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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 전면 금지
IB 전수조사해 불법 무차입 공매도 강력 적발·처벌
2023년 12월 05일 (화) 22:31:20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금융당국이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외국인·기관투자자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아 온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전수조사해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강력히 적발·처벌하겠다는 계획이다. 

황태희 기자 hth@

지난 11월5일, 금융위원회는 임시회의를 열고 11월6일부터 내년 6월 말까지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을뿐더러 외국인·기관투자자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반복됨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예외적 공매도 허용은 시장참가자의 거래 편익 위한 조치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의 공매도 역시 금지 대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동성 공급을 위해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항목까지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 자체가 다분히 정치적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지난 11월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공매도가 여전히 허용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의 공매도를 막으면 투자자 보호나 시장 발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 위원장 발언은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에 대해서도 공매도 제한을 주장하고 있는데 검토하고 있는가”라고 질문한 데 대한 답이었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공매도 완전 폐지’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답변한 것이다. 국회에서 거론된 시장조성자는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주식 거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증권사를 가리킨다.

유동성공급자는 매수·매도 호가 차이로 인해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종목에 대해 증권사가 매수·매도가를 조정해 제시하며 거래에 참여하는 증권사를 의미한다. 시장조성자, 유동성공급자 모두 주식시장 유동성을 높여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인 것이다. 금융당국은 2008년, 2011년, 2022년 등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릴 때마다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에 한해 예외로 차입 공매도를 허용해왔다. 하지만 공매도를 금지한 이후에도 공매도 잔액이 늘어나며 개인투자자들이 “예외를 둬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조사하겠다”며 한발 물러난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해명하고 나섰다.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에 대한 예외적 공매도 허용은 시장 안정을 훼손할 염려가 없고, 궁극적으로 시장참가자의 거래 편익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후 3일간 국내 증시에서는 파생시장 조성자,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의 헤지(위험회피) 목적 공매도만 있었다. 그마저도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주식 거래대금 대비 1% 미만 수준으로 출회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직전인 지난 11월3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7723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11월6일 1975억원, 7일 1442억원, 8일 488억원 등 공매도 거래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조성자, 유동성공급자에 대해 예외 공매도가 불허되면 시장조성, 유동성공급호가 제출이 어려워 해당 종목 투자자들은 원활한 거래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ETF 유동성공급자의 매수호가 공급이 줄어들면 투자자 매도 기회가 제한되고 기초자산과 가격 차이가 커지는 등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자산가치 괴리율 차이가 6% 이상이면 3거래일간 단일가 매매, 마지막 단일가매매일 괴리율이 9% 이상이면 익일 거래정지 조치된다. 시장조성자, 유동성공급자에 대해서도 불법행위로 분류되는 무차입 공매도는 엄격히 금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는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의 차입 공매도 관련 제반 규정을 준수하는지 철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시장감시위원회에서도 시장조성자, 유동성공급자 계좌를 대상으로 차입계약서를 징구해 차입 여부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들에 대한 예외는 ‘반쪽짜리 공매도 금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매도 금지가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선 시장조성자의 공매도까지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에 대한 공매도 제한을 검토해야 한다는 국회 압박도 거세다. 전날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2월 시장조성자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적이 있다”며 “예외적으로 공매도가 허용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에 대해서 금감원을 통해 조사해달라”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 대거 ‘주가 하락’에 베팅
