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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떠나기 위해 머물고 머물기 위해 떠난다”
2023년 12월 07일 (목) 09:53:10 윤담 기자 hyd@newsmaker.or.kr

근대 과학기술 혁명은 ‘발견·발명’으로 상징되던 시대였다. 자연에 종속돼 있던 인류는 인간을 중심에 둔 새로운 관점으로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 세균,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자동차, 컴퓨터를 발명했다. 

윤담 기자 hyd@

과거 발견과 발명을 토대로 혁신적인 도전을 요구하는 현대 과학기술은 인간과 사회에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을 동반한다. 윤리와 책임의식이 강조되는 것은 현대 과학기술의 파급효과가 너무 커서 사회에 긍정적 영향만 주지 않기 때문이다.

원시적 생명력과 인간 본성을 회복하고 초월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다
주목받는 작가 기옥란은 지난 2010년부터 ‘트랜스휴먼’과 ‘네오노마드’를 주제로 다양한 오브제와 구조적 조형요소들을 활용하여 예술적 사유로 표현하는데 집중해왔다. 작가의 주요 화두인 트랜스휴먼은 작가의 오랜 성찰과 탐구를 통한 예술세계의 결집으로, 과학기술과 유전공학 및 인공지능을 통한 인간과 기계의 중간적 존재,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를 넘어선 초월적 존재로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한 21세기 진화된 신인류의 모습이다. 네오노마드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직관적 판단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정보의 바다를 유랑하는 고독한 현대인들의 표상으로, 기 작가는 ‘테크노피아’라는 새로운 격류 속에서 어떻게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고 지키고 가꿔 나가야 하는지, 나아가 초월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이에 기 작가는 절제된 구성으로 사물의 형태를 단순화시켜 재해석해 표현하기도 하며, 비대칭적 기하학적 표현과 상징적인 기호를 통해 새로운 실험정신으로 일정한 형식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재료와 미술 사조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표현한다.

▲ 기옥란 작가

기옥란 작가는 “우리는 이제 차이와 다양성과 감성을 중시해야 한다. 우리는 떠나기 위해 머물고 머물기 위해 떠난다”면서 “제 작품이 지향하는 미래적 가치를 ‘인간과 인간의 화해, 도시와 자연의 화해, 인간과 자연의 화해, 인간과 사물의 화해’에 두고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기옥란 작가의 작품들은 물감을 기반으로 20세기 복합 재료와 복합미디어가 접목되어 있는데, 컴퓨터 메인보드, CPU쿨러를 비롯해 금속마스크, 추상적 이미지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가미되면서 신기술의 미래사회와 불확실성을 동시에 표현한다. 이에 대해 기 작가는 “작품 소재로 자주 사용하는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 메모리 칩, 키보드 등의 컴퓨터 부품들은 하나하나가 그 조형미와 상징성이 뛰어나다”면서 “이것들은 우리들의 생존의 질과 양을 증가시키고 인류의 미래를 여는 동력이자 열쇠이며 손 안의 작은 도서관이자 마음의 창과도 같다. 그리고 지혜와 지식의 보고이자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우리 사회의 현재, 또 미래 사회의 모습과 너무 흡사해 작업을 할 때마다 수많은 미래지향적 영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통찰과 휴머니즘의 접근으로 새로운 시대성 창조하다
‘한국의 피카소’, ‘한국의 장 미쉘 바스키아’라 불릴 정도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기옥란 작가는 국내뿐만이 아닌 ‘베니스 비엔날레 프로젝트 초대전’, ‘파리 루브르미술관 아트 파리전’, ‘파리 앙데팡당전’ 등 전 세계의 굵직한 전시에 참여하며 산업 과도기 시대에 있어 가치 있는 예술관을 선보여왔다. 특히 삶의 변주곡처럼 전개되는 인간의 정착과 이동의 역사처럼, 머무름에서 흐름을 읽어내고 있는 기 작가는 최근 트랜스휴먼이라는 주제로 그림과 사진, 오브제 작업도 함께 탐구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를 통해 그는 인간의 정신적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초월성을 가진 ‘트랜스휴먼’과 신유목민 ‘네오노마드’ 시리즈 외에도 ‘관계와 소통을 위한 변주곡’, ‘공간에 대한 사유’, ‘원형으로부터’,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위한 변주곡’ ‘은하수와의 조우’ 등 유사한 작품세계를 더욱 심화, 발전시켜 나가면서도 다양한 사유를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트랜스휴먼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인간을 특권화하지 않는 휴머니즘의 접근으로 소통의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시대성을 창조하고 예술의 본질을 찾고자 시공간을 뛰어넘는 또 다른 탐색과 창조의 공간인 자신만의 내면의 동굴 속에서 매혹적이고 영감이 넘치는 예술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기옥란 작가. 그는 “변화무쌍한 우리들의 삶 속에서 개개인의 내면적 인간성에 대한 자성을 시작으로 평화로운 지구촌을 형성한다”며 “무한한 문명사회의 변화 속에서 자발적인 조화와 화해의 노력은 항상 기억하고 지녀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간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기술의 편리함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에서, 기술적 편리함만이 아닌 인간성과 도덕성의 재고와 재환기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한편 서울 세텍 컨벤션센터 2023 뱅크 아트페어 및 아트광주 2023, 10-11월 갤러리 트랜스휴먼초대전과 영갤러리 초대전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기 작가는 오는 2024년 1월 용산아트홀 개인전, 코엑스 2월 아트엑스포 전시 등을 앞두고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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