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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 지원 문제 시급해
2023년 06월 06일 (화) 23:10:09 황태희 기자 hth@newsmaker.or.kr

최근 국토교통부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관련 3개의 특별법과 관련해 법이 통과되는 즉시 지원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전세사기피해지원 준비단’을 발족했다.

황태희 기자 hth@

준비단은 3개팀 약 20여명 규모로 한시 운영한다. 법 통과 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정규조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특별법에 따른 지원정책 시행을 위해서는 실태조사를 통한 피해자 대상 선정, 경·공매 유예 협조 요청 등이 필요하다. 국토부는 준비단을 통해 공백 없이 업무가 시행될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철저히 할 예정이다. 우선 정책지원의 기초자료인 실태조사가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조사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합리적인 피해지원대상 선정을 위해 법률전문가와 감정평가사 등으로 구성된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를 구성, 전세사기피해 심의기준도 사전에 준비한다. 또 국회에서 논의 중인 피해지원 관련 특별법도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법 통과 전에도 사전준비에 만전을 기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조속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전세 사기 피해, 80% 이상 미추홀구에 집중
최근 인천에서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3000채에 육박하고 80% 이상은 미추홀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9일 인천시는 일선 자치구와 합동으로 지난 3월6일부터 2개월간 전세사기 피해 실태를 조사한 결과 속칭 ‘건축왕’ ‘빌라왕’ ‘청년 빌라왕’ 등 3명이 인천에 소유한 주택이 총 2969호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484호(83.6%)가 미추홀구에 있고 계양구 177호, 남동구 153호, 부평구 112호로 집계됐다. 나머지는 피해 주택은 서구 32호, 중구 4호, 연수구 3호, 동구 3호, 강화군 1호 등으로 조사됐다. 인천시와 자치구는 지난 4월 인천시 전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3008호로 잠정 집계했다. 하지만 피해 의심 주택들에 대한 등기부등본·임대차계약서 확인 과정 등을 거쳐 이번에 피해 규모를 수정해 발표했다. 전체 피해 주택 2969호의 임대차신고보증금을 합산한 금액은 2309억 원에 달했다. 이들 피해 주택의 조사 시점 당시 상황은 근저당 설정 1964호, 임의 경매 1550호, 임의 경매 후 매각 94호였다. 최우선 변제금 대상이 되는 주택은 1039호(34.9%)에 그쳤고 전세 확정일자를 신고한 주택은 2551호(85.9%)로 파악됐다. 피해가 집중된 미추홀구의 경우 임대차신고보증금 합계액이 2002억 원이었고 근저당설정 1877호, 임의경매 1531호, 매각 92호로 각각 집계됐다. 한편 인천시는 전세사기 피해로 생업에 지장을 받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소상공인 취약계층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전세피해확인서를 발급받은 인천에 사업장을 둔 소상공인으로 업체당 최대 30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상환기간은 5년(1년 거치 4년 분할상환)이며 최초 3년간은 이자의 1.5%를 시가 지원한다. 시는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사업을 조기 시행하기로 하고 최근 3개월 이내 보증지원 제한 삭제, 최저 보증료율 0.5% 적용 등 자금 문턱도 낮췄다. 특히 재원이 부족하지 않도록 신한은행이 특례보증 재원 4억 원을 추가로 출연했다. 시 출연을 포함하면 대출규모는 150억 원(은행 출연 50억 원)이다. 전세피해확인서를 발급받고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나 유흥업 및 도박·향락·투기 등 융자지원 제한업종은 제외된다. 신속 지원을 위해 예약 없이 대표자 본인이 인천신용보증재단 각 지점을 방문해 보증 상담 후 신청할 수 있다. 최태안 인천시 도시계획국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을 마련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전세사기로 피해를 보는 시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고 각종 지원 방안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건축왕’ 대출 잔액 3000억 원 넘어
인천 미추홀구의 대규모 전세사기 피해자를 양산한 ‘건축왕’ 남 모(62)씨의 대출잔액이 무려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총 전세보증금을 웃도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일으켜 사업을 확장한 정황으로 볼 때 원금 상환 대신 대출 이자만 갚으면서 주택 수를 늘려나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상승 압박과 집값 하락 등이 겹쳐 자금난에 빠지자 피해가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가게 된 것이다. 5월4일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로부터 받은 ‘남씨 소유 건물 피해 보증금 규모’ 자료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파악된 남씨 전세 사기 피해 세대는 2734세대다. 대책위는 남씨 소속의 내부고발자로부터 받은 정보, 전세사기 발생 아파트들의 등기부등본 여람, 부동산 계약서, 피해자 인터뷰 등을 취합해 작성했다. 이들 세대의 전세보증금을 합친 금액은 1957억원으로, 이 중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등이 이뤄진 정상 계약의 보증금 규모는 252억원(12%)에 불과했다.

