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아름다움을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을 통해 자기를 실현하고자 완전함으로 나아가려고하는 의지의 길을 찾는 존재이다. 예술은 그래서 인간 삶의 현장을 아름답고 조화로운 생기를 불어넣는 모든 활동과 그 산물이 되고 또한 현실을 실현하는 원천 중 하나이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예술의 관점은 인간과 사회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가는 의지를 더욱 활성화하고자 한다. 예술은 자연이 되고 그 자연을 조화롭게 재창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치 경제 문화적 관점을 차원 높은 가치로 환원해가려는 의지가 내재해 있다.

▲ 전지연 작가

추상도예 통해 우연한 사건들로 이루어진 우리의 삶 반영
작가 전지연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전지연 작가는 지난 7월 관훈갤러리에서 ‘피스 오브 컬러’展을 성황리에 마쳤다. 회화, 조각 공예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공예관을 구축하고 있다. 도자 조각을 모아 모자이크 도판을 만드는데, 화면을 구성하는 조각들은 흙의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차분한 색채로 전 작가의 감성적 조형언어를 가미해 표현한다. 이러한 작품을 두고 전지연 작가는 ‘추상도예’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도자기 형태의 모습과 다른 ‘깨뜨림’이라는 형태를 통해 작은 조각조각마다의 의미와 이야기를 담아 작품을 표현함으로써 각기 다른 색감, 모양, 질감, 입체감을 결합하는 과정을 통해 우연한 사건들로 이루어진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 일상 자연을 실용성이 높은 생활자기에 장식으로 풀어내고 있는 전 작가는 컵, 화병 등 기물의 표면에 나뭇잎을 활용한 스텐실 기법으로 흙의 질감과 유약의 경계를 드러냈다. 퍼즐형식으로 재배치된 조각은 화면 안에서 각자의 색과 높낮이를 가지고 입체와 평면의 경계를 넘나든다. 깨져 버린 각기 다른 조각들이 서로 맞추어지며 조화로움을 만들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마치 내안에 파편처럼 흩어진 수많은 감정과 경험이 오롯이 받아들여지는 수련의 과정과 닮아 있다. 이를 통해 각자 ‘나’를 만날 수 있는 시적인 작품 해석을 관객에게 전달하여 소통하는 추상 도예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전지연 작가는 “형태를 단순화시키고 면과 색으로만 표현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단순한 구상일수록 다양한 해석을 만들어낸다는 점이 추상도예의 매력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전 작가는 ▲동서양의 시간을 초월한 나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표현한 ‘시간 시리즈’(Piece of Timeless) ▲도자 조각을 활용한 모자이크 작품으로 도자 조각마다 색깔과 질감, 입체감을 달리 표현함으로써 작은 감정, 기억, 경험이 입체적으로 표현된 감정 시리즈(Piece of Emotion) ▲작품 전체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테마로 도자 모자이크 위에 텍스트 오브제를 활용한 기억 시리즈(Piece of Memory) ▲달항아리에 진심을 다해 색감을 입힌 색의 조각(Piece of Color) 외에도 자연의 일부를 오브제에 담은 자연 시리즈 등을 주제로 담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전지연 작가는 “밝게 빛났던 시간 또는 어두웠던 시간, 그런 것들이 다 합쳐져서 우리의 인생이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도자기의 취약한 성질인 깨짐을 의도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저의 작품을 보고 일상을 한 번 돌아보고 자신을 새롭게 만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내면의 감정들을 도자 조각들에 담아내다
초창기 작업에서 비정형, 또는 정형으로 깨진 도자 조각들을 조화롭게 맞춰 그 위에 전사지를 사용하거나 회화적 요소를 가미해 질감, 입체감을 달리 표현했던 전지연 작가는 근작에서 밝게 빛나던 순간, 따뜻하고 소중했던 추억, 어둡고 거친 기억 등 숨기고 싶은 내면의 감정들을 모두 조각에 담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전 작가는 “파편화된 삶의 희로애락은 쓸모없이 버려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신의 온전한 모습은 그런 조각들 없이는 이룰 수 없다” 면서 “그 조각들을 맞춰가는 과정이 곧 삶을 예술로 만드는 과정이다. 그런 과정을 면이나 색감을 통해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재료와 방법, 개념을 통합해 새로운 창조물을 얻는 작업을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는 그는 “회화작가들은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대상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시도한다”면서 “도예가들도 회화작가들처럼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얻는 시너지가 적지 않을 것이다. 다음 전시에서는 깨진 조각들로 벽 한 면을 채우는 등 작품 사이즈도 키워보고, 설치작업도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올해 10월에는 헤이리 예술마을에 위치한 갤러리 이레 (Gallery Jireh)에서 그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현재 헤이리 새오리공방에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전지연 작가는 경희대 요업공예과를 졸업 후 미국 FIT 의상학과와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도예학과를 졸업했다. 국제KWCA협회전(이천), 공예트랜드페어(서울), 아시아현대교류전(일본) 등 개인전 6회와 국내외 크고 작은 단체전에 참여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