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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의료계 반발 커져
전국 40개 대학 2025년 입학정원 최대 2847명 증원 요청
2024년 01월 05일 (금) 10:03:26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2025학년도 입학정원으로 현 정원(3058명)보다 최대 2847명 증원을 요청했다. 2030년까지 확대할 수 있는 수요는 최대 3953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수요조사가 정책에 반영된다면 2030년 의대 정원은 지금의 두배 이상 늘게 된다.

장정미 기자 haiyap@

지난해 11월21일,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의대 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복지부와 교육부는 의학교육의 질을 유지하면서 의대 정원을 확대할 수 있는 정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0월27일부터 11월9일까지 수요를 파악했다. 모든 의과대학이 증원 의사를 전달했다.

복지부, 의대 입학 정원 규모 및 공공의대 설립 논의
복지부는 지난해 10월19일 대통령 주재 필수 의료혁신전략 회의에서 필수 의료 보장을 위한 3대 정책으로서 필수 의료 전달체계 정상화,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 필수 의료 추진 기반 강화를 발표했다. 이후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전체 의과대학에서 제시한 2025학년도 증원 수요는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각 대학은 정원을 지속해서 확대해 2030학년도까지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3명을 추가 증원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수요는 각 대학이 교원과 교육시설 등 현재 보유하고 있는 역량만으로 충분히 양질의 의학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바로 증원이 가능한 규모다. 최대 수요는 대학이 추가 교육여건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제시한 증원 희망 규모를 의미한다. 다만 대학별, 지역별 증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의학교육점검반장)은 “총 정원 규모, 실제로 어느 정도 입학정원을 늘릴 것인지, 배분 기준을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조사 결과를 자세히 발표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 “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대학도 있어 총 규모만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학에서 제출받은 수요조사 결과에 대해 의학교육점검반을 통해 타당성을 점검하고 있다. 의학교육점검반은 의학과 교육, 평가 등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분들이 참여해 우선 대학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점검반으로 현장점검팀을 구성해 서류, 서면 자료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이런 내용은 대학 관련자와의 면담을 통해 확인하고 필요하면 직접 대학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달 안에 이 절차를 끝내는 게 목표다. 복지부는 각 대학이 제출한 수요조사 결과와 이에 대한 의학교육점검반의 점검 결과를 참고하고, 지역의 여러 인프라와 대학의 수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대 총 입학정원을 결정해나갈 계획이다. 이후 보건복지부가 교육부에 총 입학정원을 통보하면 교육부에서 대학별 입학정원 배정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이날 전병왕 실장은 “복지부는 전체 의대 정원의 수요, 규모를 파악해서 교육부에 넘기면 교육부가 학교별로 배정 계획을 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복지부가 해야 하는 역할은 12월 말, 늦어도 1월 초까지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대 입학정원 규모와 사법 리스크 부담 완화 수가체계 정책과 같은 지역·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함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공의대 설립도 논의한다. 전 실장은 “공공의대, 지역 의대 설립은 수요를 봐가면서 같이 계속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의대정원 증원 강행시 총파업 불사”
지난해 11월25일 오후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당사자들의 희망사항만을 담은 정부의 의대 정원 수요 조사를 졸속, 부실, 불공정 조사로 규정한다”며 “비과학적 조사결과를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정부의 여론몰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국가의 의대 정원 정책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번 조사를 토대로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 2018년 서남의대와 같은 실패 사례가 전국에 우후죽순 난립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 회장은 “정부가 이대로 강행하면 14만 의사들의 총의를 한데 모아 의료계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며 “당장 의대 정원을 2000명을 늘린다고 해도 이 상태에서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 인력난을 해소하기 힘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6개 시도의사회가 참여하는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졸속 의대정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강력 규탄한다”며 “졸속 의대정원 수요조사를 즉각 중단하고 필수 및 지역의료로 인력이 유입될 수 있는 방안부터 제시하라”고 반발했다. 전공의,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등으로 구성된 젊은의사협의체도 이날 정부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젊은의사협의체는 의대 정원 확대를 ‘잘못된 치료법’이라고 규정하며 “필수·지역의료 붕괴라는 ‘질병’에 대한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오진에 따른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졸속으로 강행하면 우리 젊은의사협의체는 의협과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대 대학생들도 전국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려는 당국의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며 강행 시 좌시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냈다. 11월28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은 “정부는 의학교육의 현실을 직시하고 학생과 소통하라”며 “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철회를 촉구한다”고 성명을 냈다. 이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의학 교육의 파멸을 야기한다”며 “교육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와 재정이 확보되지 않은 채 정원을 확대한다면 교육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대협은 “시설 확충 없이 증원이라는 정치적 목적만을 위해 인원을 2배씩 늘린다면 학생들은 어떤 교육을 받게 될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양질의 의학 교육을 보장하지 않은 채 의사 수 늘리기에만 급급하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정치적 계산이 아닌 합리적, 과학적 근거에 따라 의학 교육 방향을 고안해야 한다”며 “정부가 독단적인 정책을 강행할 시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라고도 경고했다. 복지부가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증원 수요조사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의대협은 “수요조사에 학생의 의견이 조금도 반영되지 않은 비민주적 절차에 분노한다”며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해 직접적 영향을 받을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라”고 요구했다. 한편 의사단체는 이같은 당국의 의대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강력한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11월26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삭발했다. 그는 “정부는 의사 인력 배분에 대한 분석 없이 필수의료 공백과 지역의료 인프라 부재를 의대 정원 증원만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며 “의료계와 협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은 그간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논의해온 사항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힘 TF, 지역 의대에 ‘지역인재 전형’ 확대 등 검토