미추홀구청이 최근 파악한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는 세대는 874세대뿐이었다.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전세보증금 규모가 평균 7000만~9000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800억~900억원 정도를 뺀 1000억원가량은 보전받을 가능성이 희박한 셈이다. 이는 작년 한해 발생한 전세보증 사고금액(3422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며 작년 악성 임대인 1위에 오른 자가 낸 보증사고액(554억원)의 두 배에 이른다. 남씨는 임대주택은 전세를 놓고 세입자로부터 보증금을 받은 돈과 보유 주택을 담보로 빌린 돈을 더해 주택 수를 늘려나갔다. 대책위가 자체 추산한 남씨의 대출금액은 3323억원. 이는 피해 아파트의 등기부등본에 게재된 채권최고액을 합친 금액이다. 통상 채권최고액은 대출받은 자가 이자를 연체하거나 채무액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를 가정해 실제로 빌린 대출금보다 높게 설정된다. 예컨대 실제 받을 대출금 1억원이 등기부등본에 기재되지 않고 1억원의 평균 110~130%로 기재된다. 이를 고려하면 남모씨가 저축은행, 단위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을 통해 조달한 금액은 3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전체 보증금 1957억원보다 무려 1000억원이나 웃돈다. 남씨가 세놓은 주택 보증금과 월세 수익(2억원가량)을 고려해도 매달 상당한 규모의 대출금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재무구조다. 피해자들은 미추홀구 전세보증금을 제외하고 잉여자산이 있다고 해도 망할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보증금과 대출을 통해 충당한 자금으로 신축건물을 짓는 방식으로 주택 수를 늘려나간 남씨는 대출금리가 뛰고 집값이 떨어지자 자금난에 처했고, 이는 전세금을 못 돌려주는 상황까지 됐다. 집은 안 팔리고 은행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세금 회수까지 어렵게 된 것이다. 즉 대출을 일으켜 집을 지은 뒤 세입자가 안 구해지자 시세보다 저렴하게 전세를 놓고, 대출이 많으니 계약자들 망설이자 확약서 써주겠다고 안심시킨 다음전세금을 받는 날 근저당 말소를 해제하지 않아 이후 경매에 넘어가게 된 구조다.

지난 5월3일 열린 2차 공판에서 남모씨는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결국 2차 공판도 법률적 쟁점을 정리하지 못한 채 별다른 진전 없이 마무리됐다. 같은 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됐던 전세사기 특별법은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해 또 처리가 불발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가 민간계약, 사인 간의 계약이다 보니 정부가 나서서 피해금을 물어주는 방법은 쉽지 않다”며 “보증금을 늦게라도 되돌려받을 수 있는 피해자들이 아니라면 전세 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으로 주거 안정을 지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수법 ‘동시진행’ 절반 넘어
전국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전세사기 수법으로는 ‘동시진행’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8일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새변)이 부동산 앱 ‘임차in’을 운영하는 ‘아이엔’과 함께 최근 6개월간 전세사기 수법 유형별 빈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새변과 아이엔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아이엔의 CS센터에 접수된 100건의 상담 내역을 유형별로 분석했다. 그 결과 전세 계약과 매매 계약을 동시에 진행해서 임대인이 바뀌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동시진행’이 5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축빌라로 동시진행을 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는 신축빌라 전세계약 후 임대인이 바뀌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신축빌라 분양물건 전세사기’가 25건으로 집계됐다. 또 임대인이 모든 재산을 숨기고 개인회생 혹은 파산신청을 진행하는 ‘파산 신청’이 10건, 임차인이 대항력을 취득하기 전날인 잔금일에 대출을 실행하는 ‘대항력 취득 전 대출’이 3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임차인을 잠시 다른 집으로 전입신고하게 한 후 임대인이 대출을 실행하는 ‘전입신고’가 2건, 위조되거나 부실하게 발급되어 전입신고한 세대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전입세대열람원으로 대부업체를 속여 대출을 받고 잠적하면 대부업체가 임차인에게 연락을 하며 피해를 주는 ‘전입세대열람원’이 2건 등으로 나타났다.

