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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의 손맛 지키며 경주의 대표 맛집으로 자리매김하다
2024년 03월 06일 (수) 11:51:50 김미주 기자 kmj@newsmaker.or.kr

과거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특별한 날, 온 가족이 모여 찾는 고급 요리로 인식되던 중화요리는 최근에 와서는 언제 어디서나 저렴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한 국민 먹거리다. 하지만 수많은 중화요리 전문점 중 짜장면을 제대로 하는 맛집을 찾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김미주 기자 kmj@

경북 경주에 소재한 중화요리 전문점 ‘어향원’은 70년 전통의 화교 중식당이다. 3대째 중화요리의 전통성을 이어가며 맛의 진미를 선보이고 있는 이곳은 경주에서는 유명한 중식당으로 입소문이 난 곳이다. 정가량 어향원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70년 전통의 어향원, 중기부 주관 ‘백년가게’ 선정
3년 연속 블루리본 서베이에 선정된 바 있는 어향원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백년가게’에 선정되며 대를 잇는 명가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정가량 어향원 대표는 “할아버지 때부터 아버지를 거쳐 이어진 어향원의 전통이 비로소 인정받은 느낌이다”면서 “이는 지역사회와의 조화를 통해 이루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저희를 아껴주고 찾아주신 고객분들과 이 영예를 함께 나누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명맥을 유지하면서 오래도록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점포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우수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은 점포에 부여되는 공식 인증제도다. 어향원은 1950년대 정가량 대표의 할아버지인 1대 정세덕 대표가 미화반점이라는 상호로 출발했다. 미화반점은 만화가 허영만 선생이 다녀간 후 <식객>에도 등재가 되었다. 이후 장남인 정승례 대표가 모친인 손지매 대표를 도와 가업을 이었으며 2009년 서부동으로 옮겨 어향원으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차남인 정가량 대표가 3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할머니 때부터 아버지 대에 이어져 내려져 온 가업에 대한 애정이 컸던 정가량 대표. 그의 친가 뿐 아니라 화교인 외가에도 유명한 중화 요리사들이 많았는데, 1970년대 1세대 화교 요리사로 유명 셰프들에게 중화요리를 전수한 외삼촌, 왕수인 셰프가 대표적이다.

▲ 정가량 대표

중화 요리사들을 대거 배출해낸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정가량 대표 역시 어렸을 때부터 중화 요리사를 꿈꿨다. 어려서부터 요리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그는 경희대학교 조리학과에서 공부했고 10여 년 전 경주로 내려와 가업을 이었다. 현재 정가량 대표는 새벽부터 장을 보고 그날그날 쓸 양만큼만 재료를 손질해 쓴다. 뜨거운 불 앞에서 노련하게 웍을 다루는 주방장의 손길에서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는 향긋한 중화요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렇듯 신선한 식재료 본연의 맛과 노련한 중화 요리사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어향원에서는 가장 기본 메뉴인 짜장면에서부터 맛의 품격이 느껴진다. 기름에 잘 튀겨 향긋하고 고소한 춘장, 재료 하나, 하나 향미가 그대로 살아있는 푸짐한 건더기, 쫄깃한 면발이 더해져 그야말로 ‘완벽한 맛’이 완성된다. 짜장면 같은 기본 메뉴를 비롯해 어향원의 코스 메뉴는 단연 호텔 중식당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정가량 대표는 “중식당에서 흔히 쓰는 굴 소스, 치킨 스톡 등을 쓰지 않고, 최소한의 MSG를 쓴다”라며 “중화요리 본연의 맛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어향원 위해 총력 기울여
“레시피를 알려줘도 결코 이 맛은 낼 수 없죠. 맨손으로 한국에 삶의 터전을 닦으며 중화요리를 전한 선대의 손맛, 70년 세월이 담긴 기술과 노하우가 바로 어향원의 맛입니다.” 타고난 재능에 만족하지 않고 각고의 노력을 거듭하며 전도유망한 중화요리사로 성장한 정가량 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가게를 꿈꾼 적도 있다. 그러나 10년 전, 가업을 이으라는 아버지의 조언에 그는 두말없이 어향원으로 돌아와 가업을 이었다. 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어떤 마음으로 어향원을 운영해 왔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가량 대표는 “일찍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 혼자 식당을 운영하시며 정말 고생을 하셨다. 평소에 심장이 안 좋으셨는데, 어린 아버지를 업고 음식 배달을 하다 계단에 쓰러져 피를 토하기도 하셨다고 한다”면서 “장남이었던 부친은 조모를 돕기 위해 열여섯, 열일곱 살 때부터 주방 일을 시작해야했다. 그렇게 선대의 땀과 노력으로 일군 어향원은 오늘날 경주에서 가장 유명한 중식당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선대의 노력을 존중하며 언제나 고객에게 변함없는 맛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며 어향원의 역사와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가량 대표. 그가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어향원이 되기 위해 매년 5월이면 저소득 어르신과 장애인 등 500여 명에게 자장면을 무료로 대접하고 있는 것 또한 그 일환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감염 위험으로 잠시 봉사활동을 멈추었지만, 2022년부터 다시 지역 주민들에게 든든한 한끼 식사를 대접하며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어향원의 시그니처 메뉴인 우육면을 포함, 모든 메뉴의 밀키트를 제작해 전국 판매를 계획 중인 정 대표는 “70년을 이어온 전통의 손맛과 꼼꼼하고 성실한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어향원의 고품질 중화요리를 집안에서 마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새로운 시도로 대를 이어 발전하는 백년가게를 만들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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