지난 12월14일, 국민의힘 지역 필수의료 혁신 태스크포스(TF)는 국회 본관에서 4차 회의를 열고 지역 의대의 ‘지역인재 전형’ 확대 및 지역 필수의료 분야가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제도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TF 위원장을 맡은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회의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의대 정원 확대 세부 방안으로 ‘지역 의대에 지역인재 전형’ 확대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지역 의대 관련 ‘지역인재 전형’을 과감하게 확대하는 방향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며 “의대 증원이 지역 필수의료 분야에서 실질적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제반 여건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지역 필수의료는 ‘붕괴 직전’이라며 이른바 ‘3대 기피요인’을 과감히 해소하겠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붕괴 직전에 있는 지역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일선 의료 현장에서 지적하는 3대 기피요인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해소해야 함은 물론 법과 제도 개선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는 고발·소송 등 통한 법적 해결이 아니라 충분한 소통 조정 통해 실효적 보상을 받게 하고, 의료인은 책임 있는 자세로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도록 의료 사고 처리 관련 법률 개정하고자 한다”며 “또 필수 의료에 대한 합리적이고 공정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고난도 고위험 필수의료분야가 공정하게 보상받고 사회적 우대를 받을 수 있게 건강보험 수가 조정 등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공급이 부족한 분야에 대해선 보상 체계를 높이고 수요가 감소하는 분야에 대해선 지불 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지역 투자를 확대해 지역 의료가 붕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실손보험 개선을 포함해 비급여 분야 관리체제도 효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선 앞선 1~3차 회의에서 논의된 결과에 대한 종합토론도 이뤄졌다. TF는 추후 5차 회의 일정을 끝으로 종합대책안을 정부에 보고할 방침이다. 유 위원장은 “4차례의 회의가 각기 다른 주제였고, 이 주제를 하나의 지역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TF안으로 정리되기 위해선 상호유기적으로 연결성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5차 회의에서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계 “무작정 의대 정원 늘리면 국민 의료비 폭증될 것”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려고 하자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이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다. 특히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의대 정원 확대는 변호사 증원과 달리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지난 12월17일 이필수 회장 명의로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통해 “변호사와 달리 의사는 늘어난 만큼 현 세대와 미래세대 모두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보 진료비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변호사와 의사는 다르다”며 “변호사가 늘어난다고 모든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지만, 건보 가입자인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에 기반으로 하는 보편적 사회보장서비스인 건강보험 의료서비스는 의사가 크게 늘어난 만큼 건보 진료비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 정원 확대는 이번 의대 정원 확대와 곧잘 비교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0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의사 형들 증원 맛 좀 보라구”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자신을 변호사라고 인증한 글쓴이는 “전문직 증원이라는 건 아예 그 직업의 하방을 삭제해버리는 파멸적 수준이 아닌 이상 무조건 서비스 수요자들에게 이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집계를 보면 변호사 시험 합격자는 매년 늘어 2020년(1768명)을 시작으로 매년 1700명이 넘는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다.

이 회장은 “실제로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나 필수·지역의료로 유입될 수 있는 확실한 정책 마련 없이 무작정 의대정원을 늘릴 경우 국민 의료비를 폭증시킬 것이며 이는 결국 건강보험재정 파탄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대 정원 확대가 국내 과학발전의 불균형 심화를 가져올 것이라도 했다. 이 회장은 “지금도 의대쏠림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의대 정원을 무분별하게 증원할 경우 규모가 커진 의과대학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우수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쏠림현상과 불균형은 결국 우리나라의 과학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무엇보다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라며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서 점점 줄어드는 인구에 의사만 늘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는 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등의 다른 조치가 도입돼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대정원 증원 정책 보다는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기피분야에 대한 적정한 보상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앞서 이날 오후 2시 의협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대회 종료 후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가두 행진이 예정돼 있었으나 주최 측은 한파를 이유로 행진을 서울역까지만 진행했다. 이필수 회장 등 임원진만 용산으로 이동해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낭독했다.

