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천 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도자기의 고장이다. 지리적 요충지로 백두대간 중심에 있고, 도자 제작에 적합한 양질의 사토와 땔감이 풍부해 서민들이 즐겨 찾는 민요 중심의 도요지가 형성됐다. 동로면 노은리와 간송리 일대에서 발견된 12세기의 청자 가마터와 가은읍 완장리의 14~15세기 무렵의 청자가마터, 관음리의 16~19세기의 분청사기 가마터 등 82곳에 달하는 가마터들은 문경 도자기의 역사를 짐작케 한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변하여도 평생 한 가지 업에만 종사하며 기술일가를 이루며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 문화유적을 보전하고 계승하기 위해 자신의 평생 바쳐가며 변함없이 최선을 다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이들을 예인이라 부른다.

▲ 윤경훈 선생은“반드시 도자기를 통해 개인적으로 꼭 성공하겠으며 국위선양에도 앞장서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늦깎이 도예인의 이룬 성공의 반열
소나무 장작을 때 찻사발을 굽는 전통기법을 고수하는 윤경훈 선생은 다른 도인들과는 달리 늦깎이 도예인이다. 뒤늦게 시작한 도예이지만 그릇을 빗을 때 나타나는 그의 정열은 식을 줄 모른다. 그의 열정은 작품에서 역력히 엿볼 수 있다. 작품 하나하나에 혼을 불어 넣으며 자연 그대로를 작품에 실어 인간냄새가 물신 담긴 살아있는 작품을 추구한다. 아울러 흙, 장작, 유약 등 천연의 원료를 직접 채취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의 그대로의 모습을 작품에 담고 있다. 전통과 원칙을 중요시 여겨 흙과 원료는 반드시 손으로 다듬어 옛 도공들의 형태를 좇고, 굽는 방법도 전통가마에서 가스불이 아닌 장작불을 고수하고 있다. 윤경훈 선생은 “가스나 전기가마로 구운 도자기는 자연이 그려낸 빛깔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며 “문경의 도자기는 소박하고 기교가 없어 순수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민족의 순박한 심성이 그대로 배어있어 색채와 형태가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명품 도자기는 결국 문경의 질 좋은 흙과 한국산 소나무 불꽃 그리고 명장의 섬세한 손길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이것이 윤 선생의 수철도자기가 알아주는 명품의 반열에 오르게 된 비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도자기를 향한 그의 집념과 열정이다. 사라지다시피 한 수철기법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지난 세월은 결코 명장의 길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쉬운 길로의 유혹 속에서 꿋꿋하게 한 길을 걸었기에 명장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의 고집은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손쉬운 가스 가마 대신 장작으로 불 지피는 망댕이 가마를 고집하며 전통을 맥을 이어오며 마음에 흡족하지 않는 작품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즉시 깨트려버린다.

뒤늦은 입문 수철도자기로 승화하다
윤경훈 선생은 평생 농사를 짓다 1997년에 도예입문을 했다. 전남 광주에서 친구에게 우연히 습득한 도자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99년도에 공사를 시작하여2004년 준공건사를 받기까지 6~7년을 직접 본인의손으로 공사를 하여  용의 전설이 살아있는 문경 운달산 자락 용연리에 용연요를 짓고 도예에 묻힌다. 그의 작품은 수철 도자기다. 수철은 철의 성분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녹이 슬지 않는 특수한 광물질이다. 0.1~0.3mm 정도의 작은 알갱이로 되어 있으며 흑색을 띠고 있다. 예부터 수철은 빈혈, 어지럼증, 허리통증, 생리통, 정력강화, 피부미용 등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수철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고 어느 한 가문에서만 수철환으로 제조되어 비밀리에 수대에 걸쳐 내려오고 있다. 윤경훈 선생의 수철도자기는 이렇듯 특이하고 희귀한 수철을 도자기에 접목시켜 전통의 기법과 그만의 열정으로 빚어낸 세월과 땀과 눈물의 결정체이다. 윤경훈 선생은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도자분야를 개척하다 보니 수철에 관심을 가지게 됐지요. 처음에는 실패도 많이 했지만 이제는 나름 저만의 색깔과 창작을 하게 돼 가슴이 뿌듯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노력은 2007년 11월 ‘수철을 이용한 도자기 및 이의 제조방법’으로 특허(제10-0775790호)까지 받았다. 지난 2006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문경다기 특별전’과 인사동 경인 미술관에서 ‘도자기를 사랑하는 모임 단체전’에 출품해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현재도 수철을 이용한 일반차도구와 물항아리 등 작품활동에 여념이 없다. 용연요는 역사는 짧지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뛰어난 예술성을 지녔다. 윤경훈 선생은 “수철로 인해 주위에서는 도자계에 획기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성원에 힘입어 앞으로 더욱 도자기 발전에 정진하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도자기를 통해 개인적으로 꼭 성공하겠으며 국위선양에도 앞장서겠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가마 안의 불을 지피고 열정으로 새겨진 그의 사발은 청자나 백자같이 화려하진 않지만 자연의 섭리를 그대로 담아 불길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또한 서민적이고도 순수함을 가지고 있어 우리네 살아 온 정서와 흡사하여 친숙하게 느껴진다. 욕심 없이 순수한 윤경훈 선생의 작품처럼 온 국민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 각박해지는 현실 속에 순수함을 되찾길 기대해 본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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