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경기도 남한강 남쪽에 자리 잡고 있는 여주, 이천, 광주에서는 해마다 도자기 축제를 개최한다. 예로부터 이곳에서는 남한강을 따라 땔감과 자기원료를 구하기 쉽고 서울과도 가까워 도자기 산업이 발달해왔으며, 최근에는 취미생활을 추구하는 도자기 공방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 박광천 도예가는 “도자기는 손끝으로 빚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 깊이에서 빚으려는 작품에 대한 철학이 담겨져 있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전했다

여주는 싸리산을 중심으로 도자기의 원료인 고령토와 백토층이 출토되어 일찍부터 도자기가 발달되어 왔으며, 2001년 7월부터 경기도 박물관에서 2차에 걸쳐 발굴 조사한 중암리 고려백자 가마터를 통해 고려 초부터 여주도자기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천년도자의 맥 여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도자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하고 여주도자기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전통을 계승 발전함과 동시에 현재 국내에서 가장 활발한 도자산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명품 생활도자의 고장으로 변모하기 위한 여주도예인의 혼과 정신이 담겨 있다.

35년 도자기 외길 인생을 걷다
여주읍 신륵사 앞쪽에 전원도예연구소에서 도자기 외길인생을 걷고 있는 박광천 도예가. 그는 여주군 선정 제3대 도예명장이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얻은 중견 도예가다. 강천에서 농군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이 많았다. 그래서 초등학교 졸업 이후 인천에 있는 동양화 학원에서 그림수업을 받은 뒤 75년 인천의 한 도자기 공장에 화공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 1975년 인천 소재 고암도예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기초적인 도예기법을 익히기 시작해 1979년 말 고향인 여주로 옮겨 해동도예에서 화공으로 10여년 간 활동했다. 당시 그의 스승은 문화재 화공 164호 이인호였다. 여주에서 도자기공장을 다니며 도자기 만드는 전 과정을 습득 한 박 도예가는 본인만의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1989년 지금의 전원도예를 설립하고 그 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펼쳐 왔다. 제12회 신미술대전 대상, 제13회 한국예술대전 종합대상, 제13회 신미술 창작대전 최우수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는 그는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을 작품에 자신이 직접 여주의 풍경을 동양화풍으로 그려 넣었다. 박 도예가는 그동안 여주도자기 협동조합에서 8년간 이사직을 맡아 활동한 것을 비롯해 지역 내 도자기 예술 발전을 위해 기여한 것은 물론 조합차원에서 운영해 온 ‘도공제’ 행사를 20여 년 동안이나 치르는 데 앞장서 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박광천 도예가는 “침체돼 있는 도자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여주 도자기를 많이 알려야 한다”며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여주 도자기를 대외에 계속해서 알려야 사람들이 여주도자기를 찾아준다는 것.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놔도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한 이유로 그는 우즈베키스탄, 뉴질랜드, 미국 등에서 많은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더 많은 배움을 위한 고려대학교 서예최고위과정도 보다 많은 예술인들에게 여주의 도자기를 알리기 위함 이었다. 박 도예가는 “전국의 유수의 예술인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에게 여주 도자기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들이 여주를 방문해 여주도자기에 글을 써 넣고 그림을 그리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일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 도예명장 단아 박광천 초대전

도자기 대중화에 크게 기여해
여주군 강천면 적금1리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그림과 도예 공부에 뜻을 두고 본격적인 도공의 길에 접어든 박광천 도예가. 그래서인지 그는 여주지역 광산(일명 싸리산) 등 전국의 좋다는 흙은 다 만져보았다 한다. 물레를 돌리고 가마를 굽고 그림 그리기를 한 지도 35년, 주문 생산과 수작업에 의해서만 운영되는 전원민속도예원은 1989년 가을에 지금의 자리에 터를 잡았다. 박 도예가는 “도자기의 제일 중요한 핵심 요소는 질 좋은 흙”이라면서 “도자기는 흙과 물과 바람이 흙과 불의 오묘한 조화 속에 도공의 숨결 따라 혼을 불사르며 색다른 흙 맛과 함께 예술적 감각이 어우러진 인류 최고의 종합 예술품”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올곧은 예술관 덕분인지 박 도예가의 작품세계는 그만의 고집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특히 백자 작품의 경우 단아하고 담백한 맛과 멋을 창출해야 하기에 작가의 진실성과 정성이 깃들어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작품이 창출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의 작품관에 있어서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 한편 전원민속도예원에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창출한 ‘도자기 분수대’ 작품을 설치해 ‘분수대 도예가’라는 애칭도 얻으며, 도자기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박광천 도예가는 “도자기는 손끝으로 빚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 깊이에서 빚으려는 작품에 대한 철학이 담겨져 있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면서 “현재 생산하고 있는 도자기를 수출도 하고 있으며, 해외에도 차츰 판로를 확장하여 우리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며 강한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