‘지역의사제 법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 넘어
의대정원 일부를 지역의사 선발 전형을 통해 뽑고 일정 기간 의료취약지역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의사제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을 넘어섰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에서 우려를 표명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0년의 의무 복무 기간 후에도 수도권으로의 의료인력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 제정안(지역의사제 법안)’과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제정안(공공의대 설립법안)’은 지난 12월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주도 하에 통과됐다. 지역의사제 법안에 따르면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에 국가가 학비를 지원하고 해당 학생은 졸업 후 10년간 지역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해당 법안은 면허 취득 후에는 특정 지역 내 중증·필수 의료기능을 수행하는 의료기관 등에서 의무복무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 의사가 부족한 지역의료 현장에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다. 그동안 복지부는 지역의사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우선적으로 추진한 후 논의를 시작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의사 인력의 의무 복무기간부터 전공의 수련과목 제한 등을 놓고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12월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역의사제 법률안은 의사 인력 부족을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의사 인력을 어떻게 정의할지, 10년 간의 복무기간이 적절한지, 전공의 수련 과목 제한 등 쟁점이 많다”면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민수 제2차관은 지난 12월22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정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필수의료 패키지’로 알려진 의료 개혁 수준의 대안들을 준비하고 있는데 국회에서 숙성되지 않은 법안이 훅 지나가면(통과되면) 모든 과정에서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지역의사제 법안 통과에 즉각 반발했다. 특히 지역 수련병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완화, 근무환경 개선 없이는 지역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2월21일 성명서를 내고 “사회적 합의와 논의를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해당 법안의 폐기를 촉구했다. 대전협은 “아무리 우수한 의료 인력을 데려다 놓아도 적절한 부대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채 의무복무만 강제한다면 양질의 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역 의료인력 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10년 후에도 해당 지역에서 남을 ‘지역인재’를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도 나온다.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지역의사제보다는 지역 인재 전형의 비율을 높이는 방향이 더 효율적이고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서 “지역의사제는 실질적으로 의무 복무 기간이 끝나더라도 지역에 정주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도 10년 간 비수도권 의대를 졸업한 후 타 권역으로 이탈해 인턴으로 수련한 일반의 의사는 무려 50%가 넘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를 통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의대 졸업 후 타 권역으로 이탈해 인턴 수련하는 의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 이탈률은 51.4%였다. 지역별로는 경북 소재 의대 졸업생 448명 가운데 90%(403명)가 수도권으로 떠나 가장 높은 이탈을 보였다. 또한 지역의사제를 통해 입학한 학생에 대한 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교수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할 경우 의과대학 내에서 투 트랙(two-track) 으로 가게 된다. 이것은 교육적으로, 제도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박 제2차관은 지역의사제와 관련해서는 “(졸업 후 진로가) 한 학교 내에서 전국구 의사, 지역구 의사로 학생이 나뉘게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 학교와 교수, 학생들이 수용이 되는지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확대, 국민 10명 중 9명 ‘찬성’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국민들은 ‘찬성한다’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12월17일 오전 서울 국회 단체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집단 진료거부 관련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서던포스트가 지난 12월12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16명(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포인트)에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보건의료노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9.3%는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한다”고 했다. 지난 11월4~6일 노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의대증원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82.7%였는데, 한 달 사이 6.6%포인트 증가했다. 1000명 이상이라는 증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47.4%를 차지했다. 2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28.7%나 됐다.

특히 지방에서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강원·제주(95.7%), 대구·경북(93.8%), 대전·세종·충청(91.6%), 부산·울산·경남(91.2%), 광주·전라(91.0%)에서 90%를 상회했다. 의협의 파업 여부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5.6%는 “의협이 진료거부 또는 집단휴업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협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71.9%였다. 한편 노조는 이날 설문 결과를 발표하며 ▲의대 정원 확대와 양성 지원 ▲지역의사제 시행 ▲공공의대 설립 ▲필수·지역·공공의료 지원 강화 ▲개원요건 강화·병상총량제 실시·비급여 진료 통제와 적정수가체계 마련·실손보험 전면 개편 등 왜곡된 의료체계 개선 등 5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의사들의 반대와 몽니 부리기에 휘둘리지 말고 국민의 요구에 따라 강력하게 의대 증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의협이 막아야 할 것은 의대 증원이 아니라 의사부족으로 인한 수·지역·공공의료의 붕괴”라고 지적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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