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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의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
2024년 01월 09일 (화) 11:49:45 이은주 한의사 webmaster@newsmaker.or.kr

집중력이 문제다. 요즘 ‘집중력 전문가’라는 학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정신적인 ‘집중력’이 요즘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나이 든 사람들은 집중력이 예전보다 떨어지는 것을 자기 개인의 문제, 즉 노화에 따른 통상적인 수준의 문제로 인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래 나타난 집중력 저하의 문제는 단순히 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심각성을 띠고 있다. 

집중력 전문가들이 등장하고 집중력 문제가 사회이슈가 된다는 것부터가 하나의 주요 징표다. 구체적 증거들도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2003년부터 약 10년 동안의 진단 사례를 통해 청소년의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이 50%나 증가했다는 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 물론 과잉진단이 많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ADHD 진단이 대개 ‘집중력 부족’이라는 1차 증상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집중력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징표로 삼기에 큰 문제는 없다.  

2008년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가 쓴 <지식의 쇠퇴>라는 책에서 ‘집단IQ’가 쇠퇴하는 일본인의 문제를 읽은 적이 있다. 원자공학 박사이자 경영컨설턴트인 겐이치는 부유해진 일본에서 나타난 ‘사회지능 저하’의 문제를 다뤘다. 책벌레라 할 만큼 많은 책을 읽어대던 일본인들이 책을 잘 읽지 못하고, 일반인들이 사회적 과제에 대하여 집중력 있게 고민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것이 국가의 정책에 대한 무관심 무책임으로도 이어진다.

그 후 일본은 어떻게 되었나. 당시 저자는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모든 의욕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우려했는데, 지난 10여년 사이에 그의 우려는 현실에 가감 없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세계시장을 지배하던 많은 일본기업들이 쇠퇴하고 21세기 들어 중심산업이 된 디지털 시장에서는 일본기업들이 더 이상 주도적 위치에 있지 않다. 집중력의 관점에서 보면, 더 이상 집중해야 할 동기를 잃은 국가에서 나타난 필연적 귀결 같기도 하다.

20세기 세계사의 중심에 있던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들은 세계적 과제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미국 소련에 맡겨둔 채, 국제적 이슈의 흐름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뿐이다. 달리기를 할 필요를 못 느끼다가 달릴 수 있는 능력마저 잃어버린 ‘왕년의 레이서’ 같다고 할까. 예컨대 COVID-19가 처음 나타났을 때 영국이나 프랑스, 일본 등이 보여준 무능력한 대처(당장 감염자 중 사망비율이 두 자릿수까지 올라갔다)는 우리를 놀라게 했다. 세계사를 이끌던 선진강국들의 총기(聰氣)는 어디로 갔을까. 

최근 ‘집중력’ 연구자들의 칼럼을 두루 살펴보면, 사람들이 집중력을 잃게 된 것은 과학기술,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관계가 깊다. 모바일 등 개인미디어의 발달은 대다수 시민들에게서 독서능력과 대화의 능력을 앗아갔다. 너무나 분주해져서(?) ‘정신없이’ 산다는 사람들을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다. 힘든 노동이나 복잡한 계산을 대신하게 하고, 그것도 사람 스스로가 할 때보다 몇십, 몇백 배나 더 빠르고 강하게 대신하는 기술을 발전시킨 결과, 인간은 본래 가진 능력마저도 잃어버리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림이나 문학, 음악의 작곡이나 연주을 이미 로봇들이 척척 해내고 있다. 그럴수록 인간은 무력감에 빠져든다. 지독한 아이러니다. 앞으로는 건강진단이나 처방, 재판이나 국가의 정책결정 같은 일들을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시대가 올 것이다. 마침내 생각하는 일조차 인공지능의 몫이 되고 나면 인간의 사고 능력은 더욱 저하될 것이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몰입연구자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책은 인터넷과 모바일에 의해 집중력을 상실해가는 과정을 구체적 분석데이터로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을 가지고 소위 ‘멀티태스킹’을 하는 현대인들의 두뇌를 관찰한 두뇌 연구자들은, 두뇌가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일과 저 일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저글링)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미국 명문 카네기 멜론대학에서의 실험이 이를 증명했다.

같은 시험장에서 핸드폰을 끈 학생들과 중간에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도록 허용된 학생들이 함께 시험을 치르게 한 결과 두 그룹 사이에 평균점수가 20%나 차이가 났다고 한다.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 다른 실험에서는 문자를 받은 학생들의 점수가 30%까지도 낮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20~30%까지 자기 능력을 잃고 있는 셈이라고 요한 하리는 판단한다. 한 사회 안에서, 또 인류 전체에게서, 그것은 엄청난 양의 지적 능력 하락이 될 것이다.  

학생들이 시끄러운 교실에서 공부할 때는, 조용한 교실에서 할 때보다 집중력이 낮아진다는 논문도 있다. 소음, 전자파, 촘촘하게 변경되는 스케줄 등 현대인이 집중력을 방해받는 요인은 수두룩하다. 멀티태스킹을 주요 ‘강점’으로 삼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기능은 현대인에게 마약만큼이나 유해하다고 한다.

지구촌에 유행처럼 만연된 전쟁, 마약, 앞뒤가 다르게 돌아가는 국가정책, 그럼에도 문제점을 현명하게 비판하지 못하고 이쪽과 저쪽을 극단적으로 오가는 민심(여론)의 요동, 윤리적 판단력의 상실, 자살과 분노조절장애의 확산…. 모두 집중력이 저하된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결과들이다. 

그 위에, 2020_23년의 코로나 팬데믹은 두뇌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브레인포그’라는 시련까지 안겨주었다. 연구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각 있는 사람들은 모바일이나 도시소음 같은 영향요소들을 스스로 적절히 제어하면서 집중력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전망한다(필시 소수일 것이다). 독서량을 유지하고 일상적으로 명상의 시간을 유지하면서 핵심적인 자신만의 일에 몰두하는 시간을 지켜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집중력이 더욱 떨어지면서 자기 정체성을 잃게 될 다수의 사람들과 집중력이 강화된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는 ‘집중력의 빈부격차’가 나타난다.  

“집중력을 훈련하라.” 개인적으로는 집중력 붕괴를 막고 나아가 사회와 인류문명을 지켜나갈 힘을 잃지 않기 위하여, 2024년 새해에 우리가 머릿속에 새겼으면 하는 새로운 모토다. NM

▲ 이은주 한의사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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