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김석준 회장이 3월19일 정기이사회 결의를 통해 만 4년 만에 대표이사 회장으로 복귀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06년 3월 본격적인 쌍용건설 M&A 진행을 앞두고 회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현 김병호 사장 취임시 대표이사직을 내놓은 바 있다. 김 회장의 대표이사 회장 복귀로 인해 1977년 창립 이후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중동 등 총 19개 국에서 132건 미화 약 78억 달러의 수주고를 기록한 전통적인 해외 건설 명가의 전통을 이어가는데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김석준 쌍용건설 대표이사 회장

김석준 회장은 4년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한 이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등기이사 임기(3년)가 만료된 시점에 주총에서 재선임이 결정되면서 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캠코)와 협의해 대표이사 복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기존에 강점을 보여왔던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에 주력하는 등 본격적으로 해외수주를 강화하기 위해 복귀를 결정했다”며 복귀 배경과 각오를 밝혔다. 김 회장은 여기에다 “수년 내에 사회 인프라 개선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도시개발이나 고급건축 분야에서의 수주가 기대된다”며“수주 목표치의 절반을 싱가포르에서 올리고 나머지 절반을 중동과 함께 아프리카에서 달성하되 특히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를 미래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쌍용그룹 시절 쌍용정유 정유공장을 짓는 등 플랜트 시공실적을 쌓았는데도 수년간 일거리가 없어 주춤하다가 최근 사우디 주베일 담수화플랜트 공사를 완공하면서 3년 만에 플랜트 부문을 재가동했다"고 말했다. 한동안 소강상태이던 플랜트 사업부문을 재가동해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이어 "설계·조달·시공(EPC) 중 설계, 조달에만 고착돼 시공을 맡을 만한 신뢰도 높은 건설사가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판단해 이 부분을 눈여겨보겠다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중동·아프리카 미래시장 주목
쌍용건설 매각과 관련해서는 “외국기업이 관심을 보이며 투자제의도 있었고 해외 IPO를 따로 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전체적인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앞으로 M&A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며 "기업 가치를 저해하지 않고 대주주인 캠코와 주주나 종업원 등 회사 전체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가입찰의 문제에 대해선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문제가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며 "2008년 쌍용건설을 인수하려다 포기한 동국제강 등 적대적 M&A를 시도한 기업들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계약금 반환소송을 내면서 쌍용건설 실사결과 부실이 많았다는 등 회사를 깎아내리는 상황이 다시 벌어져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대표이사 복귀에는 △해외 수주 공로 인정 △인적 네트워크 활용도 △신규시장 진출 필요성 △현장 제일주의 및 발로 뛰는 세일즈 원칙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대표이사직 포기 후 회사발전을 위한 해외사업 영업에 주력한 결과 2007년 9월 국내 해외건설 역사상 단일 건축프로젝트로는 최대인 약 9000억 원(미화 6억8600만 달러) 규모의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수주하기도 했다.
또 2008년 11월 1Km 구간 공사비가 8200억 원(미화 6억3300만 달러)에 달하는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와 함께 2009년 6월에는 영국·중국·홍콩으로 구성된 다국적 컨소시엄과의 경쟁에서 1Km 공사비가 약 7000억 원(미화 5억5300만 달러)인 싱가포르 지하철 2단계 공사 등 총 12건 미화 24억 달러 규모의 해외 영업을 직접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뢰·현장중심 등으로 신망 얻어
김 회장이 10년 이상 한-싱가포르 경제협력위원장을 맡으며 쌓아온 화교 정·재계 인맥은 국내 최고로 알려져 있다. 2006년에는 싱가포르의 관광명소인 센토사섬에 들어서는 최고급 주거시설인 오션 프론트 콘도미니엄 수주에 이어 2009년 싱가포르에 첫 진출한 세계적인 럭셔리 호텔인 ‘키사이드 호텔’ 공사도 김 회장이 ‘브라더(brother)'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이 지내는 싱가포르 최대 기업 ‘홍릉 그룹’ 오너와의 신뢰 때문에 가능했다.

▲ 김석준 쌍용건설 대표이사 회장(오른쪽부터 네번째)이 싱가포르 공사현장을 방문, 관계자들과 공사진행과정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여기에다 2009년 전체 매출의 40%를 넘어섰던 해외 사업 비중이 더욱 확대될 뿐 아니라 최근 몇 년동안 공들여 온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의 신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김 회장의 대표이사 직함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아프리카 등 신규 시장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경우 문서상 모든 책임과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전문 경영인 회장의 직함으로는 신뢰를 주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조직내 임원은 물론 직원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게 된데는 현장 제일주의 원칙과 발로 뛰는 세일즈 철학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추석이나 명절에 개인 생활보다는 해외 건설 현장을 찾아 고향에 가지 못한 직원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이같은 행동은 1983년 쌍용건설의 CEO가 된 이후 한해도 빠뜨리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이라는 것이다. 또 크고 작은 해외 프로젝트 현장을 수주부터 시공까지 직접 챙기는 등 발주처에 공사 책임자로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 역시 김 회장만이 지니고 있는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올 수주 목표액 3조
김 회장은 “건설에도 벤츠나 BMW와 같은 명품 건설사가 있어야 한다”며“쌍용건설은 이를 위해 고부가가치 고급 프로젝트 수주 등을 통해 명품 건설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김 회장은 2007년 9월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복합 리조트 개발의 메인 프로젝트인 55층 3개동 총 2500 객실 규모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Marina Bay Sands Hotel) 공사를 미화 6억 8600만 달러에 단독 수주했다.
김 회장의 이같은 노력으로 인해 2006년 해외 수주 매출액의 경우 122억 원에 머물러 있던 것이 2007년에는 641억 원으로 3배 가량 증가했으며 2008년에는 3788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2009년에는 대표이사직에서 물려난지 만 3년 만에 해외 수주 매출액 8082억 원을 올리는 등 해외 건설 명가로서의 전통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를 뒷받침으로 연도별 매출액 역시 2006년 1조3400여억 원에서 2008년 1조5000여억 원, 2009년 1조9690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 것과 함께 영업이익의 경우 648억 원을 달성하는 등 알짜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3월24일 공시를 통해 올 한해 전체 수주 목표액도 국내 1조8000억 원, 해외 1조2000억 원 등 지난해(2조7600억 원)보다 8.6% 가량 늘어난 3조 원으로 잡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