면 쉽게 반주가 가능했다. <이었기에>는 이후 양희은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제목을 바꿔 취입했다. ‘C-Am-Dm-G7’으로 이어지는 코드가 쉬워서 미국에서는 ‘아이스크림 코드’라고 한다. 살살 녹으니까.

“대부분의 통기타 가수들이 팝송을 번안해 부르던 60년대 말, 우리도 남의 노래만 부를 게 아니라 직접 노래를 만들어 부르자고 해서 창작을 시도했어요. <그대는 가고>라는 노래를 차중락씨에게 취입시켰고 이어 뚜아에무아로 활동하면서 <약속>, <그리운 사람끼리> 등을 발표했지요.” -뚜아에무아의  이필원씨의 말이다.

▲ 해바라기

그렇듯 70년대로 접어들면서 포크송 가수들은 싱어송라이터 시대를 연다. <약속>의 박인희, 이필원, <아름다운 사람>의 서유석, <창밖에는 비오고요>의 송창식, <라라라>의 윤형주, <아침이슬>의 김민기, <벽오동 심은 뜻은>의 김도향, <그건 너>의 이장희, <바람과 나>의 한대수, <불나무>의 방의경, <화>의 백순진, <새색씨 시집가네>의 이연실 등이 포크 싱어송라이터 1세대들.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이들은 젊은 층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흉내의 대상’이었다.

<벽오동 심은 뜻은>을 통해 통기타에 우리 국악을 접목한 포크록으로 주목을 받았던 투코리안즈의 김도향씨. “대학 다닐 때 사극을 한 적이 있어요. 그걸 잊고 지내다가 노래를 만들려 했을 때 갑자기 당시 분위기와 황진이의 시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1절을 쓰고 2절은 그걸 풀어서 쉽게 한 번 더해서 만든 노래였지요. 처음엔 사실 우리 가락이다, 민요다, 국악을 접목하겠다... 이런 생각은 없이 한 거였죠.”

<행복의 나라로>, <물 좀 주소>의 한대수 역시 파격적인 시도와 실험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1969년 드라마센터에서 공연을 했어요. 향을 피우기도 하고 핑크플로이드 음악의 분위기를 효과음으로 사용했죠, 시계소리, 기차소리 등 특수효과음과 함께 톱을 악기로도 사용했어요. 저 혼자 기타치고 하모니카 불고 두 시간 동안 공연했습니다.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었던 공연이었다고 하더군요. 그때 고등학생이었던 이정선씨가 공연을 보러 와서 깜짝 놀랐다더군요. 이후 본인이 음악할 때 자극이 되었노라는 말을 나중에 들었어요.”

새로운 시도와 실험성을 갖춘 이러한 통기타 가수들의 싱어송라이터의 계보는 계속해서 <섬소년>의 이정선, <역>의 양병집, <편지>의 어니언스, <이름 모를 소녀>의 김정호, <잊지 않으리>의 하남석, <슬픈 계절에 만나요>의 백영규, <시인의 마을>의 정태춘, <모두가 사랑이에요>의 이주호 등으로 이어진다. 여류 싱어송라이터가 대거 등장한 것도 눈에 띈다.

시인과 포크송 가수들의 만남 ‘맷돌’과
순수대학생들의 창작곡 음반 ‘아름다운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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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기

세노야>의 여류 싱어송라이터 김광희씨에게 노래가 탄생된 배경을 들어보았다.
“1970년에 기독교 방송에 ‘꿈과 음악 사이’라는 음악 프로가 있었어요. 프로그램 중간에 고은 선생님이 직접 수필 한 편씩을 직접 낭독하셨는데 방송국에서 배경음악으로 고은 선생님 시로 된 노래를 만들자고 제안, 김민기 씨에게 시 2편을 주었어요. 그중 <가을 편지>는 김민기 씨가 만들었고 <세노야>는 김민기 씨가 제게 줘서 제가 만들게 됐죠. 노래를 갖다 준 그날부터 노래가 방송돼야 되는데 아무도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래서 다른 분들이 연습할 동안에만 제가 불러 일시적으로 사용하게 된 거죠. 처음에는 김민기 씨 기타반주로 제 목소리가 나갔고 이후 최양숙, 도비두 등이 그 다음에 부르게 된 거죠.”