새변은 최근 전세사기 1인당 피해액이 1~3억 사이인 점을 고려할 때 8년 이상의 형량이 선고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사회 취약자를 대상으로 한 전세 사기 범죄의 경우 피해자들의 피해액을 합쳐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변 관계자는 “사회 취약자 대상 전세사기 범죄의 경우 피해자들의 피해액을 합산하도록 하는 특정경제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월9일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계속해서 정부여당이 결정을 미루면 불가피하게 그때까지 합의된 합리적인 방안으로 법안을 추진하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여당은) 민주당 의원들이 요구하는 것을 상임위 소위 회의석상에선 논리적으로 수용함에도 불구하고 결론 내는 것을 지연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세사기 특별법이 급하다고 해서 추진해온 것 아니냐”며 “최대한으로 보완 하되, 시간을 늦출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여야는 상임위 차원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을 두고 머리를 맞댔지만 피해자 범위와 구제 방식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며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정부·여당은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우선매수권과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했지만, 야당은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아울러 김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정부가 국회에서 통과 된 법에 대해서 제동을 걸기 위해 억지 명분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 역시 “간호법은 윤 대통령의 공약이 아니었다고 한다. 뒤에 ‘공식 공약이 아니라’는 사족이 붙는다”며 “그럼 비공식 약속은 있고 공식 공약은 따로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부의장은 여당의 간호법 수정 요구에 대해 “실제 법이 통과 되고 난 다음에 6개월 내지 1년의 준비 기간이 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각 단체들의 요구에 대한 수정안을 낼 의지는 있다”며 “그러나 지금 당장 수정 하라고 하는 여당의 요구에 대해서는 응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주택금융공사 대위변제금액 5년간 1조원 달해
세입자가 임대인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보증기관인 주택금융공사가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금액이 최근 5년간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이 ‘깡통전세’로 전락하거나 ‘역전세’로 세입자가 대출 받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면서, 보증기관이 세입자 대신 은행에 변제한 금액이 1조원에 이른다는 뜻이다. 향후 대내외 금리인상 기조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악화되면서 세입자의 떼인 전세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5월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2019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주금공의 대위변제 건수가 총 1조190억원(2만5827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세 계약은 세입자가 주금공 등의 보증기관을 통해 보증을 받고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은행은 보증기관의 보증을 믿고 세입자에게 대출을 해준다. 그러나 세입자가 전세금을 은행에 못 갚게 될 경우 보증기관이 대신 은행에 갚아야 한다. 이후 보증기관은 다시 세입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 이같은 주금공의 전세 관련 대위변제 금액은 ▲2019년 1689억원(5439건) ▲2020년 2386억원(6939건) ▲2021년 2166억원(5475건) ▲2022년 3053억원(6276건) ▲2023년 1분기 896억원(1698건) 등 5년간 1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해가 갈수록 대위변제 금액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결국 임대인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의 전세금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인데, 그 이유로는 ▲깡통전세 ▲역전세 등이 꼽힌다. 깡통전세는 임대인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를 의미한다. 역전세란 주택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해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상황을 가리킨다. 최근에는 계획적인 전세사기까지 성행하면서 이런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로 부동산 시장 변동성이 큰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서울·경기·인천은 대위변제 건수가 총 1만6016건으로 전체의 62%에 달했고, 대위변제 금액도 총 6646억원으로 전체의 65.2%를 차지했다. 반면, 비수도권은 경남(1708건·654억원)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부산(1422건·523억원) 순이었다. 깡통전세·역전세가 주로 저렴한 빌라·오피스텔에서 발생한 만큼 피해를 입은 세입자도 대체로 청년들이었다. 실제로 전체 대위변제 건수 중 30대 청년 차주의 비중은 30.2%(7810건)이었다. 금액으로도 전체 중 청년이 차지한 비중은 34.9%(3561억원)에 달했다. 이어 40대(7383건·2925억원), 20대(2797건·1377억원)가 뒤를 이었다. 양 의원은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보증 대위변제액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고금리 상황과 집값 하락에 따라 깡통전세·역전세 현상이 지속될 경우, 주금공이 부실채권을 떠안을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금공의 전세자금보증 대위변제 증가 뿐아니라, 올해 HUG와 같은 공적 보증기관의 전세반환보증의 대위변제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사기 피해, 올 하반기 더 심각해질 수 있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사기를 당한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이 80%를 넘는 깡통전세에 대한 구조적 특징을 몰라 덥석 계약했고 사기행각을 걸러내지 못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문제가 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전셋값이 크게 올랐던 시기에 계약했던 매물들의 만기 시점이 도래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토연구원은 ‘전세 레버리지 리스크 추정과 정책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주택가격이 20% 하락하면 갭투자 주택 40%에서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셋값이 급등했던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 시기 빌라 등을 수십, 수백채를 사들이는 이들이 많았다”며 “이전과 달리 지금처럼 집값과 전셋값이 하락하는 시기에는 집을 팔아도 다음 임차인을 구해도 이전 세입자의 보증금을 맞춰주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손을 놓고만 있진 않다. 지난 4월에는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자 구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별법은 공포 후 즉시 시행되며, 시행 후 2년간 유효하다. 요건만 충족하면 전세 피해자에게는 우선매수권이 부여된다. 우선매수권으로 거주 주택을 매입하거나 경락을 원하지 않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권리를 넘긴 뒤 공공임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긴급자금 및 복지지원도 받게 된다.

