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 시인 박미란

가지 못한 것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을 두듯

떠난 것에 대한 
미련을 두듯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한 일들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얼마나 짧은 시간들이었는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그리움으로 
그 마음으로 
살아보라

무수한 시간 뒤에 오는 
허무와 적막감
그리고 여백,

잃는 것, 
가지지 못한 것,
이 모든 것들은
늘 
비어있을 때만이 
살아남는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을 두듯
떠난 것에 대한 뒤늦은 그리움을 두듯

그 마음으로 
그 그리움으로 
그 마음으로 
살아보라

금기사항

그대의 태양으로
어두움 불사르지 마라

그대의 따스함으로 
싸늘함 녹이려 마라

쬐면 쬘수록
타드는 것은
어둠이며
싸늘함이다

어둠 속에서 꽃피우고
싸늘함 속에서 강인하게
서 있으니

차가움 녹이려
어둠 녹이려
그대 가슴 태우지 마라

타는 것은
까맣게 타들어 가는 것은
그대 가슴이며 나의 어둠이다

그대 잣대로
어두움
논하지 마라

어둠속에서
익숙한 꽃피우고
새는 날고
태양 빛나리니

그대 잣대로
나의 어둠
태우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