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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한의사 / 생태주의 건강 성생활
2023년 07월 11일 (화) 00:08:32 이은주 한의사 webmaster@newsmaker.or.kr
▲ 이은주 한의사

먹고 산다는 문제에 대한 기술적 미래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테마로 다루는 과학픽션이나 공상과학영화들이 많지만, 실제로 미래가 그렇게 영화 속처럼 끔찍해질 것 같지는 않다. 지구의 종말을 다룬 영화들이 예고한 시점들은 실제 종말이 없이 지나가고, 거대한 재앙이나 괴물의 등장을 가정한 소설들의 시간도 실제로는 그런 사건 없이 지나간다. 아무래도 소설이나 영화는 좀 더 극적인 설정을 위해 상황을 크게 과장하거나 극단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디스토피아 영화중에는 인간이 숨쉴만한 공기가 부족해져 건물에 갇힌다든가, 먹을 식량이 부족해져 새로운 삶터를 찾아 나서거나 새로운 종류의 먹거리를 개발한다는 설정, 지하나 물속에 들어간다거나 우주로 탈출한다는 설정, 세균이 휩쓸어 많은 인류가 희생되고 바깥 세계와는 담을 쌓고 살게 된다는 등등, 위험의 종류도 다양하게 제시된다. 때로는 covid-19처럼 부분적으로는 그 시나리오와 놀라울 만큼 닮은 현실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현실은 대개 과학 공상 영화들보다는 덜 치명적이다.
하지만 지구의 위험한 미래에 대한 과학자들이나 과학상상 소설(사이언스 픽션)의 경고를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다소 과장되었을지언정, 현실이 그보단 덜 위태로웠던 것은 지금까지 이런 세계인류가 이들의 경고에 설득되어 그 원인이 될 만한 행동을 아무래도 자제한 덕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에 많은 식량과학자들은 80억 세계인구의 먹거리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인조식량’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식용으로 사용허가를 보류해왔던 곤충이나 미생물을 식용으로 개발하는 정도는 약과다. 유전자조작을 통하여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기술적 식품(GMO)들도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 최근의 새로운 연구는, 세포의 유전자를 복제하여 똑같은 물질을 무한 증식시키는 배양기술로 식재료를 반복해 생산하는 ‘인조배양육’ 사업이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인조 배양육이 식탁에 오르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BBC보도에 의하면 싱가포르에서는 인공배양 닭고기를 파는 레스토랑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회사가 최초로 시판 허가를 얻었다고 한다.
버섯에 섬유질을 더하여 고기맛을 내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인조고기’는 오래 전부터 시도되어 이미 상용화되어 있지만, 그것은 천연재료들을 단지 배합하는 수준의 가공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인공배양 닭고기’의 경우는 개념이 다르다. 실제 닭고기에서 세포를 얻어 유전자 증식 방법으로 만든 ‘진짜고기’이기 때문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인공적인 방법으로 만든 천연물질, 그것도 생명을 다루는 유전자 조작 방식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가 하는 논란이 당연히 다뤄져야 할 문제다. 또 그것의 안전성 문제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이 인조식량의 개발 필요성을 공식화하고 산업국가들을 중심으로 인조고기의 배양기술이 현실에 가까워지자 이탈리아는 최근 국민여론조사를 통해 그것에 대한 거부감을 국가정책에 공식 반영하기도 했다. ‘척추동물로부터 유래한 세포 배양 또는 조직으로 만든 인조고기’의 생산이나 사용을 금지하는 ‘인조고기 금지법’을 의회결의로 공식 채택한 것이다. 한 여론조사에서 이탈리아인 84%가 인조고기의 사용과 식용을 반대했다고 한다.
사실 닭고기나 소고기 같은 육류는 그 사육과정의 윤리적 문제점이 지적돼 온지 오래다. ‘도축’이라는 과정 자체가 생명윤리라는 점에서 꺼림칙한 문제로 남아있는데다 고기로서 가치가 적은 새끼돼지나 송아지를 출산과 동시에 인위적으로 폐기한다든가 가축을 좁은 케이지 안에 가둬기르는 방식 등의 문제도 종종 회피하기 어려운 윤리적 과제로 남아있었다. 이런 ‘공장식 목축’에 비하면 애당초 생명을 가진 개체로 기르지 않고 필요한 부위만 선택적으로 배양해 기르는 배양육 방식은 오히려 윤리적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의 ‘안전성’이나 ‘완전성’ 논의를 별개로 친다고 할 때 말이다. 또 가축을 기를 때 발생되는 메탄가스의 양은 공해유발의 주원인의 하나로 지적될 만큼 환경문제의 측면도 있었다. 세계경제포럼이 인공육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환경문제에서 출발했다.
식량의 기술적 가공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한국인들이지만 ‘그게 무슨 고기인가’라고 반감을 나타낼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자연스러움’을 기준으로 본다면 실험실 배양기에서 나오는 고기는 실제 도축 생산되는 육류만큼 안전해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과학은 인간의 생존과 생활을 도울 때 진정한 존재이유와 가치가 있다. 단순히 기업의 이윤을 위해서가 아닌 인간을 위한 과학일 때 말이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인류를 도울 것인가. 과학기술 스스로는 그 답을 내릴 수가 없다. 선택권을 가진 인간이 먼저 진지한 고민과 논의를 통해 보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길을 선택한 후라야 과학기술이 그런 방향으로 인간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과연 얼마나 진지한가.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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