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성공한 여성경영인들은 새로운 경제환경을 숙지하는 한편, 이 방면에서 중요한 진보를 선도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세 가지 강점. 즉 꺾일 줄 모르는 자신감과 고객의 요구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날카로운 감각, 나아가 여성적인 특성을 사업에 활용하는 능력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의 가장 적합한 리더상으로 이들은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이들의 이런 모습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본받을 모델이 되고 있다. 즉, 가부장적 권위보다는 포용과 대화로, 삭막한 경쟁보다는 조화와 협력으로 여성만의 장점을 살려 새로운 리더십의 전형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재원기자 jjw@

▲ 진덕수 대표

철강업계 유일한 여성 CEO인 진덕수 대표가 철강업을 결심했을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조선·자동차·기계·전자 등의 산업이 꽃을 피우며 철강 등 원자재의 공급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진덕수 대표는 이 같은 국가경제의 움직임을 보고 과감하게 철강업에 뛰어들었다. IMF 당시 거래하던 중견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부도위기까지 몰렸지만, 이때를 기회로 생각하고 오히려 과감히 설비투자를 한 것이 결국 사업에 도움이 됐다는 진 대표의 긍정적인 사고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대홍코스텍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신용을 지켰다
대구 달서구 신당동의 대홍코스텍주식회사(대표이사 진덕수)는 철강코일 압연전문 제조업체로 1992년 대홍철강이라는 사명으로 창업되었다. 진덕수 대표는 대기업이 하지 못하는 중소형 압연라인을 통해 정밀 부품인 자동차 오토미션 플레이트, 컴퓨터 하드디스크 VCM 소재, LCD 팬너트, 수출용 건축품 등 정밀 철강 소재 제품을 생산하며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성장했다. 진 대표는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요구에 맞춰 제품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철보다 강한 것이 신용이다’라는 철학을 지켰고 이때부터 진 대표에게는 ‘철(鐵)의 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상공의원, 여성경제인협회, 여성벤처협회 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진 대표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수기업으로 성장해가면서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덕수 대표는 군인의 아내이자 주부로서 사업에 뛰어들었다.

▲ 진 대표는 “철보다 더 강한 게 신용이라는 생각으로 고객과의 꾸준한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성장은 믿고 따라준 직원들 덕택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진 대표는 "흔히 여성이 하는 창업아이템들은 관심도 없었던 데다 반들반들한 철이 예뻤다. 철강업을 하면 성공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장의 역할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철판 절단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것은 물론 영업，수금，경리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고 억척스럽게 일을 했다.  IMF사태가 한창이던 1999년, 압연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5억원을 주고 압연기계 1대를 구입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 진 대표는 이후 대구지역 하도급업체에서 서울·경기지역까지 정밀전자 및 자동차부품용 압연제품을 공급하는 ‘전국구 압연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던 대홍코스텍은 또 다시 찾아온 외환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위기 속에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 당시 20억원의 부도어음을 맞았던 진 대표는 부도어음을 해결하려면 고의부도를 내는 수밖에 없었지만 금융권 융자와 친인척· 지인 등에게 빌린 돈으로 빚을 갚았다. 진 대표는 이로 인해 철보다 강한 ‘신용’을 얻었다. 진 대표는 “철보다 더 강한 게 신용이라는 생각으로 고객과의 꾸준한 거래를 이어오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성장은 믿고 따라준 직원들 덕택이다. 직원들이 모두 내 가족의 일원이며 이들과 평생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꿈의 공간 ‘덕수복지재단 미소마을’ 운영

▲ 진 대표는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마음에 복지재단을 설립했다

대홍코스텍은 ‘차가운 금속을 다루는 따뜻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주말이면 진덕수 대표와 직원들이 복지재단을 찾아 봉사하고, 연말엔 지역사회에 기부금을 기탁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2008년, 사회복지법인 덕수복지재단 인가를 얻어 2011년 4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꿈의 공간 ‘미소마을’을 달성군 다사읍에 개원한 진덕수 대표는 재단의 이름도 ‘초심을 잃지 말자’는 취지로 자신의 이름을 따 '덕수복지재단'으로 정하고 ‘웃음을 널리 전파하자’는 뜻에서 ‘미소마을’로 정했다. 이 곳에서는 지적장애인과 지체장애인들이 안정된 복지시설에서 교육과 생활 및 의료재활 서비스를 받고 있다.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마음에 복지재단을 설립했다”는 진 대표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사회적 책임도 따라야 한다. 예전엔 중소기업들이 그런 면에서 인식이 부족한 편이었지만 요즘은 재단에 봉사하러 오는 업체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진덕수 대표는 지난 2004년 모범 여성기업으로 대통령 표창에 이어, 2009년에는 정부로부터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진 대표는 달서소방서 의용여성소방대장를 비롯해 검찰, 경찰, 구청, 노동 분야에서 각종 위원회에 성실한 활동은 물론 상공회의소 등 유관 경제인협회외 여러 모임에서 회장직 및 임원직을 맡아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진덕수 대표는 지난해 하순, 새누리당 대구시당 여성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더 많은 자선과 봉사 및 사회활동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의 따뜻한 동반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