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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암호화폐 증권성 판단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가상자산 거래소들 통해 가산자산별로 사례 검토
2023년 07월 02일 (일) 23:59:44 장정미 기자 haiyap@newsmaker.or.kr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암호화폐)의 증권성 판단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인 가운데, 최근 검찰의 위믹스(WEMIX) 및 루나(LUNA) 관련 수사로 가이드라인 마련이 더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정미 기자 haiyap@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지원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후 3월부터는 각 가상자산의 사례별로 증권성을 검토하며 증권성 판단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배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가상자산 루나의 증권성 두고 첨예하게 대립
지난 6월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기업공시국은 지난 2월부터 가상자산 거래소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지며 가상자산 별로 사례를 검토했다. 2월 말 첫 간담회를 연 데 이어, 지난 6월2일에도 5대 원화마켓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를 만나 거래소들로부터 증권성 판단 사례를 공유받았다. 리플(XRP) 소송 등 해외 사례도 적극 검토해왔다. 리플 소송은 미 SEC가 지난 2020년 말 가상자산 리플(XRP) 발행사 리플랩스를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기소하면서 시작된 소송이다. 무려 3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는 소송으로, 소송 결과는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다른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사업자들이 개별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작업은 예상보다 더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가이드라인 마련이 늦어지는 배경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위믹스 관련 수사, ‘테라·루나 사태’ 관련 수사 등이 꼽힌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코인 보유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현재 가상자산 위믹스(WEMIX)의 증권성도 함께 검토 중이다. 위믹스는 김 의원이 보유했던 여러 가상자산 중에서 가장 보유 규모가 컸던 코인이다. 만약 위믹스가 증권으로 간주될 경우, 김 의원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는지 살펴볼 여지가 생긴다. 검찰이 위믹스의 증권성을 검토하게 된 배경이다. 위믹스의 증권성보다 더 첨예하게 대립 중인 것은 가상자산 루나(LUNA)의 증권성이다. 지난해 전 세계 가상자산을 흔든 ‘테라·루나 사태’의 첫 재판은 오는 7월10일 열린다.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의 1심 첫 재판이다. 해당 재판의 주요 쟁점은 루나가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루나가 증권에 해당할 경우 검찰은 신 대표에게 사기적 부정거래를 비롯한 자본시장법 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신 대표 측은 테라 프로젝트가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운영됐으므로 루나가 증권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루나의 증권성이 재판의 흐름을 가를 키(Key)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증권성 판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경우 ‘테라·루나 사태’, 김 의원 관련 수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큰 부담을 느낀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 마련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 TF까지 꾸려 시작한 작업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배경이다. 재판이나 검찰 수사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가이드라인 발표는 더욱 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증권성은 단순히 ‘백서’만 보고 파악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테라, 루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사실관계가 중요한 사안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급하게 체크리스트(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경우, 현재 수사 중인 사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초기 단계”라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가상자산 프로젝트 대부분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점 ▲리플 소송 판결이 지연되는 등 미국에서도 증권성 판단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점 등이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을 더욱 늦추고 있다. 가상자산 프로젝트 대부분은 해당 가상자산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경우가 많다. 위믹스만 해도 처음에는 클레이튼 블록체인의 서비스체인을 기반으로 발행됐지만 현재는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메인넷 플랫폼 ‘위믹스 3.0’ 기반으로 옮겨간 상태다. 프로젝트 개발 과정에서 큰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증권 여부를 판단하기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금감원 역시 개별 가상자산들의 사업상 변화를 유의 깊게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美 SEC, 증권법 위반혐의로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 제소
지난 6월5일과 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증권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겉보기엔 두 거래소 모두 증권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지만 SEC가 제기한 세부 혐의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SEC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장펑 차오가 통제하는 회사에서  고객 자금을 사업 자금과 미분리한 채 사용했고 코인베이스는 수년간 허가받지 않은 상태로 운영하며 투자자 이익보다 기업 이익을 추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 디크립트는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SEC가 제기한 혐의는 모두 심각하지만 바이낸스가 훨씬 더 치명적”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낸스는 거래소 외 장펑 차오 대표 역시 제소 대상에 포함됐지만,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대표는 SEC의 제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SEC는 136쪽에 달하는 고소장에서 장펑 차오 이름을 200번 가까이 언급하며 바이낸스가 저지른 모든 혐의가 장펑 차오 통제 아래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SEC는 일례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고객 자금이 장펑 차오가 관리하는 자회사 메리트 픽 리미티드 계좌로 이체됐다고 말했다.

