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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간 휴전 협상 기약 없이 미뤄져
네타냐후 총리 “완전한 승리 거둘 때까지 군사적 압박” 천명
2024년 03월 05일 (화) 13:15:15 이종서 기자 jslee@newsmaker.or.kr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을 위한 회담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렸지만, 지난 2월14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후속 회담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하고, 하마스의 요구를 “망상”이라고 재차 일축하면서 휴전 논의가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이종서 기자 jslee@

협상에서는 6주간의 일시 휴전과 영구 휴전 논의 개시 등을 기본 전제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이견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그러나 협상에서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이 이끄는 이스라엘 협상단은 당일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스라엘의 불참 속에 관련국들은 후속 회담을 계획, 사흘간 추가로 실무자급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단의 카이로 복귀를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국제사회 반대에도 라파 일대에 공습 강행
지난 2월12일, 이스라엘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일대에 공습을 가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측은 이로 인해 약 1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밤사이 발생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약 100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공습으로 인해 라파 지역의 주택 14채와 이슬람 사원 3곳이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했다. 사망자 수는 당초 52명이었으나 상향 조정됐다. 라파는 이집트와 국경을 접한 도시로, 피난민이 대거 몰린 이곳마저 초토화된다면 가자지구 주민들은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어진다.

현재 라파에는 가자지구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인 약 140만명이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민간인 피해가 예상되자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라파 공습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피난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계획 없이 라파에서 군사 작전을 실시해선 안 된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 공격을 강행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더 많은 인질을 석방할 기회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마스와의 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둘 때까지 지속적으로 군사적 압박을 가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별도의 성명에서 이스라엘방위군(IDF)과 정보기관 신베트, 경찰의 합동 작전으로 이날 밤사이 라파에서 페르난도 시몬 마르만(60)과 루이스 하르(70)를 구출했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 모두 건강상태가 양호하고 건강 검진을 위해 셰바 텔 하쇼메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한다.

AFP는 라파에서 더 많은 작전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 중재국인 이집트와 미국의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중재국인 카타르와 유럽연합(EU),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라파를 공격하면 대규모 민간인 희생이 불가피하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라파에 하마스의 잔당들이 은신해 있다는 판단하에 대규모 소탕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라파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전쟁에서 지고, 하마스를 거기에 (그대로) 두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공격 의지를 재확인했다. 앞서 하마스는 미국과 이스라엘, 이집트, 카타르 4자 회의에서 휴전안을 받고, 135일간 3단계 휴전과 인질 및 보안 사범 석방을 골자로 한 역제안을 했다. 또 이집트에 협상팀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 철군이 포함된 하마스의 역제안을 거부하고, 하마스 소탕과 인질 석방, 가자 지구발 안보 위협 제거 등 전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전쟁을 계속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 이스라엘의 라파 군사작전에 경고
지난 2월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라파 군사작전에 대해 거듭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국왕과 회담을 진행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라파 지역에서의 군사작전은 100만명이 넘는 피난민들에 대한 안전과 지원을 보장할 신뢰할 만한 계획 없이 진행해서는 안 된다”며 “그곳의 많은 이들은 북쪽에서 폭력을 피해 여러 차례 피난을 떠났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그들은 (폭력에) 노출되고 취약한 상태로 라파에 모여있다”며 “이들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처음부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가자지구에서 강제로 이주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부연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압둘라 2세 국왕도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이는 전쟁이 시작된 이후 라파로 밀려난 100만명이 넘는 이들에게 또 다른 인도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게 둘 수는 없다. 지속적인 휴전이 당장 필요하다. 이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꾸준히 이스라엘의 라파 군사작전에 대한 우려를 밝혀왔다. 이날 공동회견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재차 강조한 모습이다.

