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끊임없이 생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과 더불어 표출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혹은 현실에의 참여다. 때문에 모든 인간은 예술에 대한 욕구, 즉 자신만의 감성을 표출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 지난 2008년 현직 의사로서 개인전을 열어 화제를 모았던 이기영 원장

그림은 어느 취미생활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성을 순화시켜주는 데 좋다. 그림의 아름다움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은 그 감흥을 이해할 수 없다. 예술의 세계는 삶과 맞닿아 있으면서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꿈에 도전해야 하고, 현실과 이상향을 품어내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힘들지만 매력적이다.

두 번의 특선, 그리고 최우수상을 받다
전문(專門). 어떤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오직 그 분야만 연구하거나 맡고 있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두 가지의 직업을 가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그러한 인식을 뒤집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활약이 부각되고 있다. 이기영 이비인후과 원장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지난 2008년 현직 의사로서 개인전을 열어 화제를 모았던 이기영 원장은 인근 지역에서는 유명인사다. 전남 나주시 성북동에 위치한 ‘이기영 이비인후과’. 병원 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큰 그림이다.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하얀 가운의 의사 선생님을 그린 이 작품은 이기영 원장이 자신의 진료 모습을 그린 자화상 ‘진료실에서’다. 2007년 당시 광주시 미술대전에 출품해 특선을 했던 이 작품은 자세하게 묘사된 진료실과 나이 지긋한 할머니의 귀를 진료하고 있는 의사의 모습이 사실적이며 정겹다. 이 원장은 “나의 작품 주인공인 보라색 조끼를 입은 할머니는 우리 시골 어머니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화폭에 담고 싶었다”면서 “이 작품으로 할머니는 동네 유명인사가 됐다”고 말했다. 병원은 이제 이 원장이 직접 그린 그림으로 차디찬 병원 진료실을 따뜻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내부에는 그가 전라남도 곳곳 발품을 팔아 화폭에 담아낸 수십 점 그림이 걸려 있다. 때론 귀와 코가 아파 찾아온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때론 그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그가 그린 따뜻하고 수려한 자연 풍광을 보기 위해 동네 사람들도 이제는 병원을 사랑방처럼 찾는다.

▲ 강천사 추경

의술활동 외에도 예술가로서도 발군의 실력을 가진 그는 2004년 신세계고객응모전 입선을 시작으로, 2007, 2008년 광주 시미술대전에서의 특선, 2009년 최우수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만약 올해에도 입상을 하게 되면 그는 초대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미 지난 2008년에는 첫 개인전을 열어 주목을 받은 그다. 전시에서 판매된 작품 수익금 전액을 장애인 돕기 기금으로 내놓아 훈훈한 미담의 주이공이 되기도 했다. 

환자 위해, 어릴 적 꿈 실현하기 위해 붓을 들다
이 원장은 “병원을 개원했을 당시 환자들에게 병원 특유의 분위기보다는 아늑한 분위기를 선사해볼 생각을 했다”며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현직 의사로서 또 다른 전문가의 길을 걷고 있는 이기영 원장. 그의 어릴 적 꿈은 다름 아닌 화가였다. 하지만 화가의 길을 가지 못하고 의사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그는 독학으로 그림에 몰두해왔다. 이 원장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일에 취미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붓 대신 청진기를 선택했다. 조선대학교 의대에 진학한 후에는 공부를 하느라 그림을 그릴 여유가 없었다”며 “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일본 오사카시립대학에 이비인후과 교환 교수로 다녀온 후 조선대학교 부교수로 퇴임할 때까지 붓을 잡을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퇴임 후 1991년 병원을 개원하고 1년 쯤 지나서부터 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 나로도

이후 원로여류화가인 김영순 씨로부터 그림지도를 받아 전공자 못지않은 회화세계를 구축, 지난 2008년 첫번째 전시회를 개최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이르게 된 것. 그의 첫번째 개인전에는 ‘진료실에서’ 외에 ‘강천사 추경’, ‘나로도’, ‘무등산’, ‘강천사 가는 길’ 등의 광주 인근 명소들의 풍경을 담은 풍경화와 누드, 정물 등 다양한 주제의 그림들을 선보였다. 이 원장의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병원은 이제 환자들에게는 작은 갤러리다. 이 원장 역시 작품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순화되는 것 같아 환자를 진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이 원장은 “2008년에 첫 번째 전시를 열게 된 것에 매우 감회가 새로웠다”면서 “2년 쯤 후에 칠순을 맞이하면서 두 번째 개인전을 한다면 좋겠다. 만약에 전시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판매 수익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 기금으로 기부할 생각”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