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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잠은 일종의 축복이다
2023년 11월 15일 (수) 06:19:04 이은주 한의사 webmaster@newsmaker.or.kr

이은주 한의사 / 생태주의 건강 성생활  

▲ 이은주 한의사

 단잠은 일종의 축복이다                    

잠과 건강의 인과관계는 상호적이다.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잠에 문제가 생기면 건강을 제대로 지킬 수가 없다. 건강은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상태’를 의미하는데(국제보건기구의 정의), 잠은 이 세 가지 조건 중 어느 것 하나가 불안해도 방해를 받는다. 그와 동시에 잠이 충분하지 못하면 이 세 가지 조건이 모두 차례로 불안해진다. 잠을 잘 못 자면 몸에 피로가 쌓여 신체 방어능력이 떨어지고, 정신적으로 예민해지며, 그 여파로 사회적 활동에도 지장을 받게 된다. 인간의 생존에 있어 양질의 잠은 양질의 음식만큼이나, 어쩌면 그 보다 더 중요하다. 

조금 철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인간은 잠에서 깨어나 잠으로 돌아가는 존재다. 모태에서 잠들어 있는 상태로 발생하여 자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깨어나 수십 년 사람노릇을 하다가 다시 잠드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깨어나 살아있는 동안에도 하루 중 1/4 이상의 시간동안 잠을 자면서 지친 몸을 회복하고 다시 깨어난다. 이러한 사이클이 무너지면 제 아무리 강철 같은 사람이라도 몸이 건강을 잃고 정신적 정서적으로 취약해진다.

하루 중 필요한 수면 시간은 나이나 생활환경, 개인의 체질 등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개는 유소년기에 9시간에서 10시간 이상, 성년기에 7~8시간 정도다. 어느 경우에도 최소한 7시간은 넘어야 한다. 바쁜 일과 때문에 그보다 덜 자는 사람들은 낮에 조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 정상 일과에 방해를 받는다.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폭발사고나 챌린저 우주선 폭발사고 등 대형사건 뒤에는 그 시간 감시 근무자의 수면부족 상태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우리 생활주변에서 목격되는 사고들 중에도 수면부족과 연관된 사례는 허다하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마다 볼 수 있는 ‘졸음운전 주의’ 문구들도 바로 많은 사고들이 수면부족에서 비롯됨을 잘 보여준다.

청소년기에는 밤에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것은 호르몬 발달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생리현상이라는 이론도 있다. 청소년기는 유소년기만큼이나 충분한 잠 시간이 필요하다. 뇌의 발달이 엄청나게 빠르게 일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충분한 잠을 통하여 낮 동안 경험한 활동과 지식의 취득정보를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자는 동안 뇌는 경험정보들을 분석하고 정리해 저장하는 작업을 한다. 이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지식을 배워도 그것이 삶에서 필요한 순간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조금 빗나가는 이야기 같지만, ‘교육열’이 높은 일부 사회에서는 정리 저장에 필요한 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고 지식을 주입하는 시간만 강요하는 일이 흔하다. 이런 교육은 필연적으로 학생들의 머릿속을 정리 안 된 창고처럼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주입된 정보가 정확한 연관성을 가진 체계적 정보로 저장되지 못하고, 단지 정보 자체로 그저 쌓이기 때문에, 분명히 고급 지식과 정보들을 달달 외우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단지 지식으로 그치고 마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고급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인격과 품격을 발휘하지 못하고 단지 부와 공명을 경쟁하는 천박한 지식기계로 작동하는 것도 잠의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의 우리 한국 사회도 다분히 잠을 재우지 않고 ‘주입식 교육’에 몰두했던 기형적 교육열의 여파 속에 놓여 있다.

요즘 학생들은 높은 경쟁률이나 학습의 강요를 덜 받는 대신, 이번에는 인터넷과 모바일 게임기들에 잠을 빼앗기고 있다. 잠의 부족은 필연적으로 건강과 수명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는데, 오죽하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간의 수명이 인터넷 매체들 때문에 더 이상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야 하고, 잃어버린 잠을 회복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대한 과제가 되고 있다. 

대한수면연구학회가 권고하는 ‘잠을 잘 자기 위한 기본 원칙’을 소개한다.   
1.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라. 
2. 수면 환경은 조용하고 어둡게 하며, 너무 덥거나 춥지 않게 하라.
3.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 단 자기 직전에 과한 운동은 피하라.
4.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나 음식을 피하라.
5. 자기 전 흡연이나 음주를 피하라. 술은 잠을 돕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수면의 후반기에 잠을 자주 깨게 하며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6. 자기 전에 따뜻한 목욕은 도움이 될 수 있다.
7. 배고픈 상태나 과식 상태는 피하라.
8. 잠자리에서 시계나 휴대폰을 자주 보는 것은 잠을 방해한다.
9. 잠자리에서 TV를 보거나 독서하거나 먹거나 다른 일을 하지 말라. 
10. 중간에 깨어 잠이 오지 않는다면 차라리 일어나서 다른 일을 해보라. 하다가 다시 졸리면 그 때 잠자리로 돌아가라.
11. 수면 중 밝은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라.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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