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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서 칼럼] ‘긴 머리 소녀’ ‘밤배’의 둘다섯, 오세복의 삶과 노래[2]
‘오세복 추모, 헌정음악회’ 현장을 가다
2023년 05월 16일 (화) 12:15:19 박성서 webmaster@newsmaker.or.kr
▲ 오세복 추모, 헌정음악회 포스터

‘밤배’, ‘긴 머리 소녀’, ‘일기’, ‘얼룩 고무신’ 등의 포크 듀오 ‘둘다섯’의 오리지널 멤버, 오세복(1954.6.4 ~ 2021.8.11)을 추모하는 헌정음악회가 열렸다.

오세복 추모 1주기를 맞은 지난 2022년 12월에 열린 ‘오세복 헌정음악회’는 ‘둘다섯’ 객원 멤버로 활동했던 싱어송라이터 이철식씨가 주최하고 음악 동료 선후배들에 의해 진행되었다.

‘둘다섯’은 1974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약 40여년 간 활동하던 남성 포크 듀오. 휘문중·고등학교와 동국대 선후배 사이인 이두진과 오세복이 결성한 팀. 팀명 ‘둘다섯’은 바로 이들의 이름에서 ‘이’씨와 ‘오’씨 성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그동안 서정적이면서도 쉽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사랑받았던 ‘둘다섯’의 오리지날 멤버이자 마지막까지 활동했던 오세복을 추모하는 이번 헌정음악회에서는 미공개 유작도 발표되어 그 의미를 더했다. 제목은 ‘인생길(오세복 작사, 작곡)’. 노래를 부른 멤버는 오세복과 이철식.

이 노래가 만들어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오세복씨 별세 2년 전에 취입된 노래로 신장염을 앓고 있던 오세복씨가 신장 이식수술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 ‘오세복 추모 1주기 헌정음악회’를 통해 둘다섯 멤버 오세복의 삶과 노래를 돌아본다. 그 두 번째.

  글 l 박성서(음악평론가, 저널리스트)
사진 l 강신군, 백현구

▲ 음치교정 전문가로 활동할 당시 오세복 기사 스크랩 중 일부

LA에서 귀국 후 음치교정 클리닉 시작, 음치교정 전문가로 활동

갑자기 미국으로 떠난 오세복은 1987년~1991년까지 4년간 LA에서 머물렀다.
귀국 후 그는 ‘어부(오세복 작사 이두진 작곡)’를 발표한다. 멤버는 오세복과 이두진. 블루스 색채가 짙은 노래 ‘어부’를 발표했지만 공연은 각자 다른 멤버와 무대에 올랐다.

이 무렵 오세복은 당시로서는 이름도 생소한 ‘음치교정 클리닉’을 열고 음치교정 전문가로 변신한다. 서울 대치동에서 ‘둘다섯 클리닉’을 개원한 것. 일종의 노래교실인 셈이다. 이 무렵 우리나라에는 노래방 열풍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그가 음치교정클리닉을 열었던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에서였다. 미국에서 종교음악을 공부던 중 LA한인교회에서 찬송가 제대로 못 부르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서부터다.

클리닉의 광고 카피는 ‘노래 깡통을 조용필로 만든다’였다. 당시 오세복은 한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음치라 믿는 사람들 대부분이 진짜 음치가 아니다’라며 ‘자신감이 없고 노래를 부르면서 자기 목소리를 듣지 않기 때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디션을 거쳐 원인을 분석한 뒤 모음 발음, 시선 관리, 호흡점 찾기 훈련을 2~3개월 거치면 대부분 노래 공포증을 떨쳐버리게 된다며, “스스로 음치라고 생각한다면 노래를 한 소절씩 끊어서 집중적으로 듣고 익힌 뒤 노래를 부를 때 자기 목소리를 신경 써서 듣는 훈련만 한다면 어렵잖게 음치를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한편 이 무렵 또 다른 멤버 이두진씨도 ‘석 달이면 음치 탈출’이라는 카피를 내걸고 분당 수내에서 ‘둘다섯 음치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었다.

▲ 포크 듀오 둘다섯 음반들

음치교정 클리닉을 계기로 노래 지도에 몰두

이를 계기로 그는 본격적으로 노래 지도를 시작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댕기 머리 청년, 청학동 김봉곤씨다.

