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의 뿌리인 서예는 선비정신의 발로이자 성찰 도구로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 해온 생활예술이었다. 옛 선비들은 자신의 마음을 닦는 수양의 일환으로 글씨를 써왔다. 서예는 문자의 구조성을 기초로 형과 선으로 창조된 추상예술이다.

김미주 기자 kmj@

운율감을 느낄 수 있고 조형적으로 뛰어난 구조를 지니고 있는 서예는 모든 예술의 기본이자 미학의 완성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에 중국 문화권에서 서예는 모든 예술 장르 중 가장 고가를 형성한다. 독립된 예술로 서예가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인정받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반해 한국 미술에서는 서예가 저평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김종태 이사장

우리 서예의 세계화 위해 애써온 한국 서단의 거목
김종태 (사)해동서예학회 이사장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김종태 이사장은 한국 서단의 거목이다. 한글서예, 한문서예뿐 아니라 한국화, 서양화에도 능한 김종태 이사장은 고향 ‘선화리’의 이름에서 따온 독자적 서체인 ‘선화체(仙花體)’를 개발했다. 한글과 한문의 필법을 융합한 ‘선화체’는 우화이등선(羽化而登仙)하는 신선처럼 자유롭고 활짝 핀 꽃처럼 화려한 글씨로, 무위자연의 사상을 담고 있다. 시·서·화 삼절의 예술인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김종태 이사장. 그와 서예의 만남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예를 겸수한 선친의 후학 아래 유년시절부터 붓을 들었던 김 이사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성인조차 버거운 지방을 쓰고 축문을 쓰고 독축하는 등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군 제대 후 공무원으로 7년 근무하였고 다시 (주)부산조선공업사에 입사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던 그는 과중한 업무에 피로누적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한달여 동안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 그는 어린 시절 서예를 하며 즐거워하던 모습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렇게 서예가로서의 길에 들어서게 된 김종태 이사장은 하루도 빠짐없이 서예학원을 찾았고, 1983년 부산 조선을 그만두고 1984년부터는 자신이 직접 서예학원을 운영하며 후학양성에 나섰다. 이후 김 이사장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각종 대회에서 수상을 거머쥐며 명성이 높아지게 된 그는 지난 1990년 학원총연합회 서예분과위원장을 역임, 당시 적자단계에서 해체될 위기에 처했던 서예분과를 3년간의 각고의 노력 끝에 흑자로 일궈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아울러 각종 서예대회의 심사위원 등으로도 활동하며 모두에게 공정하고 진솔한 심사를 통해 서예인의 품위와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왔다. 또한 1995년 한국서예인산악회를 창설한 그는 전국 320곳의 산을 찾아다니면서 조선일보사에서 발행하는 월간 잡지 '산'에 3년 남짓 그림 산행코너를 기고했으며, <해동문학>에 시인 등단해 시집과 에세이집을 출간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2017년 경기도를 빛낸 자랑스러운 도민으로 선정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울러 한국 서예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미국 메릴랜드대, 캘리포니아주립대가 각각 주관했던 ‘한자서법교육 국제회의’에 한국 대표로 참가해 한국서예의 발전과 변천 과정을 소개하고 서예시범을 통해 한국서예의 독자성을 알렸으며, 역대 대통령들의 해외순방 때 문화사절단 서예 대표로 참여해 한국 서예의 미적 가치를 널리 전파하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노익장 과시하며 자신만의 도전을 이어가다
올해로 81세인 김종태 이사장.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그의 도전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자신이 직접 작사하고 박건 작곡가가 참여한 ‘세월아 가거라’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우고 자작곡과 가요를 14곡을 수록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김 이사장은 직접 작사한 ‘내 고향 경산’을 발표하며, 노래까지 직접 불러 더욱 화제가 됐다. 그가 작사한 또 다른 곡인 ‘그리움’ ‘서예가’ 등에는 지인인 박건 작곡가가 참여했다. 특히 ‘내 나이가 어때서’의 경우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로 나눠 부르며 더욱 화제가 됐다. 이 외에도 배신자, 추억의 소야곡, 님과 함께, 잊혀진 계절, 선구자 등을 리메이크해 수록했다. 2월에는 방통대학교 일본어학과도 6년 만에 졸업했다. 평소 중국과 일본을 자주 오갔던 김 이사장은 더 늦기 전에 일본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6년 전 방송통신대학교 일본어학과에 입학했다. 첫 1년은 자신이 배운 것이 손가락 사이의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것 같아 깊은 회의감에 빠져 들었지만 어느 순간엔가 교재도 읽을 수 있고 해석도 가능하다는걸 알게 되고 난 후 그간 자신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그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후 3,4학년 때는 장학금까지 받았던 김종태 이사장은 6년 만에 졸업하고 올 2월 졸업식에서 ‘우수 시니어상’도 수상했다.

현재 김 이사장은 매년 학과 후배들을 위해 150만원씩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 자신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시절 받았던 도움을 다른 방식으로 되돌려주기 위함이다. 김 이사장이 서예학원을 운영하던 시절, 그의 장남이 의과대학에 진학했을 때 그의 형편을 안타깝게 여겼던 김 이사장의 제자가 자신의 종친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한 적이 있다. 그 덕분에 장남은 의대를 마칠 때까지 전 학기동안 하동 정씨 종친회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김종태 이사장은 “당시 서예학원을 했지만, 사실 형편이 좋은 건 아니었다. 그때 저희 장남이 받은 장학금이 등록금에 해당하는 150만 원이었으니, 의대를 마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가슴이 찡하다. 뭔가 뜻있는 일을 생각하다가 그때 받았던 장학금 150만 원을 후배들에게 돌려주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건강 저축, 지식 저축, 금전 저축 등 세 가지 좌우명을 실천하며 살아온 김 이사장. 그는 “돈만 저축하는 게 아니라, 건강도, 지식도 부지런히 저축해야 변화하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주도적으로 살 수 있다”면서 “방송통신대학 졸업 후부터 평생 공부하는 생각에 피아노 공부를 시작했고 노래 작사에 힘을 기울여 120곡을 작사했고 50곡은 작곡가에 의뢰하여 작곡을 마친 상태다 요즘은 작곡과 연주에도 시간을 많이 쓰고 있는데 가수로도 활동해보고 싶다. 인생길에 아직 할 게 많이 남아 있으니까 하루하루가 재미있다. 계속 도전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며 자신만의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금제 김종태 이사장.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