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삶에 있어 위안을 삼을 것은 예술밖에 없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시절에도 예술의 가치는 여전히 지속되며 바깥으로만 향하던 에너지를 오히려 안으로 돌리고 사람의 내면을 채워 준다.

윤담 기자 hyd@

무릇 예술가의 존재의의는 자기만의 예술 장르를 수단으로 창조적 조형세계를 열어가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가는 것이며, 유(有)에서 무(無)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독창적인 작품 세계 구축한 동양화의 대가
설파 안창수 화백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안창수 화백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동양화 기법을 섭렵한 후 자신만의 독창적인 동양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다. 일본전국수묵화 미술협회 회원, 국제중국서법국화가협회 이사, 한국서가협회 양산지부장 등을 역임하고 있는 안 화백은 2009년 서울 인사동 서울미술관의 첫 회의 화조화전을 시작으로 부산광복동 BS부산은행갤러리전, 서울인사동 갤러리신상 초대전, 경남교육청 초대전, 춘천KBS닭그림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초청 호랑이 전시회 등 20여 회의 개인전을 비롯해 일본, 미국 등 단체전시전에 참가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화조화, 동물화, 산수화 등을 소재로 매화, 등나무, 포도, 목련, 독수리, 학, 호랑이, 코스모스, 해바라기, 진달래 등을 소재로 하는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운필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화려한 채색과 현대미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 안창수 화백

안창수 화백이 작업의 주류로 삼고 있는 화조화는 본래 특정한 의미를 지닌 장식화로서 존재했지만 안 화백은 이에 보다 조형적인 해석과 표현을 더하여 개별화하는 것은 물론, 농담의 변화가 풍부하고 색채의 화려함이 강조되어 나타나는 작업의 양태들은 전통적인 운필과 색채 운용 방법에 더해 서구적인 조형 방법까지 차용하고 있다. 안창수 화백은 작품 소재 중에서도 호랑이를 특히 좋아하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서도 유독 호랑이가 많이 등장한다. 그가 호랑이 그림으로만 개최한 개인전도 여러 차례에 달할 정도다. 2012년 일본 최대 수묵화 공모전 입상작도 ‘용호도’(龍虎圖)였다. 지난 2018년에는 한반도에서 종적을 감춘 호랑이 종 보존 필요성을 알리고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백두대간, 호랑이를 그리다>라는 초대전을 열고, 작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설파 안창수 화백은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친숙한 동물, 불행을 물리치고 행운을 부르는 영물, 그래서 우리 민족에겐 호랑이가 무섭고 사나운 동물이 아닌 친숙한 동물이다”고 밝힌 바 있다.

높은 성과는 깊은 집념과 노력의 소산
사실 안창수 화백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그의 뛰어난 예술성 때문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어린 나이에 정규 미술교육을 받으며 성장을 하는 반면, 안 화백은 환갑의 나이에 미술계에 입문한 늦깎이 작가임에도 무서운 속도로 재능의 꽃을 피우며 국내외 화단에서 당당히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정년퇴직 후 뒤늦게 그림에 입문한 그는 만 60세의 나이에 본격적으로 그림을 배우고자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항저우미술대에서 붓을 쥐었던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뒤로 젖혀지지 않을 정도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며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살랐던 그는 중국 유학길에 오른 지 6개월 만에 호모배 전국서화대전 입선을 수상했다. 그렇게 중국 유학을 하던 시절 2년 동안 잠자는 시간 외 모든 시간에 그리고 또 그렸던 안 화백은 임백년배 전국서화대전 1등상, 중화배 전국서화예술대전 금상을 수상하며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귀국 후 다시 일본 유학을 선택했을 당시에는 비용이 없어서 노후 준비용 부동산을 처분하기도 했다. 안 화백은 “높은 성과는 깊은 집념과 노력의 소산이다”면서 “재능과 스승은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지만 본인이 노력해야 두각을 나타내는 경지에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화미술대전 입선을 시작으로 전일전에서 예술상, 장출판상 준대상 수상, 전일본수묵화수작전 갤러리수작상, 남일본신문사상, 일본전국수묵화미술협회가 학습용 교재로 발간한 룡화집인 ‘新 龍(신 용)을 그리다’의 작가 선정, 제46회 일본수묵화수작전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외무대신상’에 이어 ‘제49회 전일본수묵화수작전’에서 ‘투계도’를 출품해 국제문화교류상을 수상하며 뛰어난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최근 안창수 화백의 활동은 단순히 미술 장르에만 머물지 않는다. 본업인 그림 외에도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에 일본 문무대신 역으로 출연하며 스크린에 얼굴 도장을 찍었던 그는 울산 KBS의 공익광고에 ‘폐지 줍는 할아버지’ 역을 맡아 출연하면서 시니어 배우로서의 활동에도 열정을 드러냈다. 또한 KBS TV프로그램인 <아침마당>이 시작된 지 30년 이래로 화가로서는 처음으로 출연, ‘도전하는 인생 2막’을 주제로 강연과 퍼포먼스를 진행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전국 각지에서 자신의 작업실을 찾는 문하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진행하며 후진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안창수 화백은 “세계무대에 가서 한국화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다. 사군자 위주로 정체된 감이 있는 우리나라 수묵화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는 목표를 밝히면서 “은퇴하시는 분들은 다시 도전하는 청년의 삶을 살기 바란다. 앞으로도 30년 이상 세월이다. 호기심을 가지고 뛰쳐나가야 한다”고 격려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