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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음악만의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야 한다”
2023년 06월 07일 (수) 14:25:48 윤담 기자 hyd@newsmaker.or.kr

우리 민족의 소박한 대중 민속음악인 농악은 전통 문화예술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포괄적인 집단 행위예술이며, 가장 원초적인 악기와 가락으로 흥과 신명을 돋우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종합예술이다.

윤담 기자 hyd@

무형문화재 제 17호인 우도농악은 전라도 서남 해안지역인 영무장농악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우도농악은 어름굿, 오채질굿, 오방진굿, 호호굿, 구정놀이의 다섯마당의 판굿 구성이 발달한 농악이다. 우도농악의 근대적 판굿의 형성과 발달에는 일제강점기 보천교에서 정읍을 중심으로 농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펼쳤다는 점과 광복 뒤 우도농악을 중심으로 여성농악단의 활동이 매우 왕성했다는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장구, 북을 손으로 직접 깎아 만드는 유일한 전승 기능보유자
정읍우도농악은 익산, 김제, 정읍, 부안, 옥구, 고창, 영광, 함평, 나주, 장성, 광주 등지에 전승되어온 마을 및 지역 농악의 공통된 특징을 중심으로 하여 일컫는 명칭이다. 즉, 호남 지역 서부 평야지대의 농경문화적 성격이 공연 형식과 내용에 반영되어 광범위한 지역에서 전승되어온 농악을 정읍우도농악이라 한다. 전라북도 정읍에 소재한 전승명가는 우리 고유의 악기이면서 농악에서는 필수적 악기인 장구와 북을 만드는 장인이 있다. 서인석 장인은 전북 무형문화재 제12호 악기장으로, 정읍우도농악의 혼을 지키기 위해 투철한 장인정신을 발휘하며 전통방식을 고수하면서 국악기를 제작하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3대째 전통기법으로 장구, 북을 손으로 직접 깎아 만드는 유일한 전승 기능보유자로서 독보적인 서인석 악기장이 만드는 장구는 한 치의 틈도 없이 소리를 단단하게 가둘 수 있어 일관되고도 깊은 소리의 울림이 난다. 이에 세계적인 운드 아티스트로 불리는 타렉 아투이와의 오랜 소통과 협업의 결과로 지난 5월 개막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엘레멘탈 세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서인석 장인이 만드는 장구는 제작하는데 들이는 정성부터 비교불가다. 보통 장구가 3도막에서 5도막의 나무토막을 깎아 밭인 뒤 통을 연결하는 것과 달리 서인석 장인은 하나의 통나무를 통째로 깎아 만든다.

▲ 서인석 악기장

서 장인은  30~50년 이상의 긴 세월을 보낸 오동나무를 재료로 사용하며, 악기로 다듬기 전 3년 이상을 노천에서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장구에 들어가는 가죽은 소, 말, 개, 양가죽 등을 사용하는데 가죽 상태에 따라 약품에 담그는 시간, 공기 노출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가죽작업은 최고난이도를 자랑한다. 이러한 전통방식으로 제작되는 장구는 100개의 악기를 제작했을 때 100개 모두가 좋은 소리가 난다. 서 장인은 그간 구전으로만 전승되어 오던 전통악기 제작을 이론으로 정립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 일환으로 국내 최초로 장구 제작기법에 대한 논문을 발표, 전통악기 전수에 대한 구전식 교육 탈피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당시 그가 발표한 논문에는 나무의 채취, 절단, 파기, 깎기와 가죽의 채취, 무두질, 늘리기, 재단, 재봉과 기타 부속재료로 사용되는 줄, 고리, 부전, 채의 제작 과정을 논문에 담아 현재까지 전수되고 있는 장구의 제작기법을 고찰함으로써 전통 국악기 제작 연구를 이론적으로 확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명의 소리를 악기에 새겨 넣기 위해 국악 배워
100여 년 전 소목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조부 故서영관 선생, 악기장으로 전북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던 부친 故서남규 선생의 모습을 보며 자란 서인석 악기장. 20대 초반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했지만 사표를 쓰고 군 제대 후 가업을 이어받던 그는 이후 대학에 들어가 국악을 전공하고 석사까지 마쳤다. 악기를 다를 줄 알아야 원하는 공명의 소리를 악기에 새겨 넣을 수 있다는 신념에서였다. 이후 서 악기장은 부친과 함께 출품한 전라북도공예품경진대회, 전국공예품경진대회, 전국전승공예대전 등에서 특선, 최우수작품으로 입상하고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입상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서인석 악기장은 “아버지는 직접 정읍농악단 단장을 맡아 농악을 연찬했다”면서 “저 역시 농악을 알아야 악기를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장구 연주도 공부했다”고 부연했다. 이후 서 장인은 전주대사슴놀이에서 설장구로 두 번이나 장원하고, 전국장구장단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서 장인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김병섭류 설장구를 비롯해 설장구 장단도 섭렵했으며 최근에는 호남우도 판굿을 배워 전수 중이다. 이와 함께 사라져가는 마을굿을 복원하고 전통을 지켜가기 위해 마을 주민들에게 본래의 우리 가락을 전수시키는 등 한 번 배우고 끝나는 단절된 전통이 아닌, 우리 조상이 늘 해온 것처럼 생활 속에서 풍물굿을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부친의 뒤를 이어 그의 4명의 아들들도 가업을 이으며 서 장인과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서인석 장인은 “이제는 국가가 중심이 되어 확고한 교육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음악이 서양음악에 귀속되거나 배경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 한국 전통음악만의 독자적인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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