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archive)‘는 역사적으로 유의미한 가치가 있는 ’기록물‘과 이를 수집, 연구, 보존해 이용객들에게 제공하는 장소를 뜻한다. ‘시작’과 ‘명령’을 뜻하며 ’원시적이며 근원적인 것‘이자 ’인위적이고 규제적인 질서‘의 이중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그리스어 ‘아르케(arche)’가 어원이다.

황태일 기자 hti@

미술관에서 주로 다루는 ‘미술 아카이브’는 미술 또는 미술 활동과 관련된 각종 사건과 사실, 미술인과 그 주변에 관한 기록물을 포함한다. ‘미술 아카이브’의 일반적인 유형으로는 작가노트를 비롯한, 사진, 영상, 메모, 편지, 브로슈어, 신문, 잡지, 도서 등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록하는 사람이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그 기본 구성의 방향과 구체적인 유형들이 결정되기도 한다.

▲ 정재홍 관장

대전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홍진 아카이브’
정재홍 홍진아카이브 관장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대전시 제1호 마을역사관인 ‘관저마을 역사관’을 설립했던 정 관장은 첫 번째 저서 <정재홍은 늘 선생님>두번째 저서 <나누면 행복하더이다> 그리고 지난 9월에는 <따뜻한 삶 향기로운 삶>이라는 세 번째 저서를 펴낸 바 있으며, ‘안물안 행복농장’에서 30여 가구의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주말 농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대전시 서구 흑석동 구봉산 자락아래에 부인 김순진 씨와 함께 간직해온 소중한 기록물들을 전시한 ‘홍진아카이브’를 개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재홍·김순진의 이름 끝 글자를 따 ‘홍진’이라 이름붙인 홍진아카이브는 두 사람이 평생 살아온 흔적들의 기록을 정리해 전시한 기록관이자 복합문화체험 예술공간이다. 이곳에는 정재홍 관장의 1953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까지 성적표와 각종 상장, 8년간의 학창시절 일상을 써내려간 일기장과 사진들, 가까웠던 지인과 친구에게 받은 500여통의 손편지가 정리돼있다. 1963년 발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서전 ‘국가와 혁명과 나’, 1921년 7월~9월까지의 100년 전 ‘동아일보 축쇄판’, 조선총독부가 발간한 ‘금강산 식물조사서’ 등의 고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각종 강연과 전시, 힐링카페, 주말농장 등 다양한 콘텐츠들로 성인들에게는 향수를, 어린아이들에게는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자극하며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색다른 문화 향유의 기회를 선사하고 있다. 이에 홍진아카이브는 인근의 지역 주민들은 물론 여행객들의 이목을 끌며 대전 명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 중이다. 우연한 기회로 기록물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며 자신과 가족의 삶이 묻어나는 사진, 일기, 자료 등을 버리지 않고 꾸준히 모아왔다는 정재홍 관장은 “세월 속 망각에 의해 사라질 모든 삶의 순간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자료들도 언젠가는 없어질 테지만 그동안의 세월을 모으고 기록한 것들을 다시 되돌아보며 새로움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공유와 베품의 의미를 전파하며 선한 영향력 행사

“그동안 받아온 사랑과 도움을 다시 사회에 돌려주며 남은 생을 채우고 싶다. 홍진아카이브를 비롯해 관저마을 역사관 등의 설립도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공유와 베품의 의미를 다져나갔으면 한다.”고 담담히 소회를 피력했다.  대학 졸업 후 삼립식품(주) 연구실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정재홍 관장은 해태제과(주) 음료개발과장, 해태유업 연구개발실장, 부장, 이사를 거쳐 기술연구소장직을 맡으며 국민 식생활 향상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이후 중앙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중앙그룹 기획 담당 부사장, 중앙정보처리학원 전국 6개 학원 총원장, 중앙전자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 2000년 고향으로 귀향했다. 이후 구봉신협 제12대·13대 이사장을 역임하며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탠 그는 자신이 가진 일본어와 중국어 실력을, 20년 넘도록 재능기부를 통해 무료 강의를 진행해 오면서 주변으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대전 시청을 시작으로 여러 기관에서 일본어, 중국어, 영어 재능기부를 통하여 3,000명이 넘는 제자를 길러낸 정 관장은 최근 유튜브 채널 <정재홍 TV>를 개설해 삶에 관한 모든 것을 업로드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채널에 올린 콘텐츠에는 MBC 다큐에세이 <그사람>, KBS <다정다감>, CMB <명불허전>, TJB <사람과 세상>, KTV <국민리포트>등 그가 출연했던 다수의 영상과 그가 손수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들이 올려져 있는데, 그 퀄리티가 매우 뛰어나 구독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정재홍 관장은 “제 나이 칠십 중반이 되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저에게는 배우고 익힌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즐거움이다. 재능을 나누고 배려하며 사는 삶은 행복파이를 더 키워준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가르치는 일은 계속하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보람된 일도 하면서 살 생각이다”고 소망을 밝혔다. 바로 이런 사람이 이 시대가 찾는 참 영웅이 아닐까 하고 기자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보았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