청학동 출신 김봉곤(당시 26세)은 가수가 되기 위해 기타와 피아노를 배우고 오세복에게 대중가요 발성법도 처음부터 다시 배웠다.

혼자서는 흥겨운 무대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10대 젊은이 4명을 모아 ‘요요’라는 팀을 구성해 무대에 서는 등 이른바 ‘댄스음악에 국악을 접목’해 화제를 모았다.

1999년에 발매된 시인(詩人) 김성순 송파구청장의 음반 ‘어머니가 생각나면 나팔을 불지요’도 화제가 되었다. 당시 송파구민이었던 오세복은 구청복지관에서 음악프로그램을 맡으면서 김구청장을 만나게 된다.

그는 94년 ‘예술세계’ 신인상으로 문단에 정식 등단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로 공직 생활 틈틈이 써온 시로 ‘코뿔소의 눈물(문학사상사)’ 등 2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그의 시집을 우연히 접하게 된 오세복은 시들이 의외로 서정적이고 참신하다고 판단, 구청장을 설득해 음반 작업을 추진했다. 아름다운 시와 더불어 대중가요로서의 상품성도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어릴 적 감나무 밑에서 새끼 꼬던 할아버지/떨어진 감 주워 닦아주던/굳은살 배긴 손이 생각납니다/반세기 흘러 아이는 할아버지 되고/울음으로 세상을 열고 나오는/작은 생명을 안아봅니다. (김상순 시(詩) ‘할아버지 되던 날’ 증에서)’

이 음반에는 임창제. 강은철, 하남석 등 8명의 포크 가수들이 함께 참여, 이들이 부른 10곡의 노래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아울러 1999년에는 ‘대한민국 포크송 30주년’을 맞아 ‘포크송이여 부활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포크 싱어들이 모여 '한국 포크 상륙 30돌' 기념음반을 발표했다. ‘둘다섯’은 원 멤버(이두진·오세복)로 블루스 색채가 짙은 신곡 ‘바다’로 참여했고 임창제는 20여 년만에 ‘세월 가는 소리’를, 하남석도 15년 만에 ‘세월의 창’이라는 노래를 음반을 통해 발표했다.

 

▲ (사진 위) 오세복(아래 우측)씨가 신장이식수술 받기 2년 전 모습. (사진 아래 ) 울산대학교병원 조홍래 원장으로부터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는 오세복(우측에서 두 번째)과 이철식

2000년대, 라이브카페를 운영하며 팬들을 만나다

2000년대 들어 오세복은 라이브카페를 운영하며 팬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그가 처음 문을 연 라이브카페는 안동댐 부근의 ‘밤배’.

2006년경, 우연히 지인과 함께 안동에 갔다가 개점휴업 상태로 있던 카페를 보고 첫눈에 반해 곧바로 계약했다. 입구에 '둘다섯 밤배'라는 간판을 내건 이곳은 안동댐 옆길을 따라 휴게소로 오르는 석동선착장 부근에 자리했는데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금세 안동의 명물로 자리 잡았고 2년 뒤인 2008년 2월, 정식 오픈했다.

이곳 단골 출연 가수였던 임용제씨는 당시 얘기를 이렇게 들려준다.
“‘옛날이야기’라는 라이브카페를 인수했지요. 3백 평 규모로 매우 넓은 이곳은 안동의 포크가수들, 즉 보헤미안 천승현, 이미숙, 김혜욱씨 등을 배출해낸 안동 포크음악의 산실이었다.”고 회고했다. 또한 주말에는 임용제를 비롯해 소리새, 신계행, 이승재, 임지훈씨 등이 무대에 섰다.

이후 당진, 서산 등에서도 ‘밤배’라는 상호로 라이브카페를 운영했던 그는 2010년 12월, 서울 강남에 라이브 공연을 하는 신개념음식점 ‘오세복의 밤배’를 개업한다. 미국 뉴저지의 일반음식점에서 라이브공연 하는 것을 보고 음악과 음식의 결합을 시도한 것. 포크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며 식사하는 신개념 문화 공간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신장염이 악화되면서 아쉽게도 카페를 접어야 했다.

 

▲ 유작 ‘인생길’, ‘남자가 사는 이유’ 음반 재킷용 사진 속 오세복(우측)과 이철식

둘다섯 마지막 멤버, 이철식과 유작 ‘인생길’, ‘남자가 사는 이유’ 취입

“지난 2018년, 세복이가 신장염에 걸렸어요. 술을 좋아하다 보니 신장이 다 녹아버렸어요.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을 해야 했지요.” 이철식씨의 회고다.

