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생존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는 본능이 있다. 이 본능이 상식의 지평을 깨고 새로운 세계를 창출하여 황홀감에 떨게 하는 예술의 본질과 직결되어 있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예술은 표현 양식이다. 양식을 바꾸어 특수한 것을 찾고, 기존의 언어를 해체하여 낯설음 속에서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탐색해 간다. 형식을 바꾸면 내용도 바뀌어 지고, 내용이 바뀌면 형식 또한 바꾸어지니 형식이 내용을 구속하고 형식 또한 내용을 구속한 셈이다.

▲ 조진학 작가

불교의 세계 구현한 ‘원(圓)’의 미학 선보여
자신의 혼을 불어넣은 작품을 빚어내고 있는 조진학 작가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조진학 작가는 작품 <원>(억겁의 인연)과 <비상>으로 각각 2023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비구상(조각) 부문과 구상(서양화) 부문에서 입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어릴 적부터 불심이 깊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불교의 사상을 작업에 접목한 작가 조진학은 불교의 세계를 구현한 원(圓)의 미학을 선보여왔다. 조형예술의 신개척지 탐구를 위해 부단한 노력과 열정을 쏟아온 조 작가는 현세와 내세의 풍광을 표현하기 위해 고심해왔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작품으로 승화하기 위해 ‘원’이라는 형태를 기본 바탕으로 입체적으로 재구성하고, 목탁과 동자승, 전구 등 불교 미술을 현대 미술로 표현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조 작가에게 있어 ‘원’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완벽한 것이다.

원 안에는 우주라는 커다란 공간과 그 속에 존재하는 시간을 담아낸다. 완전무결한 절대 경지이자 완전한 상태, 그것이 조진학 작가가 표현하는 예술이자 구도행위일지도 모른다. 물레 없이 오로지 손작업으로 원으로 된 작품을 빚어내고 있는 조 작가는 “자연에서 세상의 모든 미적 요소들을 찾는다”면서 “표현하고자 하는 형태의 단순화 과정에서 복잡하고 화려한 형상들을 변화하여 가장 단순한 원이라는 형태를 탄생시켰다. 가장 단순한 형태에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예술이자 구도인 듯한 여러 가지 다양성과 부조화의 균형으로서의 조형적인 원이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예술이자 구조인 듯 싶은 모티브로 일관되어 있다. 이러한 조진학 작가의 작품세계는 코로나를 전후해 확연한 변화를 보인다. 이전에 조형과 설치작업의 실험적 도전으로 표현된 작품을 선보였다면 최근에는 도자의 온성에서 금속의 냉성으로 그 속성의 변화를 통해 색감의 변화가 보인다. 원의 범위 또한 심성(心性)에서 신성(神性)으로 변화해 나가는 듯하다. 최근 금속 성향의 작품에선 특히 우주 속에서의 원체들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많아졌다.

한정된 예술 영역의 폭을 넓히고자 새로운 분야 개척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지만, 공부하기를 원하는 부모님의 눈을 피해서 그림을 그렸던 조진학 작가. 영남대 미술대학 조소과에 진학했던 그는 미술 학도로서 포부가 컸다. 하지만 현실은 따라주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건축디자인에 관심이 있어 심도 있는 공부를 하고, 실내 인테리어를 업으로 하게 됐다. 작은 현장에서 꿈틀대고 있을 때 중국에서 사업을 해 보라는 지인의 권유에 해외 진출을 했다.

특히 국내에서의 일정한 창작활동을 기반으로 한정된 연구 영역의 폭을 넓히고자 중국의 유명 중국미술원 및 중화권 나라에 유학하며 일반 예술분야에 없는 분야를 개척해냈다. 그렇게 북경 상해 국제 미술전, 홍콩 국제 아트페어, 타이페이 국제 아트페어 등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조진학 작가는 귀국 후 지난 2019년부터 국내 활동을 시작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4회의 개인전을 비롯해. 대전 국제 아트페어,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 아트페어, 대한민국 불교문화 엑스포 등의 그룹 및 단체전에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사)한국미술협회, 대구미술협회, 남구미술협회, 화우반세기회에서 활동 중인 그는 최근 문화예술진흥원 주관 지역작가 미술작품대여사업에 선정되어 대구기계부품연구원에서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