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기옥란의 행보가 화제다. ‘한국의 피카소’, ‘한국의 장 미쉘 바스키아’라 불릴 정도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기옥란 작가는 트랜스휴먼(trans human)과 네오노마드(neo nomad·신유목민)라는 주제로 작품 활동에 천착해왔다.

윤담 기자 hyd@

시대의 일상성을 뛰어넘어 첨단 문명을 일깨우는 예술적 고뇌의 통찰력과 숙고, 새로운 영감, 그리고 예술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며 깨달음과 감성을 담아내고 있는 기옥란 작가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트랜스휴먼적인 세계관으로 시간과 공간에 대한 탐색, 인간과 사회 그리고 미래에 대해 본질적 질문을 던지다

▲ 기옥란 작가

기옥란 작가의 주요 화두인 트랜스휴먼은 그의 오랜 성찰과 탐구를 통한 예술 세계의 결집이다. 과학기술과 유전공학 및 인공지능을 통항 인간과 기계의 중간적 존재, 인간의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넘어선 초월적 존재인 트랜스휴먼은 억압된 삶의 경계를 넘어 초월을 꿈꾼다. 기 작가는 트랜스휴먼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간의 개념에서 현재라는 시간과 공간의 단면을 잘 포착해 동시대인들이 인간과 사회 그리고 미래에 대해 질문하게 만들고 있다. 한편으로는 욕망과 소유와 결핍과 질투의 시선으로 자유를 누리며 끊임없이 새로운 기호와 이미지를 사냥하고 소비하며 유랑과 정착을 끝없이 반복하면서 키보드와 마우스, 디지털의 비트를 통하여 끊임없이 교감하고, 직관적 판단으로 정보를 소통하며 정보의 바다를 유랑하는 테크노피아 속의 고독한 현대인들의 모습도 그린다. 네오노마드의 삶이다. 그간 기옥란 작가는 4D(DESIGN, DIGITAL, DNA, DIVINITY)와 3F(FEELING, FEMALE, FICTION)을 작품의 큰 줄기로 잡고, 철학적 사유의 기본 바탕으로 넓은 세계관을 가지고 깨달음, 시대정신, 감성을 잃지 않고 작업에 몰두해왔다. 기 작가의 조형방식은 절제된 구성으로 사물의 형태를 단순화시켜 재해석해 표현하기도 하며, 비대칭적 기하학적 표현과 상징적인 기호를 통해 새로운 실험정신으로 일정한 형식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재료와 미술 사조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표현한다.

특히 기옥란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인위적인 것과 자연적인 소재로 풀어낸다. 메인보드, CPU쿨러, 키보드 등 컴퓨터 부품과 첼로, 바이올린, 기타, 피아노 등 악기의 부품을 어우러지게 표현하며 스테인리스 천연섬유 등을 새롭게 유추·해석해 융합과 콜라주 기법으로 디지털 미디어가 상징하는 새로운 시대성을 묘사했다.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과 사물의 새로운 소통과 조화를 표현하고, 피부색, 종교, 국가, 이념을 초월해 세계가 하나 되기를 바라는 염원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기옥란 작가는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인간과 기술의 공생은 바람직한 것인가?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인간으로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기술을 이용한 인간 향상을 계속 추구해야 할 것인가? 등의 문제에 대한 현명한 답을 얻기 위해서 인문학과 과학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토론해가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인간과 기술, 인간과 기계를 바라보는 탈 경계적이고 탈 인간중심주의적 관점, 즉 트랜스휴먼적인 세계관”이라고 피력했다.

생존을 넘어서는 가치 추구, 영혼의 고양, 트랜스휴먼 통해 삶의 회화적 변주곡을 표현

“나의 시선은 푸른 우주로 향한다. 그리고 새로운 창조물의 탄생을 탐색하고 있다.” 구상과 추상, 그리고 오브제(콜라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낯선 것’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온 기옥란 작가. 그는 최근 ‘관계와 소통을 위한 변주곡’, ‘공간에 대한 사유’, ‘원형으로부터’,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위한 변주곡’ ‘은하수와의 조우’ 등을 통해 작품세계를 더욱 심화, 발전시켜나가면서도 다양한 사유를 통한 깊이 있는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카메라의 시인’이라 불리기도 하는 기 작가는 기존에 선보인 적 없었던, 렌즈를 통한 독창적인 추상사진 작품으로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의 추상적 이미지를 표현하며 예술의 순수한 미적 가치 체험과 향유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 주기도 했다. 기 작가는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과 트랜스휴먼 시대에는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그동안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정체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동서양의 다양한 철학을 섭렵하며 사유의 폭을 넓혀왔다”면서 “이를 통해 인간성 회복과 더불어 생명에 대한 충동, 그리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극복이라는 원초적인 문제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트랜스휴먼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인간을 특권화하지 않는 휴머니즘의 접근으로 소통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시대성을 창조하고 예술의 본질을 찾고자 시공간을 뛰어넘는 또 다른 탐색과 창조의 공간인 자신만의 내면의 동굴 속에서 매혹적이고 영감이 넘치는 예술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기옥란 작가. 미래적 가치를 ‘인간과 인간의 화해, 도시와 자연의 화해, 인간과 자연의 화해, 인간과 사물의 화해’에 두고, 끝없이 진화하는 트랜스휴먼의 다양한 시각 이미지들과 모든 관계, 소통, 교감의 이야기들을 자신의 삶의 회화적 변주곡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서울 세텍 컨벤션센터 2023 뱅크 아트페어 및 아트광주 2023, 10-11월 갤러리 트랜스휴먼초대전과 영갤러리 초대전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기 작가는 2024년에는 1월 용산아트홀 개인전, 코엑스 2월 아트엑스포 전시, 3월과 8월 뱅크 아트페어 등을 앞두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