방송 프로그램 뿐 아니라 서울신문사 주최 ‘맷돌’ 공연 또한 아름다운 노래 만들기 붐을 가속화시켰다. 시인들이 노랫말을 쓰고 젊은 싱어송라이터들이 곡을 만들어 공연을 통해 발표하고 실황을 음반으로 제작했다. 이를 통해 <딩동댕 지난여름>, <빈 자리> 등이 탄생한다.
또한 순수 아마추어 대학생들끼리 모여 <아름다운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를> 음반을 제작, 주목을 받았다. 1972년에 제작된 이 음반에는 김광희, 김태곤, 김현숙, 박두호, 방의경, 서활 등이 참여, 직접 만든 창작곡 <나는 돌아가리라>, <불나무>, <아야 우지마라>, <들국화>, <하루 이틀 사흘> 등이 발표되었다. 이 음반 수록곡 대부분이 이후 여러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이정선

“각 대학마다 아마추어 싱어송라이터들이 있었어요. 제가 참여하게 된 것은 이화여대에 다니던 방의경 씨의 권유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비매품 한정판 음반으로 만들어 방송국에만 전해주고 나머지는 저희가 나눠 가졌었어요.” 당시 서울대 음대 재학 중이던 김광희 씨의 말이다.

이렇듯 젊은 가수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창작곡에 대한 시도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었다. 당시 대중들에겐 낯설지만 새로운 젊은이들만의 용어, 구어체 사용 등의 시도는 한때 언어 파괴이자 훼손이라며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순수하고 서정적인 노랫말과 멜로디는 오래도록 사랑 받으며 다시금 ‘7080붐’을 지피고 있다.

1974년 MBC 10대가수왕 상을 받은 송창식씨에게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통기타 가수들이 70년대를 대표한다고 말을 하는데 실제로는 70년대를 대표하진 않았어요. 왜냐하면 트로트 계에 남진, 나훈아씨도 있었고, 그룹사운드 등 다양한 음악이 있었지요. 단지 통기타 가지고 노래하는 우리들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이겠죠. 어쨌든 지금의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음악을 하는 데에 조금은 밑거름이 됐을 거예요.”

1970년대 포크송 시대, 대중음악 지도를 바꾸다

포크송(Folksong)은 ‘민요’에 해당하는 말이나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포크송’은 이른바 모던 포크 송, 컨템퍼러리 포크를 가리킨다. 또한 포크는 트래디셔널송(Traditional song), 셀틱 포크송(Celtic folk song), 모던 포크송(Modern folk song), 프로테스트송(Protest song), 포크록(Folk rock)으로 나뉜다.

▲ 송창식

“70년대에 넘어오면서 외국 곡을 주로 하던 사람들이 70년대 중반 가면서부터는 자기가 만든 노래들을 자기들이 해요. 일명 싱어송라이터 시대가 되는 거죠. 뚜아에무아라든가 김정호, 사월과오월, 이정선 등에 의해서 좋은 곡들이 잇달아 발표되죠. 아마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상 젊은이들이 제일 전면에 나서고 그 트랜드를 이끄는 시대가 70년대였습니다. 젊은이들이 그 주인공이었죠.” -작사가 겸 대중음악평론가 지명길씨의 말이다.

1970년대를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는 ‘청ㆍ맥ㆍ통’이다. 이속에 시대상과 가치관, 그리고 젊은이들의 풍속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통기타와 청바지는 필연적으로 잘 어울렸다. 아무데나 걸터앉아 삼삼오오 기타 치며 노래했고 이들 곁에 생맥주과 ‘생음악 살롱(라이브 카페)’이 함께 했다. 장발머리에 기타를 둘러맨 모습이 당시 젊은이들을 대표적인 캐릭터다. 이 시기에 통기타 가수들과 그룹사운드가 대거 등장하며 가요계의 마이너리티(minority)였던 젊은 층을 메이저리티(majority)로 부상시키며 대중음악의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