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로세서가 대중화되기 전에 글씨는 자신의 얼굴로 비춰졌다. 글씨에는 그 사람의 마음과 성격이 드러난다고 여겼다. 그 시절에는 모두들 예쁘고 멋진 글씨를 가꾸기 위해 노력했다.

윤담 기자 hyd@

붓글씨를 쓰던 조선시대에는 글씨는 그 사람의 인격과 학식까지 상징했다. 학문이 뛰어난 학자는 대개 명필이었다. 유학자들은 명필가와 친교를 맺으려 했고, 글씨 한 장을 얻으려고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오곤 했다. 자유분방한 사상을 가졌던 조선의 허균도 명필 앞에서는 늘 고개를 조아렸다.

▲ 송병주 명인

악필 교정 나선 세필 분야 국내 유일의 대한명인
이제는 가볍게 누르고 빠르게 터치하는 시대다. 현대인들은 펜보다 손가락으로 글을 쓰는 게 익숙하다. 펜을 잡고 글을 쓰는 공력을 적게 들여서인지 상대적으로 종이 위의 글씨는 예쁘지가 않다. 아니 오히려 ‘악필’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 대한명인 글씨교정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일충 송병주 명인은 바른 글씨 연습을 위해 고민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악필 교정에 심혈을 기울여 온 인물이다. ‘대한민국 대한명인 제415호’인 송병주 명인은 국내 유일의 세필분야 명인이다. 1985년 세필과 처음 인연을 맺었던 송 명인은 군 복무시절 차트 행정병 보직을 맡은 이후 펜글씨(1,2급), 차트(1,2급), 세필(1,2급) 등 세필과 글씨 관련한 모든 자격증 등을 취득하며 본격적으로 세필을 연마했다. 군 제대 이후에는 국토교통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필경사(세필)로 특채돼 공직자의 길을 걸어온 그는 대전평생교육진흥원 대전시민대학 등 여러 곳에서 세필지도 및 악필교정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특히 송병주 명인의 세필 교육 노하우가 집대성되어 있는 <대한명인이 알려주는 악필교정 노트>는 쉽고 정확한 교정이 가능하도록 체계적으로 단계를 밟아나가며 글씨교정을 교육하고 있으며 5판 인쇄까지 발행되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며 글씨로 고통 받는 수많은 이들을 보아온 송병주 명인. 그는 자신의 작은 재능이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34년 5개월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3년8개월 앞두고 명예퇴직 후 지난해 7월 ‘대한명인 글씨교정학원’을 개원했다. 그동안 세필은 주로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의가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대한명인 글씨교정학원은 연령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세필,악필교정 등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초등학생은 물론이고 중·고등학생,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글씨를 교정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학원을 방문할 수 있다. 체계적인 교육으로 글씨 교정과 인격 수양까지 교육부 공인 대한글씨검정교육회의 대전·세종지부장을 겸임하고 있는 송 명인은 5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글씨검정교육회의 체계적인 교육법에 자신의 노하우를 접목한 커리큘럼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명인 글씨교정학원은 송 명인이 직접 강의를 진행하며 펜글씨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커리큘럼부터 악필 교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필 관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일충 송병주 명인은 “글씨는 수학방정식과 같아서 기본만 알면 누구나 잘 쓸 수 있다”면서 “수학을 연습하듯 글씨도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 글씨가 자신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만큼 반듯한 글씨를 통해 현대사회에서도 자신의 개성과 정신수양을 동시에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명품 글씨체와 필체 발전 및 손글씨 작품화에도 심혈
한글 정자체를 비롯해 경사체, 고딕체 등 자신만의 독특한 글자체를 개발, 글쓰기 보급에 나선 바 있는 송병주 명인. 세필, 펜글씨, 차트, POP 글씨 등 그간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손글씨에 매달리는 이들에게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온 송 명인은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옥조근정훈장, 국무총리 표창, 국토교통부, 국토해양부 장관 표창, 국회의원 공로상(문화예술발전 유공), 한국산업인력공단 대전지역본부장 표창, 월드마스터위원회(세계명인회) 감사장, 대한명인회 감사장,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 한국의 아름다운 얼굴, 대한민국 신문기자협회에서 주관한 명인·명장 부문 사회공헌 수상자로 ‘한국을 빛낸 사람들 대상’을 수상했으며 ‘제8회 대한민국 명장 장인전’에서 대한민국 명인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기술발전과 기능인 지위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전광역시장 표창을 수훈했다.

현재 작업실과 학원을 운영하며 명품 글씨와 필체를 지속해서 발전시키고자 자신의 손글씨를 작품화하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그는 (사)대한글씨검정교육회 대전·세종 지부장, 대한민국 명장·대전광역시 장인회 운영위원(대한민국 명장회 대전지부), (전)대한민국 공무원미술협의회 충청지회장, 대한민국 안견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한국매죽헌서화협회, 한국서예협회(충남), 한국서도협회(대전·충남)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다. 송 명인은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람의 정과 감성 전달은 손글씨를 대체할 수 없다”며 “한글수도 세종시에서 손글씨의 효용성을 확산시키는데 보탬이 되는 활동을 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