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숙 (사)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의 전통과 현대 이론과 실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한국 공연의 큰 줄기를 만들어 온 양혜숙 이사장은 우리 공연예술의 뿌리인 ‘한극’(韓劇)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황태일 기자 hti@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양혜숙 이사장은 독일 튀빙겐대학 철학부에서 독문학, 미술사, 철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를,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67년부터 삼십 년 가까이 이화여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1978년부터 연극평론가로 활동했다.

우리 공연예술의 뿌리 ‘한극’의 세계화 가능성 인정받다 
양혜숙 이사장이 정의하는 한극은 ‘은근한 품위와 넘치지 않는 격조를 중시하는 선비문화와 활력과 박진감이 넘치고 흥, 풍자와 해학의 멋을 즐기는 서민의 민속연희를 통합·관통하는 한국 고유의 독창적 공연예술’이다. 양혜숙 (사)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은 “‘한극’ 공연예술이란 실체는 어떤 특정한 형태의 모습으로 규정짓기 보다는 ‘한극’ 정신과 풍류를 지닌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면서 “그 넓은 가능성으로 인해 정답 없는 답안지의 모습으로 또는 지침이 없는 그러나 심지가 꽂힌 여러 형태의 모습으로 공연예술의 폭을 넓혀 갈 때가 되었다”고 강조한다.

▲ 양혜숙 이사장

앞서 양혜숙 이사장은 지난 1997년부터 최근까지 샤마니카 페스티벌, 샤마니카 심포지움, 샤마니카 프로젝트 등 연구와 실천을 통해 ‘한극(韓劇)의 정립과 우리 문화 뿌리 찾기’에 매진해왔다. 그 과정에서 <샤만문화>, <불교의례>, <궁중의례>를 [한극의 원형을 찾아서] 시리즈도 출판했다. 또한 지금까지 86차례의 세미나를 진행하며 우리전통공연예술의 참 모습을 공연학적 관점에서 공부하는 동시에 관객교육을 동시에 일구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한극 자체가 거둔 성과도 괄목할 만하다. <생명굿> <두타(頭陀)> <욕(慾)> <십이야(十二夜)> <코카서스 백묵원> <한뮤지컬(業·Karma1)> <업(業·Karma2)> <우주목 1. 바리> <우주목 2. 짓거리 사이에서 놀다> 등으로 한극을 대중에 알린 양혜숙 이사장은 2013샤마니카 프로젝트 <피우다>, <레이디 원앙>등을 공연하며 다시 한 번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오디푸스의 동양적 해석과 윤회사상을 다룬 <업, 까르마>는 베트남 주최 제1회 국제실험연극제에서 대상없는 특상을 수상했으며 <제9회 ANTIQUE GREEK DRAMA FESTIVAL>에 초청받아 아세아권으로서는 최초로 참여해 유럽외권 작품으로 유네스코 지정 기록문화유산 유적지에서 공연했다.

<레이디 원앙>으로는 창작연희페스티발에서 인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며 한류의 새로운 콘텐츠로서의 ‘한극’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양혜숙 이사장은 국무총리 표창, 예술평론 실천상, 문화예술대상, 문화대상 등을 수상하는 쾌거도 거두었다. 양혜숙 이사장은 “그동안 우리의 한극은 오랜 연구와 인고의 시간을 거쳐 왔는데 이제 그 결실을 맺고 있다. 현재까지의 한극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한극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공연예술에 녹아있는 한극의 가치에 있어 우리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화 속에서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 항상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극의 위상 제고 및 독려 위해 ‘한극 양혜숙 상’ 시상 
현재 양혜숙 이사장은 오는 10월 ‘한극 양혜숙 상’의 시상식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한극 양혜숙 상(Awards)은 한극의 우리다움을 지켜나가고 세계화를 다져나가기 위해 마련한 상이다. 양혜숙 이사장은 “잊혀져 가던 한극 고유의 공연예술 가치를 자발적으로 이끌어내는 것만이 우리의 것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한극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독려하는 차원에서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앞서 우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한극의 세계화’를 목표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온 양혜숙 이사장은 <한극 학교>, <한극 양혜숙 AWARD>, <한극의 전당>을 만들어 우리나라처럼 전통을 잃은 많은 나라들의 전통을 찾아주는 한편, 자긍심과 풍요로운 자신의 뿌리에서 비롯되면서도 세계인의 정서에 부응하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세계 공연예술의 큰 마당을 마련해왔다.

양 이사장은 “큰 그림의 실천을 전제로 한 ‘한극’ 구상은 오랜 동안의 인고와 숙성의 시간을 거치고 드디어 꽃을 피울 때를 맞이하게 된 듯하다.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확신 속에 행동할 때인 마침 이 시기에 한국공연예술원에 많은 훌륭한 인재들이 태동을 준비하고 있는 조짐에 크게 감사하다”며 “우리 모든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의 식구들이 마음과 몸을 다하여 이를 깨닫고 실천할 적기중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뜻을 합쳐 이 대업의 장정에 동참하여 ‘한극’의 깃발을 높이 날려 주시기를 간청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양혜숙 이사장은 1991년부터 한국공연예술학회를 시작으로 1996년에는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을 창립하며 본격적인 한국공연예술 분야의 지도자 역할에 앞장서 왔다. 2008년부터는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을 역임하며 한극의 세계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양혜숙 이사장은 서구 명작들을 번역해 국내 대중들에 소개하며 한극 다양성의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 중 ‘한트케 언어연극’이라는 장르를 한국에 처음 소개했는데, 지난 2019년 페터 한트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이 재조명된 바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