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현실에서 꿈꿀 수 있는 것만을 쫓고 사회의 틀이 요구하는 이유와 가치만을 추구하는 이들을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제 ‘현실적인’이라는 말은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한 올바른 방식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는 듯하다. 

윤담 기자 hyd@

언제부턴가 예술과 그 작품에 더해진 “천재성”이나 “위대함”이라는 수식어들로 인해 예술이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처럼 여겨지는 듯 같다. 그러나 예술의 가치는 단순히 천재성이나 재능, 혁신, 학문적인 의의라는 단어가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가만히 바라볼 때 일어나는 ‘아름다움’을 향한 마음, 더 나은 삶과 나를 꿈꾸는 일, 사소하나 일상에서의 힘을 일으키는 기쁨 같은 것은 그런 단어에 가두기에는 우리 모두가 기꺼이 경험하고 누려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 안창수 화백

재능, 그 이상의 노력으로 예술성 인정받아
설파 안창수 화백의 행보가 화제다. 일본전국수묵화 미술협회 회원,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 국제중국서법국화가협회 이사, 한국서가협회 양산지부장 등을 역임하고 있는 안창수 화백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동양화 기법을 섭렵한 후 자신만의 독창적인 동양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 수출입은행에서 30여 년간 전문 금융인으로 활동했던 안창수 화백은 대부분의 작가들이 어린 나이에 정규 미술교육을 받으며 성장을 하는 반면, 안 화백은 환갑의 나이에 미술계에 입문한 늦깎이 작가다. 은퇴 후 지인의 권유로 그린 닭 그림이 호평을 얻으며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그림을 공부하고자 만 60세의 나이에 중국 유학을 선택한 그는 당시 최고령 유학생으로, 좁은 기숙사에서 지내며 삼시세끼를 학교식당에서 때우면서 그림에 매달렸다. 아침 7시에 일어나 학교 수업을 듣고 오후부터 밤 12시까지 그림에 매달려 붓을 쥔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뒤로 젖혀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에 대해 설파 안창수 화백은 “좌절하고 힘들 때마다 스승님의 한 마디가 저를 잡아줬다”면서 “스승님은 ‘청나라의 대표적인 화가 금농은 쉰이 넘어 붓을 잡았고 예순 넘어 대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최고 민속화가로 꼽히는 그랜드마 모지스는 일흔여섯까지 10남매를 키운 주부로 살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01살에 타계할 때까지 1600여 작품을 남겼다’며 저를 이끌어주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피나는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중국에 간지 6개월 만에 중국 서화대전에서 입선을 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중국 임백년전국서화대전에서 1등, 중국 중화배전국서화예술대전 금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그림에 대한 공부를 좀 더 심도 있게 해보고자 경비 마련을 위해 노후 대비책으로 장만했던 서울의 오피스텔을 처분하고 일본으로 두 번째 유학길에 올랐던 그는 소화미술대전 입선을 시작으로 전일전 예술상, 장출판상 준대상, 전일본수묵화수작전 갤러리수작상, 남일본신문사상, 일본전국수묵화미술협화가 학습용 교재로 발간한 룡화집인 ‘新 龍(신 용)을 그리다’의 작가 선정, 제46회 일본수묵화수작전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외무대신상’에 이어 ‘제49회 전일본수묵화수작전’에서 ‘투계도’를 출품해 국제문화교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국내에서도 안 화백은 2009년 서울 인사동 서울미술관의 첫 회의 화조화전을 시작으로 부산광복동 BS부산은행갤러리전, 서울인사동 갤러리신상 초대전, 경남교육청 초대전, 춘천KBS닭그림전,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초청 호랑이전, 2023년 수출입은행 초청전 등 20여 회의 개인전을 비롯해 일본, 미국 등 단체전시전에 참가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우리 사회의 새로운 노인상 정립
오늘날 우리사회에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팽배하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좌절을 겪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노인의 현실이다. 은퇴한 노인들이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생계를 위해서기도 하지만 자기실현을 위해서기도 하다. 일하는 사람은 사회와 호흡하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다. 새로운 노인상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방면에서 다재다능한 끼를 발휘하며 인생의 제2막을 즐기고 있는 안창수 화백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안 화백은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에 일본 문무대신 역으로 출연한 데 이어 울산 KBS의 공익광고에 ‘폐지 줍는 할아버지’ 역을 맡아 출연하는 등 시니어 배우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KBS TV프로그램인 <아침마당>이 시작된 지 30년 이래로 화가로서는 처음으로 출연, ‘도전하는 인생 2막’을 주제로 강연과 퍼포먼스를 진행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후진 양성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온 그는 7년 동안 부산대 평생교육원에서 동양화 수업을 진행했던 한편 전국 각지에서 자신의 작업실을 찾는 문하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안창수 화백은 “은퇴 후 삶을 신중하게 생각하고, 정리가 되면 최선을 다해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도전은 나이와 관계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의 최종 목표는 세계무대에 진출해 서양화단의 인정을 받는 것이다”면서 “이를 위해 동양화의 멋을 동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구로 확산하려는 노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