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에 청고고아(淸高高雅)한 뜻이 없으면 글씨가 나오지 아니한다. 그것이 문자의 향기(文字香)와 서권의 기(書卷氣)에 무르녹아 손끝에 피어나야 한다.” 秋史 김정희가 유배 중에 아들 상우에게 보낸 글 내용이다. 깊이와 그리고 향(香)을 지닌, 정선에서 나고 살아온 서예가 풍헌(豊軒) 고하윤 선생의 글씨가 그러하다.

정재원기자 jjw@

서예가 고하윤 선생은 1994년도부터 2011년 2월까지 전서 756폭, 예서 1236폭, 해서 228폭, 행서 2493폭, 초서 1434폭, 한글 138폭 총 길이 8736.15m, 총 6285폭, 총 756질의 병풍서를 완성하였고, 대한민국 기록원으로부터 2011년 3월 ‘대한민국 최다 병풍서 기록’ 공식 인증을 받고 기록문화상을 수여받았다. 현재는 1,335질, 16,275m 이상 쓴 상태이다. 그리고 기네스북 최고 기록에도 도전하고 있다. 현재 영국 기네스월드레코드로부터 세계 기록 인증을 심사받기 위한 견본 병풍서 140폭(길이 60ｍ) 제작을 완료하고, 최종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7살부터 붓을 들었으며, 일찍이 천자를 익히고 한학 배워

▲ 고하윤 선생

풍헌(豊軒) 고하윤 선생이 살았던 정선의 호촌리(虎村里)는 일제가 1914년 행정구역을 통폐합하면서 호명(虎鳴)과 풍촌(豊村)이라는 두 마을 이름에서 한 자씩 인용해 호촌리라고 했다. 풍촌은 고려시대 태조 23년(940년)에는 삼봉현(三鳳縣) 소재지였으며, 예부터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큰 홍수나 가뭄 등의 피해도 없고, 농경지가 넓고 평탄하여 농사도 잘 되는 곳이다. 호촌은 삼베와 대마 재배로 유명한 산마을로 ‘호랑이 울음이 날 정도의 산골이지만 잘 사는 마을’이라는 뜻을 지닌 마을이기도 하다. 지금도 연간 만평 정도의 대마를 경작해 정선군에서 대마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마을이다.

고하윤 선생은 33년간 강원도 정선의 군청 공무원으로 시작해, 양구군청 문화공보실장, 고향인 정선의 화암면장, 여량면장, 북평면장 등을 두루 역임하고 퇴임했다. 거의 평생을 정선에서 공무원을 했고 정선아리랑 복원에도 일익을 담당했으며 강원도 문화상 대상, 공무원 문화상 대상 등을 다수에 걸쳐 수상했다. 그는 유교적 가풍의 영향으로 7세 무렵부터 부친에게서 천자문을 배우며 서예에 입문, 지금껏 붓을 벗삼아오고 있다. 고 선생은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자세로 꾸준하게 전통 서도(書道)에 매진해 오다가 초서와 행서에 능한 중국 서예가 왕희지(王羲之)를 본받아 자신만의 독특한 서체와 작품세계를 구축했고, 2002년 공직을 은퇴한 뒤로는 정선에서 자신의 당호를 딴 풍헌서예학원을 운영하며 서예의 저변확대와 후진양성 등에 힘써왔다.

세계기록 인증 받은 뒤 이를 문화재로 만들고 싶다.
세계기록에 도전하는 병풍서는 1,335질, 1만1,709폭으로 전체 길이만 1만6,275ｍ에 달할 정도로 일반인들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대역사이다. 전서(900폭)·예서(1698폭)·해서(258폭)·행서(6411폭)·초서(2238폭)·한글(204폭) 등 서체별로 분류, 집대성한 엄청난 규모이다. 특히 그의 작품은 대학, 중용, 예기, 명심보감, 반야심경, 제갈량의 전출사표, 소동파의 적벽부, 굴원의 이소경, 주자의 권학문 등 주옥같은 동양의 서책과 경전, 명언, 명시를 병풍서로 옮겨 그 가치가 더욱 크다. 게다가 고 선생이 병풍서의 모든 글마다 해설서를 작성, 한자를 모르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무엇보다 수많은 병풍서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매 글에 대한 자신만의 해설서를 작성하는 것과 전서·예서·해서 등 정확한 서체를 구현한 데에는 그의 땀과 노력이 느껴진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요즘도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글을 쓰는 고하윤 선생은 “병풍서 세계기록을 인증 받은 뒤에는 이를 문화재로 만들고 싶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작품 활동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세계기록에 도전하는 병풍서는 1,335질, 1만1,709폭으로 전체 길이만 1만6,275ｍ에 달할 정도로 일반인들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대역사이다.

대한민국정수미술대전 서예부문 대상, 전국공무원서예대전 대상, 강원서예대전 대상 등 110여개의 수상이력을 보유한 그의 작품은 강원대 중앙박물관, 대전대 박물관, 춘천박물관, 한국미술관, 한국서예미술관, 서원미술관 등에 전시돼있다. 특히 중국 계림시에서 세운 계림국제화평우호비림에도 그의 작품이 선정돼 석각(石刻)되기도 하는 등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충분히 인정받았다. NM

◇ 풍헌(豊軒) 고하윤 선생 약력

2014 올해의 존경받는 인물 대상
대한민국 최다 병풍서 기록, 인증서 획득
대한민국 기록 문화대상
한국 서예가협회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역임
호남미술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역임 (현 고문)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심사위원 역임
정수 서화 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서도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서예문인화 원로총연합회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