특히 미국은 그간 즉각적인 휴전 요구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압둘라 2세 국왕이 백악관에서 이러한 메시지를 내도록 둔 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성 조치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약 45분간 전화회담을 진행했고, 피란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계획 없이 라파에서 군사 작전을 실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은 이날까지 이어졌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측은 민간인을 포함해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라파에 대한 군사 계획을 저지할 긴급 조치를 내려달라고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요청했다. 지난 2월1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남아공 정부는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 진격 계획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전날 이 같은 내용의 요청서를 ICJ에 제출했다. 남아공 정부는 “(이스라엘은) 이미 대규모 살인과 피해, 파괴를 초래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군사 계획을 멈출 새로운 제약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번 요청은 ICJ가 지난 1월26일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서 대량학살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라는 예비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남아공은 라파 지상 침공은 ICJ의 대량학살 억제 명령을 위반하는 것으로, ICJ가 추가 긴급 조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요구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ICJ는 남아공 요청에 따라 이스라엘에 입장 표명을 요청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즉각 응하지 않되 대량학살 혐의는 부인했다. 이스라엘은 전날 야간 특공대 작전을 통해 라파에 억류된 인질 2명을 구출했다. 이 과정에서 일련의 공습이 이어져 민간인 사상자가 대거 발생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보건부는 공습으로 최소 67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유엔 수장도 라파 작전에 우려를 표했다.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 등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앞서 취재진에 “라파는 인도주의 시스템의 핵심이 있는 곳”이라며 “라파에 대한 전면 공격은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엔 고위 관료인 마틴 그리피스 인도주의 책임자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이 “강도, 잔인성, 범위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공격을 받고 있다”며“라파 침공에 따른 결과는 재앙일 것”이라고 강도 높게 우려했다. 라파는 이집트와 접한 가자지구 최남단 소도시로, 이스라엘 공격을 피해 가자 북부서부터 피난 온 민간인 150만명가량이 체류하고 있다.

네덜란드, F-35 전투기 부품 이스라엘 수출 금지
이스라엘군의 지상전으로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네덜란드 법원은 지난 2월12일 정부에 F-35 전투기 부품을 이스라엘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이 보도했다. 이날 네덜란드 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네덜란드) 정부는 이날 판결 이후 7일 이내에 이스라엘을 최종 목적지로 하는 모든 F-35 부품의 수출 및 운송을 중단할 것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수출된 F-35 부품들이 국제인도법(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데 사용될 위험이 명백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일단 수출 금지 명령을 따를 방침이지만, “F-35 전투기는 이스라엘이 이란, 예멘, 시리아, 레바논 등이 가하는 위협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12월 옥스팜, 노비브 등 인권단체 3곳은 F-35 전투기 부품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연루될 우려가 있다며 부품 수출 승인을 재검토하라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 소유의 F-35 부품들은 네덜란드 창고에 보관돼 있다가 이스라엘 등 동맹국에 수출된다. F-35 생산업체인 미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의 이스라엘 지사 측은 이번 판결의 영향을 면밀히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록히드마틴 측은 “F-35 합동 프로그램 사무소와 함께 이번 네덜란드 법원의 판결이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면서 “필요에 따라 미국 등 동맹국을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월13일, 든든한 자금력을 자랑해온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에 수십 억 달러를 쓰면서 처음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 인터넷 전문매체 액시오스(AXIOS)가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가 580억 달러(약 77조6000억 원)에 달한다. 가구당 2만3000 달러(약 3076만 원) 꼴이다. 지난 2022년 재정적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미국의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2월9일 이스라엘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2로 낮췄다. 무디스는 급증하는 재정 적자에 더해 전쟁이 지속되면서 “이스라엘 행정부와 입법 기관”이 취약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디스가 지난해 10월부터 이스라엘의 신용 등급 재평가 준비를 해왔기에 시장은 예상한 대로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베잘렐 스모트리치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신용등급 하락이 “면밀한 경제 검토에 근거하지 않은 전적으로 정치적 평가일 뿐”이며 전쟁의 “정당성에 대한 신뢰 부족에” 근거한다고 비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성명을 발표해 “등급 하락이 경제 상황에 기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종교 율법을 강조한다. 스모트리치 장관은 “토라(유대교 율법)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경제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극우 매체인 미시파차와 인터뷰에서 그는 유대 율법이 사회주의 및 자본주의를 대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전기 작가인 안셸 페퍼는 무디스의 신용 등급 하락이 “스모트리치 재무 장관의 종교 중시 경제 정책에 대한 모독”이라고 X에 썼다. 이스라엘 정부는 올해 예산 적자를 대부분 국내 자금으로 충당하되 일부 비밀 달러 대출을 활용할 전망이다. 이 달러 대출은 금리가 국채보다 월등히 높지만 공공금리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이점이 있다. 이스라엘 기업들은 공공 금리를 기반으로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신용 등급 하락에도 달러 표시 이스라엘 국채 가격은 지난 2월12일 큰 변동이 없었다.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자금난에 따른 추가 금리를 부담하게 되겠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전망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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