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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회, 의대정원 규모 두고 입장차 여전
많은 국민이 바라는 현안 VS 전방위적 시스템 개선이 우선
2024년 02월 06일 (화) 01:36:05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지난 1월10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새해 들어 첫 의정협의체를 열였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시각차만 확인했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24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었다.

장정미 기자 haiyap@

김한숙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필수·지역 의료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사 인력 확대는 많은 국민이 적극적으로 바라는 현안”이라며 의사 인력 확대 정책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의협 측 협상 단장인 양동호 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올라오는 유명무실한 의료전달 체계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 공급만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24년도 ‘톱5’ 의대 수시 미충원 인원 0명
2024학년도 전국 의과대학의 수시이월 인원이 33명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수시이월이 대거 발생한 지방대, 교대와 달리 의대 강세는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1월5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전국 39개 의대 중 25개 대학(64.1%)에서 수시 정원을 모두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4개 대학에서 발생한 수시이월 인원은 총 33명이었다. 특히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가톨릭대, 울산대 등 이른바 ‘톱5’ 의대 수시 미충원 인원은 0명으로 나타났다. 의대는 전문의 수련이 가능한 대학병원의 지위를 따라 순위가 매겨지는 경향이 있다. 전년도(13명)와 비교해보면 의대의 수시이월 인원은 20명 증가했는데, 이는 수험생들이 수시 6회 지원 중 의대 지원 횟수를 지난해보다 더 늘렸기 때문이라고 종로학원은 분석했다. 이로 인해 중복 합격이 많아지고, 상위권 대학으로 연쇄 이동하면서 이월 인원이 다소 늘어났다는 것이다. 대학별로 보면 고려대 의대(8명)에서 수시이월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고려대 의대의 수시이월이 없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이공계 대학보다 의대 쪽에 수시 원서를 1~2장이라도 더 쓰게 되면서 중복 합격이 많이 발생한 탓”이라며 “고려대 의대를 특별히 기피하는 것은 아니고, 본인이 희망하는 의대 쪽에 합격을 해서 빠져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다음으로는 건국대 의대(글로컬) 4명, 연세대 의대(미래) 3명, 조선대 의대 2명, 부산대 의대 2명, 충남대 의대 2명, 영남대 의대 2명, 계명대 의대 2명, 대구가톨릭대 의대 2명, 건양대 의대(대전) 2명, 한양대 의대 1명, 인제대 의대 1명, 가톨릭관동대 의대 1명 등으로 나타났다. 치과대학과 약학대학, 한의학 대학, 수의과 대학의 수시이월 인원도 낮게 나타났다. 치대에서 21명, 한의대에서 8명, 수의대에서 6명, 약대에서 29명 발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치대(+6명)와 약대(+9명), 수의대(+2명)는 수시이월이 늘었고, 한의대(-5명)는 감소했다. 수시모집 대비 미등록 비율은 의대 1.8%, 치대 6%, 한의대 1.7%, 수의대 1.9%, 약대 2.9%를 기록했다. 교대(30.7%)와 지방대(18.7%)와는 달리, 의약학계열 대학들의 수시 미등록 비율은 5%를 넘기지 않은 것이다. 임 대표는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시에서도 최상위권의 학생들은 의대에 더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도 “지역 의료현실 고려해 정원규모 결정돼야”
경상남도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에서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350명으로 발표한 데 대해 “지역 의사 인력 실태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들이 주장한 350명 규모는 2000년 의약 분업 당시 감축한 규모를 다시 복원한 데 불과한 것으로, 도는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도는 “의대 정원 확대의 근본적 목적이 국민에게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 만큼 지역 의료 현실을 고려해 정원 규모가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대학들이 요구하는 의대 정원 확대 규모가 내년도 최대 2800여 명, 2030년까지 약 4천 명까지 희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협회의 주장은 지역·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남만 봐도 의사 수는 인구 10만 명당 174.2명으로, 전국 평균 218.4명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 과목의 전문의 부족 현상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도는 지역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의대 신설과 의사 인력 확충을 도정 과제로 삼고 경남의 유일한 의대인 경상국립대 정원을 기존 76명에서 내년도 150명, 향후 200명 이상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비수도권 100만 이상 대도시 중 의대뿐만 아니라 치대·한의대·약대 등 의료인 의료기관이 단 하나도 없는 창원특례시에 100명 이상 정원 규모의 의대 신설도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도와 도의회, 지역 상공계, 시민단체 등은 의대 정원 확대와 창원시 의대 신설에 공감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도가 진행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 도민의 절반 이상(54.6%)이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고, 약 90%가 의대 정원 증원과 의대 신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남도 박일동 보건의료국장은 “의사 인력 부족으로 지역 필수 의료체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양질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도민의 열망을 반영해 도내 의과대학 설립과 정원 확대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입장문을 통해 “교육 자원 확충과 이에 대한 재정 투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2025학년도에 반영할 수 있는 증원 규모는 350명 수준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복지부, 의협에 의대 정원 확대 규모 제시 공문 보내
최근 보건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에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제시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을 두고 양측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맞붙었다. 복지부와 의협은 지난 1월17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한 식당에서 제25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었다. 앞서 1월15일 복지부는 의협 측에 의협이 생각하는 적정 규모의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밝히라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이에 의협측 대표인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의협은 지난 회의에서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밤샘 토론, 끝장 토론을 해서라도 협의체를 통해 풀어나가자고 제안했지만 이틀 전 복지부는 일방적으로 의협에 공문을 보냈다”며 “대화 당사자를 무시한 행위이며 의정간 협의에 찬물을 끼얹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 의장은 “복지부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과연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려는 진정성과 의지가 있는지 깊은 의문이 든다”며 “의협은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고 논의해 결론을 내릴 것을 정부에 재차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각계가 (의대 정원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상황에서 여러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위해 의료계 대표 단체인 의협 입장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남도 등은 2000명 이상의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정 정책관은 “(의협이) 객관적 데이터로 논의하자고 하면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의료 개혁 시급성과 2025학년도 대입 일정에 늦지 않으려면 의사 정원 규모 논의의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 정책관은 “최근 의료 현장의 현실을 볼 때 의료 개혁은 지체할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라며 “정부는 공익의 수호자로서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요소를 살피며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할 책무가 있다. 정부는 그 책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 건강보험과 의료개혁이 선행되어야
의료계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에 앞서 건강보험과 의료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과 바른사회시민회의,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지난 1월19일 서울 중구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건강보험과 의료개혁 없는 의료인력 조절은 안 된다’를 주제로 의료개혁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의료계 참석자들은 “정부 정책이 의대 정원 확대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하며 “지역·필수의료 문제는 의학 교육부터 건강보험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시스템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 교수는 “의대 정원을 늘려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현상과 지역의료 붕괴가 개선된다면 찬성하고 싶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무하다”며 “지역·필수의료 문제 발생의 원인이 의사 수 부족 때문이라는 주장은 진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해 뽑는 전공의 정원과 지원자 수는 1대 1로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인기 있는 과엔 지원자가 몰리지만 필수의료과는 기피가 발생한다.

