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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갈등에 대해 살펴보는 바…
2023년 12월 12일 (화) 09:50:27 이은주 한의사 webmaster@newsmaker.or.kr
▲ 이은주 한의사

‘요즘 아이들은…’ 이라는 표현은 고대 수메르 문명의 유물에서도 등장한다. BC 2천년 정도의 점토판 문서에서였을 것이다. 어른과 아이들 사이, 세대 간에는 언제나 긴장과 갈등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되지만, 인류는 세대를 거듭하면서 세대마다 다르게 진화해왔다는 의미도 된다. 자식이 어버이 세대와 똑같기만 했다면 인류는 진화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버이 세대와 자식 세대의 차이가 요즘처럼 현격하게 벌어지는 시대는 과거에도 그리 흔치 않았을 것 같다. 언어의 변화만 해도 말을 못 알아들을 정도의 변화란 보통 몇 세대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동시대에 살고 있는 부모와 자식세대 사이에도 말이 잘 통하지 않을 정도로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화는 여러 종류의 언어를 하나로 뒤섞고, 신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개념의 용어들을 계속 생산해낸다. 낱말 자체를 알아듣는다 해도 그것이 새롭게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부모 세대가 사용한 30년 전의 국어사전을 펴놓고(흔히 한 세대를 30년 단위로 구분한다) 지금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의미와 비교해보면, 그 개념이나 활용법이 크게 다른 경우를 적잖게 찾아볼 수 있다. ‘부인’ ‘영식’ ‘춘추’ 같은 말을 젊은이들은 얼른 알아듣지 못하고, 한국식 외래어와 줄임말로 범벅인 신세대의 말을 어른들은 알아듣지 못한다. 단지 ‘문자가 낯설어서’가 원인이라면 그래도 낫다. 그건 아예 이해할 수 없는 말이라서 오해의 소지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 알아듣는 일상의 말인데 그것이 세대 간에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정도라는 게 문제다. ‘예쁘다’는 말은 함부로 하면 성차별이나 희롱쯤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구세대’ 생각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농담들이 젊은 세대에게는 심각한 진담으로 받아들여지고, 걸핏하면 폭력이다 희롱이다 하여 법정까지 가기도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을 보면 단지 구세대하고만 갈등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끼리도 소통을 잘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서로 간섭하지도, 돕지도 않고 각자의 삶을 알아서 살아가려고 한다. 부부 사이조차도 ‘운명공동체’라는 의식이 (최소한 중노년 세대에 비하면) 희박해 보인다. 부모세대(배우자 부모를 포함하여)의 말은 아예 귀담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무엇이든 분명한 용건이 있지 않은 한, 남에게 함부로 말을 걸지 않는 게 좋은 시대가 되었다. 각자 간섭도 돕지도 않고 알아서 살려고 하니 삶은 더욱 팍팍하다. 억대 연봉을 받아도 여유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어쩌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말이 바뀌고 말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은 의식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구세대, 즉 기성세대의 말을 젊은 세대들이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들에게는 진부한 언어를 넘어 진부한 의식으로 인식되기 때문일 것이다. 노년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에는 공유할 수 있는 노래도 극히 적다. 노년세대가 감동을 느끼는 연가 같은 것들이 젊은 세대에겐 낯설게만 들릴 것이다. 순정이니, 의리니, 인의니, 사랑이니 하는 말들이 과연 구세대에서처럼 숭고한 가치로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대신 단지 이익이 있는가 없는가를 따지고 소수점 몇 자리까지 점수를 매겨 ‘인간의 서열’을 촘촘히 가리는 것을 그들은 당연시한다. 소위 엘리트 사회에서조차 이런 식의 서열의식이 버젓이 존재하고, 그것으로 자기증명과 권리주장을 내세우는 꼴도 흔히 본다. 그 때마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유치한 세상이 되었나, 슬그머니 낯이 뜨거워진다.
‘표준화’와 ‘수치화’ ‘효율성’ - 이것이 필히 중시되어야 하는 사회가 있다. 바로 과학과 인공지능의 사회다. 기계들은 표준의 척도에 따라 설계되고 만들어져야 하고, 그 표준에 비추어 어느 수준의 높낮이를 갖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볼트와 너트 사이에 유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밀성, 안전성과 효과를 최상 수준으로 발휘할 수 있는 화학약품의 합성비율 같은 것은 정밀하 설계와 성실한 기준의 준수가 중요하다. 그 기계적인 일을 정확히 수행하기 위하여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로봇 기계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어느새 인간들이, 인공지능과 로봇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 사이의 공감이나, 화합이나, 윤리도덕이나 애증의 섬세한 감정을 가질 필요가 없는 로봇들처럼, 인간의 두뇌도 삭막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면 감정이 말랑해지고, 시를 읽으면 공감이 일어나는 ‘재래적’ 인간성을 지금의 젊은이들은 성장하는 동안 제대로 권유받은 적이 없다. 남의 마음을 배려하라는 교육보다 남을 이기도록 부추기는 교육을 받고 자랐으니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노자(老子)는 많은 평범한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장자(莊子)는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의 중요함(無用之用)을 설파했다. 귀한 것은 극단적으로 칭송받고 평범한 것들은 극단적으로 천시되는 이런 세태는, 성인들의 오래된 지혜를 저버리고 스스로 지옥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다. 인간 생태의 조화로운 질서를 파괴하고 스스로 벼랑처럼 위험이 많은 세상을 만든 것이다. 
누가 이런 사회를 만들었나. 기성세대 스스로가 해온 것이다. 함께 행복해지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인 ‘자기반성’이 먼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NM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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