경·공매 낙찰 시 금융·세제 지원도 제공한다. 이보다 앞서선 근절 대책도 마련했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심사 시 확정일자 확인 후 대출을 진행하는 사업을 확대(4월)하고, 중개사 범용 계약서에 대항력 확보 전에 근저당 설정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특약도 반영하기로 했다.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에 연루되면 퇴출한다. 지난 5월 1일부터는 전셋값이 매매가의 90% 아래인 주택에 사는 세입자만 전세보증금반환보증(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전세가율이 높은 깡통전세도 보증보험이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됐던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선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전세사기 근절방안들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세금체납 등을 계약여부와는 무관하게 언제든 누구나 집주인 동의 없이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금보다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 육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이런 사건이 벌어지기 전 공공임대주택·기업형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도 필요하다”며 “충분한 공급을 통한 주거안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설명도 있다. 소득 수준을 고려하지 않았던 무분별한 전세자금대출이 지금의 사태를 키운 만큼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처럼 전세보증금도 집값의 일정 부분만 받을 수 있도록 캡(상한선)을 두는 방식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전세도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대출 받는 대출의 일종이니까 매매가 대비 70% 까지만 보증금을 받도록 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며 “나머지 부분은 월세로 받도록 하면 갭투자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선순위가 있는 주택은 전세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집값의 일정 부분만 보증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캡을 씌우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전세제도 폐지론도 고개를 든다. 전세제도가 지속되는 한 언제든지 다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월세로의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도 일리는 있다. 월세가 일반적인 외국과 달리 국내에만 존재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변동성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번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도 이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다. 무리하게 집을 수십, 수백채를 사들였으나 기대와 달리 집값이 하락하며 전셋값 역시 덩달아 떨어지자 보증금 돌려막기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전세 폐지는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임대에서 매매로 이어지는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대안 없는 폐지는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들의 주거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사안 중 하나다. 고준석 대표는 “전세가 주거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고, 민법 상 전세권이라는 물권제도가 있는 만큼 폐지가 불가능하기도 하고 할 필요도 없다”고 역설했다. 김진유 교수는 “전세제도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며 “전세는 목돈은 있는데 월소득이 별로 없는 노인, 월세는 부담스럽지만 목돈을 갖고 2년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전세가 없어지면 보증부 월세도 없어진다. 전세가 있기 때문에 보증부 월세도 있는 것”이라고 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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