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성패는 전통문화와 세계조류의 흐름을 어떻게 잘 조화시키고 유지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화, 현대화라는 이름아래 우리의 전통문화가 사라져 간다면 우리 민족을 지탱하는 정신도 없어지게 된다.

윤담 기자 hyd@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것은 우리 조상의 지혜와 전통을 보존하는 것이기에 가치 있는 일이다.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외래문화 속에서도 전통문화의 가치를 계승할 필요가 있다. 세계가 좁아지고 가까워질수록 민족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도 전통의 보존은 더욱 필요한 일이다.

우리의 전통 흙으로 최고의 작품을 빚다
송암 김진량 도예가의 행보가 화제다. 양산시 평산마을에 소재한 ‘통도요’의 대표인 김진량 도예가는 전통 도자기 흙 대가다. 30여 년간 도자공예 분야의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 최초로 목기형 꽃사발, 흑사발 제작에 성공하는 등 원천기술을 확보했을 뿐 아니라 찻잔과 받침접시 등 총 7건의 디자인 등록, 국내외 전시 등 도자기 연구에 힘써온 김 도예가는 지난 2022년 경상남도로부터 도자공예 분야의 명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민족혼을 되살려 선현들의 지혜를 나누고자 하는 장인의 집념과 끈기로 김진량 도예가는 일본인들이 그토록 원했다는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바로 흙이다. 요즘은 베트남산 등 수입산 백토를 비롯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도자기 흙도 많아 편하게 구입해 쓸 수 있지만 전통도자기는 우리의 흙이어야 한다는 지론으로 인해, 13년 세월을 우리 전통 흙(백토)을 찾아다녔던 그다.

▲ 통도요 송암 김진량 도예가

송암 김진량 도예가는 “전통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면 도자기 성형을 배우기 전에 도자기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인 흙을 먼저 연구해야 한다”면서 “도자기를 만드는 데에 제일 중요한 것이 흙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도 김 도예가는 자신의 고향인 양산시 하북면을 비롯해 강원도와 경상도의 산하를 누볐다. 경제적 여유가 없을 당시에는 산에서 풍찬노숙을 하며 지내기도 했다. 끼니도 거르는 등 한겨울에는 차디찬 냉기를 온몸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감기에 자주 걸렸다. 그러다 결국 후일 병원에서 결핵성 늑막염 진단을 받았고 결국 한 쪽 폐를 잃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진량 도예가는 “무엇보다도 가장 원초적인 재료가 제일 중요하다. 그 중에서도 흙이 최우선인데, 우리나라에서 나는 흙 중 하나인 연질 백토는 경상도에서 주로 나오는 아주 귀한 흙이다. 거의 고갈돼 구하기도 힘들며, 이 흙으로 만들어져야만 ‘전통 사발’이라는 용어를 붙일 수 있다”면서 “이 흙이 있어야 유약도 만들고 성형도 할 수 있으니 흙이 기초가 돼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흙을 구하기 힘들고 귀하니 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보단 불, 즉 장작 가마를 더 중요시 한다. 하지만 저는 흙이 기초가 돼야 사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시간 날 때마다 복지관을 찾아 장애인들에게 전통도자기 강의 등 많은 봉사를 하고 있으며, 송암 첫 번째 제자가 장애인이다.

도자기의 근원에 충실하며 독자적인 작품세계 구축
흙뿐만 아니라 도자기를 만드는 재료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도자기의 근원에 충실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김진량 도예가. 그는 지난 2015년 세계적인 부호 아랍에미리트 셰이크 만수르가 ‘세계 아라비말 평지 경주축제’에 초청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당시 인도 모디 총리, 영국의 닉 클레그 부총리 등 국내외 주요 인사들도 김진량 도예가의 선생의 도자기를 애호하면서 김 도예가의 작품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한국·인도 도자기 교류전을 통해 양산 도자기를 인도에 알렸다. 특히 그가 만든 달항아리를 BTS(방탄소년단) 지민이 소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자 애호가들의 관심도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또한 지난해 5월 하동세계차엑스포에서 특별전시를 진행한 그는 ‘꽃잎 봉발 항로’, ‘달항아리’, ‘대정호조선찻사발’, ‘분청 다관’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세계인들에게 우리 전통 도자기를 알리기도 했다. 앞서 2022년 서울 봉은사의 선불당에서 ‘조선 찻사발의 참 얼굴: 진수무향(眞水無香)’을 주제로 특별전을 가진 바 있다. 이는 봉은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자 서울시 유형문화재인 ‘선불당’에서 가진 최초의 전시회로, 9일 간의 전시에 각계각층의 관람객 1500여 명이 찾아와 김진량 도예가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에 김 도예가는 전시 수익금을 기부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그는 “외국 도자기는 그저 ‘담아내는’ 역할만 한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 진짜 전통 도자기는 담는 역할 이전에 도자기에 어떤 물질을 담았을 때 우리 몸을 좋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앞으로도 우리 전통 도자기 연구에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지난 1996년 통도요 오픈 전통차사발 개인전을 연 이래 2014년 프랑스 한국 개인 초대전，홍콩아트페어，이탈리아 수교 교황 방문 기념 로마 특별 초대전，영국 굿모닝 런던 초대전 등 다수의 개인전과 특별 초대전을 가진 바 있는 김진량 도예가는 대한민국 신지식인 선정, 전통 도자기 명장으로 지정(22-4호 경남)됐다. 중국 하얼빈 국립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하고, 경상남도 문화예술진흥원 이사, 2019년부터 영산대 자문교수, 2015년부터는 부산경남 기능경기대회 도자기 직종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