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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통의 고택에서 지친 일상을 잠시 내려놓다
2023년 07월 09일 (일) 14:12:40 윤담 기자 hyd@newsmaker.or.kr

급변하는 사회현상에서 불확실한 미래와 예고된 경제 불황,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일상을 침범한다. 때로 불안감을 유발할 요소가 없는데도 엄습하는 불안감으로 벼랑 끝에 선 기분이거나 답답해서 숨이 막히고, 일에 집중하기 어렵거나 쉽게 피로해지고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윤담 기자 hyd@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 명당 26명으로 OECD 1위로 불명예스럽다. 게다가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삶의 질’이 OECD 38개국 중에서 36위로 매우 낮고, 삶의 만족도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보고가 나온 바 있다. 각박하게 돌아가는 사회 구조에 얽매여 있는 현대인들이 스트레스와 정서적 불안, 신체적 질환 등으로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세월의 무게감 속에 자연의 생기와 사랑스러움을 더하다
해남 한쪽 끝에 불쑥 솟은 두륜산. 그리고 그 기슭에 자리한 대흥사는 계곡을 끼고 편백나무, 삼나무, 동백나무 등이 터널을 이룬 숲길로도 이름난 곳이다. 햇살이 비집고 들어올 틈조차 없는 그 숲길 끝자락에 자리한 유선관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고택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관으로, 영화 <서편제>와 <천년학> 등의 촬영지이기도 한 이곳은 본래 대흥사를 찾는 신도나 수도승들의 객사를 사용했다고 알려졌으나 1970년대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여관으로 사용되면서 많은 문화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 한동인 대표

한동인 유선관 대표는 “한국의 차(茶)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초의선사’는 대흥사 일지암에 머물며 당시 지식인이자 문학인인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와 우정을 나누었다”면서 “그와 친구들의 이야기는 곳곳에 남아 이 곳의 지난 시간들을 말해준다. 대흥사 대웅전의 현판은 원교 이광사 선생이 쓰셨고 대웅전옆 건물 무량수각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쓰신 것으로 차를 마시며 풍경의 운치를 노래한 초의선사의 시를 읊으면 왜 이 곳의 이름이 유선(遊仙:신선이 노는 곳)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동인 대표는 이러한 유선관이 가진 시간적, 장소적 아취가 만들어 낸 무게감 속에 자연스럽게 생기와 사랑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작은 부분 하나하나까지 세심한 관심을 기울였다. 억지로 지켜내려거나 과격하게 혁신하려고 하지 않았다. 유선관에 놓인 돌 하나, 나무 하나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예전 높은 담장을 허물고 딱 옆의 계곡을 가리지 않을 만큼, 그리고 위험해 보이지 않을 만큼 담장을 올려 낮지만 안정감이 든다. 테이블과 벤치도 돌인 듯, 나무인 듯 원래 그 자리에 존재하는 정물처럼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옛 정취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차나무가 지천으로 심어져 있고, 바위틈에서 솟는 물이 나무 대롱에 연결돼 물확에 담겨 흐른다. 이것까지도 옛 모습대로 복원한 것이다. 유선관 마당 바닥에도 배수구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

유선관의 리모델링 시 우물을 만들듯 마당을 다 파서 돌을 깔고 그 위에 마사토를 얹었다. 한동인 대표는 “과거 선비들의 사랑채에는 마사토가 깔려 있었는데, 이는 비가 오면 진흙 바닥의 물웅덩이가 생기지 않도록 비가 오면 바닥으로 빗물이 자연스레 스며들도록 하기 위한 선조들의 현명한 지혜”라면서 “결국 고고한 선비처럼 정갈한 유선관의 품위는 땅속부터 품어져 나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친 현대인들에 여유로움과 사색의 시간 선사
최근 워라벨 등 휴식과 나 자신을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주목을 받으면서 젊은 층에서부터 케렌시아 열풍이 불고 있다. 케렌시아는 투우 경기장에서 투우사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소가 잠시 쉬는 곳을 뜻하는데 현대적인 의미로는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며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 또는 그런 공간을 찾는 경향’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지친 현대인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자 한동인 대표는 유선관에서 자연 풍광의 아름다움, 고즈넉한 여유로움과 사색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현재 유선관은 한옥 스테이로 1호실부터 6호실까지 총 6개의 객실과 2개의 프라이빗한 스파로 이루어져 있다. 각 객실은 100년이 넘은 한옥의 골조와 외관을 그대로 지키면서도 투숙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내부 시설을 현대 생활양식에 맞추어 레노베이션을 완성했다. 프라이빗 스파 역시 인기가 좋다. 앞에는 동백 숲과 계곡과 맞닿아 있는 야외 공간이 있어 세속의 어떤 방해도 없이 고요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단, 1시간 단위로 예약을 해야 한다.

한동인 대표는 “백 년 전부터 이어져 온 공간과 생활 문화를 담은 객실 안에서 꼭 문을 열고 바람을 즐겨보길 권한다”면서 “보이는 처마 끝에 걸린 풍경이 계절과 날씨에 따라 바뀌는 한 폭의 그림과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선관을 찾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시설과 디자인에 현대적임을 더했고, 불편함 또한 즐거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찾아와주는 이들 또한 유선관을 포함한 이 숲을 잠시 빌렸다고 생각해주길 바라며 그동안 걷고, 듣고, 바라보며 체험하는 명상을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전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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