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카롤 보로위츠키(Karol Borowiecki)는 독창성이 높은 작품일수록 후대에 미치는 영향력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좋은 스승이 있을 때 모방의 과정을 거쳐 결국 독창성 높은 작품을 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밝혔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창조성은 이전과 다른 데서 오는 불편함을 마주할 용기를 갖는 힘이 필요하다.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방식으로 답한 이들을 보며 각자의 위치에서 재해석하고 기존과 다른 방식의 길을 모색할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인 현대 불화 선보여
신진환 화백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40여 년째 불화 외길을 걷고 있는 신진환 화백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임석환 선생의 불화 이수자다. 불화(佛畵)라고 하면 불교 회화의 준말이며 쉽게 말해 불교 그림, 즉 불교의 사상과 교리에 기초하여 중생을 교화하려는 목적으로 그려진 성스러운 종교화를 뜻한다. 우리의 불화는 고구려로부터 조선까지 면면히, 왕실로부터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당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과 사회, 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이어져 온 예술이다.

▲ 신진환 화백

특히 불교문화가 가장 찬란하던 고려시대의 왕실에서 발원한 불화를 보면 당대 최고의 화원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한 전통회화의 진수를 담고 있는 예술품으로서 당시의 회화 수준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에 불화는 종교화로서도 그 중요성이 클 뿐만 아니라 예부터 전해오는 회화 작품을 통틀어 양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불화를 빼고는 우리 미술의 역사를 논할 수 없으며, 회화로서도 예술성이 대단히 높은 그림이기도 하다. 형을 따라 방문한 사찰에서 불모(佛母)가 불화를 그리는 광경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아 20대에 불화세계에 입문한 신진환 화백은 불화장 임석환 선생에게 사사한 후 양산 통도사와 부산 범어사를 비롯해 용인 선봉사 등 많은 사찰에서 벽화와 불화를 그려왔다. 이후 신 화백은 전통 불화에서 더 나아간 현대 불화로 전통 불화가 가진 진중함이나 엄숙함 대신 새로운 시각으로 종교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며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글라스를 낀 미륵불, 로켓을 탄 부처님 등을 담아낸 그의 톡톡 튀는 불화는 진중함이나 엄숙함은 찾아볼 수 없다.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를 익살스럽게 그린 춤추는 호랑이는 위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친근한 대상이다. 신진환 화백은 “불화는 경배와 예배의 대상인데 사찰에만 부처님 그림을 모실 게 아니라 일반 가정에도 부처님을 한두 점 걸어놓고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면서 “원색을 쓰다 보니 불화하면 무섭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가정에 부처님 그림을 걸어놓으면 감상하고 얘기하고 편안함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러한 신 화백의 작품세계에 대해 김영재 철학박사는 “의식의 일상화라고 할 수 있는 전통의 현대화를 통해 동시대의 감수성을 깊숙이 파고들어 현실화하는 접근방식”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SNS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한국의 현대불화 선보여
“불화가는 대중에게 진리를 호소·설득하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부처님 말씀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평생을 불모로 산 만큼 이제는 부처님 밥값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산다는 그는 30년 남짓 매일 아침마다 아미타불과 석가모니불, 약사여래, 달마대사 등을 사불(寫佛)한다. 최근 들어 무릎 건강이 악화돼 중단했지만 108배도 매일 했다. 부처님을 생각하며 하루일과를 시작함으로써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렇게 낮에는 남들이 도상으로 만들어 놓은 불상(佛相)의 틀을 깨고 진짜 불상을 찾으려 매일매일 부처님 한 분씩 그려 나간 신 화백은 최근 SNS를 통해 자신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신진환 화백은 “현대불화를 온라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다가갔으면 한다. 그림 속에서 불교 교리가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SNS라는 채널은 세계인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접점이기도 하다. 한국의 불교를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좋은 곳이다”고 부연했다. 그림이라는 통로로 매일매일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불국토를 안내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신진환 화백은 “불법의 진리가 작품 안에 녹아 대중과 소통하고, 작품을 접한 이들이 불화 속 부처님을 바라보며 평화와 행복을 느끼며 힘든 삶 속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소망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