반면, 브라이언 암스트롱 대표 이름은 코인베이스 고소장에서 딱 한 번 거론된다. 또 SEC는 바이낸스가 고객 보유 가상자산과 현금을 유용했다며 FTX와 비슷한 혐의도 제기했지만 코인베이스에 대해서는 고객 자산 유용 혐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코인베이스의 경우에는 스테이킹 서비스를 통해 미등록 증권을 판매한 혐의를 적용했다. 증권 시장에서 거래소, 브로커 딜러, 청산 기관 역할은 분리되어 있는데 코인베이스는 SEC에 등록하지 않은 채 이를 동시에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SEC는 바이낸스를 상대로 직접적인 미국 영업을 금지했는데, 바이낸스 US를 통해 우회적으로 바이낸스가 미국 영업해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낸스에 따르면 바이낸스 US는 바이낸스 로고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바이낸스 본사와 분리되어 있으며 바이낸스 본사 거래소보다 거래량이 훨씬 적다. 반면, SEC는 코인베이스를 상대로는 미국 고객에 불법 영업을 했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SEC가 코인베이스에 요구하는 처벌은 미국에서 거래소나 브로커딜러 사업을 중단하는 것이다. 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장이 업계 전반에 퍼진 법규 미준수 풍조를 비판했다. 지난 6월8일 게리 갠슬러 SEC 위원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업계를 40년간 지켜봤지만, 가상화폐 업계처럼 준법감시 의무를 지키지 않고 정보를 조작하는 곳은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화폐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은 변화해야 한다”면서 “공개하기 불편한 정보라도 (고객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드만 삭스 파트너 출신인 갠슬러 위원장은 가상화폐가 주식의 특성을 띠고 있다면서 증권법 적용 대상이 된다는 논리를 폈다. 투자자들이 가상화폐를 매입하는 이유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을 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증권시장처럼 회사와 관련한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갠슬러 위원장은 “가상화폐 거래소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처럼 운영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SEC는 코인베이스를 제소하면서 최소 13개 가상자산이 규제당국이 규정하는 ‘가상자산 증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코인베이스는 연방 증권법의 적용 대상이지만, 회사 측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규정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상화폐 업계는 증권법에 가상화폐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법 적용에서도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FTX 붕괴 사태 후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는 여론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SEC가 지목한 알트코인들 후폭풍 맞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증권이라고 지목한 알트코인들이 후폭풍을 맞고 있다. 매도세 심화로 인해 시가총액(시총)이 주말에만 45조원 증발한 것이다. 다만 SEC 조준에서 벗어난 비트코인 시총은 12조원 감소하는데 그쳤다. 지난 6월12일 업계에 따르면 전체 코인 시총이 지난 6월10일 하루에만 57조원 날라갔다. 이 중 바이낸스코인(BNB)과 솔라나, 에이다 등 주요 알트코인의 시총은 45조원 줄어들었다. 코인 시총 증발의 82%가 알트코인에 발생한 것이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대체 가상자산을 말한다. 기록적인 증발을 나타낸 이들은 전부 미국 금융당국이 ‘정조준’한 가상자산이다. 실제로 해당 가상자산인 솔라나와 에이다, 폴리곤 등은 지난 6월10일 하루에만 전부 20%대 낙폭을 보였다. 솔라나는 21%, 폴리곤은 23%, 에이다는 19% 각각 하락했다. 이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SEC가 증권으로 지목한 19종의 가상자산 중 상장된 12개 모두 전주 대비 20% 이상 밀렸다. 솔라나는 23%, 폴리곤은 24%, 니어프로토콜은 20%, 에이다는 23%, 칠리즈는 27%, 샌드박스는 27% 각각 빠졌다. 아울러 바이낸스가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 BNB의 하락세도 두드러진다. BNB는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가 제소된 주에만 최대 27% 하락했다.

특히 이들이 플랫폼 가상자산이라는 점에서 업계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BNB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가동되고 있는 다양한 가상자산 금융 시스템이 BNB 약세로 인해 연쇄 폭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상자산 분석 사이트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BNB 가격이 22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2억달러(2578억원) 규모 가상자산이 청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거래소 역시 SEC 후폭풍에 긴장하는 모양새다. SEC가 증권으로 지목한 가상자산의 60%가 거래되고 있는 업비트는 지난 6월11일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 종목에 투자 주의 경보를 내린 바 있다. 해외보다 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높은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시장이 해외 시장의 하락세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했다.

한편 이번 SEC 제소 당시 지목된 가상자산의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해당 제소가 단순 규제 강화를 넘어 코인의 실체를 부정하려는 의도까지 담겼다는 우려에서다. 앞서 SEC가 바이낸스 제소 당시 지목한 12종의 가상자산은 ▲바이낸스코인(BNB) ▲바이낸스USD(BUSD) ▲솔라나(SOL) ▲카르다노(ADA) ▲폴리곤(MATIC) ▲파일코인(FIL) ▲코스모스(ATOM) ▲샌드박스(SAND) ▲디센트럴랜드(MANA) ▲알고랜드(ALGO) ▲엑시인피니티(AXS) ▲코티(COTI) 등이다. 여기에 코인베이스 제소 당시 추가로 지목한 7종의 가상자산은 ▲니어프로토콜(NEAR) ▲칠리즈(CHZ) ▲플로우(FLOW) ▲인터넷컴퓨터(ICP) ▲보이저(VGX) ▲대시(DASH) ▲ 넥소(NEXO) 등이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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