국내 증권시장에 역사상 네 번째로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가 시행된 첫 주에 개인투자자(개미)들이 대거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이유로 공매도에 비판하던 개미들이 금지 조치 이후 주가 하락을 노린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한 상황이란 지적이 나온다. 11월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지난 11월6일부터 10일까지 개미들은 소위 ‘곱버스’라고 불리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를 187억5602만2070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역으로 2배 추종하는 것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것에 베팅할 때 순매수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369억7342만9615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미들은 TIGER 200선물인버스2X ETF와 TIGER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에도 대거 몰렸다. TIGER 200선물인버스2X ETF는 이 기간 9억9198만1365원어치를 순매수했고, TIGER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는 8억4478만1445원어치를 사들였다. 개미들은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이차전지(2차전지) 종목에 대한 하락 베팅에도 대거 나섰다.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의 경우 같은 기간 개미들이 380억9563만3285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이 17억8082만6475원어치를 판 것과 대조된다. 최근까지 곱버스 순매도세를 이어온 개미들은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타’에도 몰리고 있다. ‘손바뀜’을 나타내는 시가총액 회전율도 올해 1월 일 평균 0.7% 수준에서 2차전지 열풍 및 초전도체 테마주가 각광받던 7월 1.34%까지 올랐다가 지난달 0.6%대로 하락했다. 11월 초까지만 해도 0.54%였지만, 11월6일 2배 수준인 1.1%로 상승했다. 공매도 시행 첫날인 지난 11월6일 증시가 급등한 뒤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개미들의 선택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매도가 금지되면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해온 개미들이 하락에 베팅한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미들은 “공매도 세력이 주식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회 공매도 제도 개선 국민청원 참여 인원이 5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런 목소리에 내년 총선을 앞둔 여당 내부에서 공매도 한시적 금지 의견이 나왔고, 금융당국이 이를 받아들인 바 있다. 여전히 공매도 전면 금지로 국내 증시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개미들이 많은 가운데 외국인 이탈 등이 전망되면서 결국 개미들에게 주가 방향에 대한 '키'가 주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쇼트커버링 이후 수급의 키는 개인에게 있는데, 공매도가 금지되면 외국인 수급은 대체로 매도 우위였고 수급 공백은 개인 투자자가 메운다”며 “개인 자금 중 ‘뭉칫돈’의 흐름은 기회비용에 민감한데, 현재 PER은 10배 수준이지만 높은 금리로 개인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될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위험 선호 성향의 자금은 일드갭이 축소돼도 유입될 수 있다”며 “올해 초와 같이 투자 심리 개선과 주가 모멘텀이 전제될 필요가 있는데 2차전지에서 건강관리, 반도체, S/W의 모멘텀이 부각되면서 수급 중심축 이동도 수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매도 전산시스템 도입 관련 논의 본격 시작
금융당국이 공매도 전산시스템 도입 관련한 논의를 본격 시작한다. 전산시스템 도입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실시간으로 불법 공매도를 포착·차단하는 시스템 구축까지 추진될지 주목된다. 지난 11월2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증권사 등 업계와 함께 ‘무차입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방안’을 논의한다. 지난 11월6일 공매도를 중단한 뒤 다루기로 했던 전산시스템 구축 논의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은 11월16일 민당정협의회에서 이 같은 ‘공매도 제도개선 방향’, ‘불법공매도 조사현황 및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14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해결책을 준비해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논의 결과 기관의 대차거래 상환기간을 개인의 대주 서비스와 동일(90일+연장)하게 설정하기로 했다. 개인의 대주담보 비율(120%)은 기관·외국인의 대차와 동일하게 105%로 낮춘다. 불법 공매도 거래자에 대한 최장 10년의 주식거래 제한, 상장사·금융사 임원 선임 제한 등 제재 수단을 다양하게 하고,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처벌 수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불법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해 기관 투자자에 전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2020년 의견수렴 당시 구축이 어렵다고 결론 난 불법 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에 대해서는 3년이 지난 현재 기술로 구축할 수 있는지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전산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지만, 당국에선 시스템 도입에 난항이 있을 것이란 분위기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11일 국감에서 ‘공매도 수기관리에서 벗어나 전산시스템을 도입할지’ 여부에 대해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외국에서도 (공매도 전산시스템으로) 안 하고 있다”며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을 도입해 거래를 복잡하게 하는 게 투자자 보호인지 정말 자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후 금융위는 입장을 바꿔 제도개선에 착수하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1월16일 민당정협의회에서 “제도개선 사항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때 (내년 6월말로 예정된 공매도 금지 기간) 연장할 수도 있다”며 “해외 투자자가 빠져나간다는 얘기가 있는데, 신뢰가 더 쌓인다면 향후 해외 투자자들이 더 많이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각론 논의가 중요하다”며 “제도개선 과정에서 불법 공매도에 대한 단호한 적발·제재, 외국인 투자 유입 여부 등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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