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서산시의 조용한 마을인 간월도에는 아름다운 경치로 유명한 곳이 자리하고 있다. 서산 제3경으로 불리는 이곳은 정적인 풍경을 찾는 불교 신자와 풍성한 어획을 원하는 어부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해왔다. 

황태일 기자 hti@

큰마을영양굴밥은 이곳에서 40년 넘게 약 200명의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의 식욕을 만족시키며, 맛있는 요리와 따뜻한 환대로 평판을 쌓아온 작은 식당이었다. 1980년부터 늦은 밤까지 노력하여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하며 마을의 중심이었다. 수년 동안 열심히 노력한 끝에 지역주민과 방문객 모두의 충성스러운 손님을 얻었으며, 큰 건축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에는 인기가 급증했다. 지금은 부모님의 정신을 물려받아 한식의 세계화에 동참하고 있는 김병식 대표를 만나 맛과 멋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김병식 대표

꾸준한 연구와 노력으로 인정받는 CEO
김병식 대표에게 2002년은 전환점이었다. 안면도 세계 꽃 축제가 더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면서 바쁜 시기를 보냈고, 가업도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운명은 가혹했다. 장엄한 계획으로 시작된 식당이 부모님의 중풍 투병으로 위기에 놓인 것이다. 부모님 옆에서 지켜보며 도와드리던 것이 전부였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식당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그는 요리의 품질과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조리 기술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렇게 요리 기술을 완벽하게 숙달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 김 대표는 요리학원에 등록하고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준비하며 기본적인 조리를 익히기 시작했고, 2003년 5월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다행히 병세가 호전되신 부모님의 도움 덕분에 가게 운영의 여유를 되찾게 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어리굴젓 담는 법 등을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들을 하나씩 배우게 된 그는 2011년 양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2012년에 한식조리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한데 이어 20여 년간 한식의 다양한 요리 및 한식디저트 과정 등을 배웠고, 중식조리를 위해 세 분의 스승에게 사사한 그는 지난 2022년 한국조리기능장이 되었다. 가업을 승계한 이후 김 대표의 혁신 경영은 계속되어 왔다. 지금이야 전국의 모든 음식점이 잔반을 재사용하지 않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시골 식당에서는 손대지 않은 반찬을 재활용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과감하게 제공된 전체 반찬을 폐기, 이를 꾸준히 실천한 결과 2007년에는 부석면에서 건강식당 1호 인증을 획득하는 쾌거도 거두었다.

한편으로는 비수기의 경영 위기를 개선하기 위해 바지락을 응용한 요리를 개발하여 왔고, 그 결과 현재 바지락 영양밥과 바지락 무침 등이 추가된 계절 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부모님으로부터 전수받은 어리굴젓을 20년간 매년 저염으로 담는 법 등을 개발, 올해는 어리굴젓으로 특허 등록도 완료했다. 김병식 대표는 “지역 손님들께서는 집에서 직접 담근 어리굴젓을 맛볼 수 있음에 좋아하신다”면서 “큰마을영양굴밥집에서는 매년 2.4t~2.9t의 어리굴젓을 직접 담아 반찬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반찬으로만 제공해오던 어리굴젓을 이제는 소스 연구 및 요리로 개발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회의 본보기가 되는 장인으로 거듭나다
김병식 대표의 도전과 결의, 헌신은 가히 고무적이다. 양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예의 문화적, 전통적, 역사적 측면을 되살리고 보존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열정과 집념이 지역 특산품 사업을 번창시키고 시장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원동력이 된다. 정식 요리 교육를 받지 못한 상태로 식당을 운영하면서 고도의 전문성에 대한 필요성을 여실히 느꼈다는 김병식 대표. 그는 2013년 정부에서 주관하는 글로벌 한식창의리더과정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김병식 대표에게 일본 문화에 내재된 친절과 서비스 정신을 관찰할 수 있는 독특한 관점을 제공했던 이 과정은 혁신적이었고 풍부한 통찰력과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어 2016년에는 충청남도 나트륨 저감 실천 교육도 수료했다. 이후 저염 식단을 만드는 기술에 전념한 그는 염도가 맛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건강과 영양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안 후 파격적인 변화를 감행했다.

김병식 대표는 “현재 김치류 1.5 이하 및 반찬 1.0~1.3의 염도를 유지함으로써 고객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가장 까다로운 어리굴젓의 염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는데, 특히 올해는 쌀누룩을 소금과 발효하여 어리굴젓을 담는 특허 출원도 이룸으로 인해서 지역특산물인 어리굴젓의 염도를 또 한 차례 낮춰 담아 제공함으로써 전통은 지키되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미식 탐험의 여정은 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잊혀진 맛을 발견하려는 열정과 맛의 경계를 넓히려는 헌신으로 김병식 대표는 전통을 되살렸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요리를 창조해냈다. 2013년부터 발효식초와 전통주 제조에 매달려온 끝에 지역특산주 면허를 취득한 그는 이 과정에서 어렸을 때 누룩과 엿기름으로 발효시켜 먹었던 알코올 낮은 쌀 요구르트 음료인 단술도 완벽히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김 대표는 “6년간의 전통주 연구에는 찹쌀 10톤과 약 200여 번의 술빚기를 통하여 우리나라 최초로 누룩을 6%로 빚는 5양주를 신고했으며, 19년에는 7양주로 격을 높이면서 누룩을 2%만 사용하여 누룩의 불쾌한 냄새와 맛을 줄여 제품을 개발하여 상품화했다”면서 “2019년부터는 우리나라 전통 누룩 1% 미만을 사용하여 빚은 청주 허가에 큰 노력을 기울여 왔고, 2022년 말 우리나라 최초로 전통 누룩 1% 미만을 사용하여 빚는 청주 허가를 내는 데 성공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김 대표가 부모님의 가업을 승계 받았던 2002년과 비교하면 매출액이 5배가 넘게 성장했다. 이제 서산시에서 큰마을영양굴밥집은 꿋꿋함과 헌신의 빛나는 본보기다. 눈부신 성장뿐만 아니라 전통과 지역 사회 봉사에 대한 헌신을 통해 그 흔적을 새겨왔기 때문이다. 2018년에는 ‘백년가게’와 2019년 ‘충남행복가게’라는 권위 있는 타이틀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것은 단순한 영예가 아니라 창립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인내와 끈기에 대한 증거다. 김병식 대표는 “부모님의 고생과 노력 덕분에 큰마을영양굴밥집이 백년가게와 충남행복가게에 선정될 수 있었다”면서 이어 “우리도 일본이나 다른 나라들처럼 백 년 이상이 이어지는 가게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