의사 수 부족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수도권 외 지역에 의사가 가지 않는 이유도 환자들이 지역의료 이용을 꺼리기 때문”이라며 “2000년 건강보험 통합 이후 권역별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면서 지역 의료를 기피하는 풍조가 정착했다. 이는 정책 실패로 인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의사 인력 조정에 앞서 거버넌스부터 구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과학기술인재를 교육했지만 상위 수천 명이 의대로 오는 상황이다. 그렇게 온다고 해도 의과학이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의대생 1등부터 10등까지 모두 피부과를 택하는 게 현실”이라며 “지금 의대 정원 1000명을 증원하면 상위권 대학 이공계 학생들이 모두 의대로 몰린다. 미래과학인재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건강보험 재정 관점에서 의대 정원 확대의 부작용을 예상했다. 우 원장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의료비도 급증하고 있다”며 “2017년 소위 ‘문재인 케어’ 이후로 증가세는 더 빨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보 재정 수지가 2024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2028년엔 누적 준비금이 모두 소진되며 2032년 누적 적자액이 6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의사 수 증가가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 분석했다. 우 원장은 “의료비(건보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의사 수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1명이 늘어날 경우를 분석하면 사회의 의료비 총지출은 약 22%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의사를 무한정 늘리겠다고 하면 건보재정은 국민연금보다 훨씬 앞서서 파탄을 맞게 되고 결국 건보료 폭탄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정책연구소장은 “의대생을 증원해도 교육할 여건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초의학 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전국 의대 7개 기초의학 과목 교수가 지난 2018년 대비 2022년 80여명 줄었다”며 “학생 수만 늘리면 교육이 될 거라는 정부 생각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했다. 또한 이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평가 기준이나 연구중심병원 지정기준은 너무 병원 쪽으로만 쏠려 있다. 기초의학이나 의대 임상실습 교육에 투자하도록 평가 기준에 반영돼야 한다”며 “사회에서 필요한 의사가 왜 부족한지 묻기 전에 이런 의사 양성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뿌린 대로 거두는 ”"이라고 주장했다. 의사 인력 수급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독립적인 상설 자문기관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 교수는 “의료계 대표가 과반 이상으로 둔 독립적인 상설 자문기관 설립이 필요하다”며 “의사의 공급과 분포 관련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의사 인력 수급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의사와 전문의, 세부 전문의의 현재와 미래 부족·과잉을 예측하는 등 의사 인력 계획을 위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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