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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세월의 무게감에 자연스러움과 생기를 더하다
2024년 03월 06일 (수) 13:08:06 윤담 기자 hyd@newsmaker.or.kr

문화는 이제 산업이다. K-콘텐츠는 우리의 수출 주력 상품이 됐다. 2021년 기준 콘텐츠 수출액(124억5천만 달러)은 가전제품(86억7천만 달러), 전기차(69억9천만 달러), 디스플레이 패널(36억 달러)을 추월하여 수출시장의 떠오르는 핵심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렇게 한류는 세계 속에 대한민국을 알리고, 연관 산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윤담 기자 hyd@

K-컬처는 케이팝 등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기초예술, 전통문화, 스포츠 등 세계적 관심을 끌 잠재력 있는 한국문화 전반으로 콘텐츠를 다양화해야 한다. 특히 한식, 국악, 문화재, 전통문화, 문화유산관광 등 ‘전통한류’가 중요하다. 이제 K-컬처의 뿌리인 문화유산, 역사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국제적 감각으로 재창조해 K-컬처의 지평을 확장해야 한다.

▲ 한동인 유선관 대표

한옥의 매력과 조상들의 지혜로움 살린 유선관
한동인 유선관 대표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관인 유선관은 1914년에 지어져 100년이 넘는 고택으로 대중에게는 영화 <서편제>와 <천년학> 등의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대흥사 소유의 유선관은 본래 대흥사를 찾는 신도나 수도승들의 사찰 숙소로 사용되다가 1960년대부터 외부 손님을 받으면서 많은 문화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동안 수차례 운영권자가 바뀌며 원형을 잃어 약 3년간 폐가로 방치된 적도 있다. 이때 나선 이가 해남 출신 사업가인 한동인 대표다. 한 대표는 젊은 문화기획자, 건축가와 손잡고 유선관을 ‘해남의 감성 숙소’로 탈바꿈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한동인 대표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관인 유선관의 100년이 넘은 한옥의 골조와 외관을 그대로 지키면서도 투숙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내부 시설을 현대 생활양식에 맞추어 레노베이션을 완성했다.

현재 유선관은 한옥 스테이로 1호실부터 6호실까지 총 6개의 객실과 2개의 프라이빗한 스파를 운영 중이다. 특히 한지로 마감된 벽과 한옥 기둥들, 옷장, 삼베로 대어진 안쪽 문살이 우리 전통 한옥의 화려하지 않으며 단정하고 우아한 매력을 보여준다. 또한 매트리스 위 놓인 두툼하고 안정적인 목화솜 보료와 가볍고 포근한 명주솜 이불, 머리를 차게 하고 목을 편하게 하는 메밀 베개에서 잠을 자보면 질 높은 수면을 위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다. 유선관의 필수 코스인 스파 역시 주목할 만한데 특히 창을 통해 두륜산국립공원의 숲을 바라보는 여관의 스파 시설은 주위 풍경을 끌어오는 차경(借景)의 백미다. 이러한 유선관의 변화에 대하여 지난 1993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유선관을 소개했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30여 년 전 유선관은 누추했지만, 이제는 한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 유럽의 고성에 묵는 경험과 같은 멋진 한옥 스테이가 된 것”이라면서 젊은층이 한옥의 매력에 빠져드는 이유에 대하여 “우리 것에 대한 가치를 알게 된 것이다. 자랑스러운 삶의 체취,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것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해남의 감성숙소
100년 넘는 역사의 여관이 산사에 자리한 경우는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천년고찰 대흥사 경내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한옥 호텔은 더더욱 그렇다.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해남을 넘어 한국의 랜드마크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유선관이 ‘산사의 한옥호텔’로 출발한 지 올해로 3년째. 한동인 대표는 “한국의 차(茶)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초의선사’는 대흥사 일지암에 머물며 당시 지식인이자 문학인인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와 우정을 나누었다”면서 “그와 친구들의 이야기는 곳곳에 남아 이 곳의 지난 시간들을 말해준다.

대흥사 대웅전의 현판은 원교 이광사 선생이 쓰셨고 대웅전옆 건물 무량수각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쓰신 것으로 차를 마시며 풍경의 운치를 노래한 초의선사의 시를 읊으면 왜 이 곳의 이름이 유선(遊仙:신선이 노는 곳)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한동인 대표는 이러한 유선관이 가진 시간적, 장소적 아취가 만들어 낸 무게감 속에 자연스럽게 생기와 사랑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작은 부분 하나하나까지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명 서양화가 부부가 머물렀을 당시 “너무 좋아서 한순간도 떠날 수 없다. 경찰을 부를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한 대표는 유선관의 ‘전통의 현대화’라는 과제를 멋스럽게 풀어냈다. 이에 유선관에는 내국인뿐 아니라 미국은 물론, 스위스, 벨기에, 덴마크 등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찾아온다. 지난해에도 수십여 명의 국내 드라마 감독과 프로듀서, 작가들이 둘러봤으며 어린이날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휴식차 가족과 함께 머무르기도 했다.

한동인 대표는 “유선관을 찾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시설과 디자인에 현대적임을 더했고, 불편함 또한 즐거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찾아와주는 이들 또한 유선관을 포함한 이 숲을 잠시 빌렸다고 생각해주길 바라며 그동안 걷고, 듣고, 바라보며 체험하는 명상을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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