“둘째 아들(민석)의 신장을 기증받아 울산대학교병원에서 이식수술을 받았죠. 마침 원장이 후배라, 둘다섯이 울산대학병원의 홍보대사를 해준다면 병원비를 50% 싸게 해주겠다고 해 그곳에서 수술받았어요. 수술 전 녹음한 것이 ‘인생길’과 ‘남자가 사는 이유’입니다. 나중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혼자 많이 울었다고 하더군요.”

취입과 함께 재킷 촬영까지 마쳤다. 마침 모 프로그램에서 다큐로 방영하기로 작가와 협의,수술 광경을 모두 영상에 담기도 했다. 다큐 제목은 ‘이것이 남자가 사는 이유다(가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오세복도 회복되어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남자가 사는 이유’ 1. 방황의 길을 떠가며 울어야 하는 나는 남자/덧없는 인생을 목마르게 어디 가서 찾아볼까/오늘이 지나면 내일 오고 끝없는 사랑의 애태우며/날아가는 꿈들을 잡으려고 고독한 나의 사투/사랑과 돈도 명예도 구차한 구걸은 정말 싫어/불타는 열정은 그댈 위해 때로는 목숨도 걸었었다/세상이 날 보고 웃는다 나도 세상이 안보인다/소나기 내리는 길바닥에 누워서 하늘을 본다.

2. 채워도 채워도 더 갖고 싶은 고독한 남자가 사는 이유/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니 숨소리만 허덕이네/남자가 눈물은 왜 보여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인생의 행운은 한 번이야 또다시 전쟁이네/사랑과 돈도 명예도 구차한 구걸은 정말 싫어/불타는 열정은 그댈 위해 때로는 목숨도 걸었었다/세상이 날 보며 웃는다 나도 세상이 안 보인다/소나기 내리는 길바닥에 누워서 하늘을 본다/소나기 내리는 길바닥에 누워서 하늘을 본다. -‘남자가 사는 이유(이철식 작사, 작곡, 둘다섯(이철식 오세복) 노래)’
“그때 제주 공연 스케줄이 잡혔어요. 그런데 제주도 공연길에 대형 교통사고가 났죠. 세복이는 엘보가 부러졌고 나는 목뼈 4개가 금이 가 장기간 입원해야 했어요. 먼저 퇴원한 오세복은 이전 멤버 우영철과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었고...”

이후로도 오세복은 건강 문제로 고생이 많았다. 타계 직전 코로나에 걸려 고생하다가 코로나가 낫자 몸을 추스린다고 여수에 갔다가 급성 패혈증으로 결국 눈을 감았다.

 

▲ 헌정음악회 무대에 선 선후배 음악인들. 위로부터 포크 트리오 메모리즈(손유신, 허충남, 이민구). 소프라노 김지현, 듀엣 마음과마음(임석범·채유정), 동래학춤과 음악회를 주관한 이철식, (맨 아래 사진) 좌로부터 MC 박성서, 싱어송라이터 김지환, 이시아, 이남우, 김정욱, 강영호, 정찬우, 이철식

추모 1주기 오세복 헌정음악회 현장 스케치

지난 2022년 12월 18일, 오세복을 기리는 헌정음악회가 추모 1주기를 맞아 용인에 있는 라이브 레스토랑 ‘올리(Orly)’에서 열렸다. 이곳은 싱어송라이터 이철식씨가 운영하는 곳. 둘다섯의 객원 멤버이기도 했던 이철식씨가 주최하고 동료 선후배 싱어송라이터들이 마련한 헌정음악회다.

동래학춤으로 시작된 이 헌정음악회의 오프닝은 듀엣 마음과마음(임석범·채유정)의 ‘긴 머리 소녀’로부터 시작되었다.

추모음악회 현장에서는 오세복 노래와 함께 그에 대한 추억담이 쏟아졌다. 이야기 초대 손님으로는 동료, 선후배들인 ‘노래하는 작곡가’들이 대거 출연했다. ‘그날(김연숙 노래)’의 작곡가이자 추모음악회를 진행한 이철식을 비롯해 ‘사랑 넋두리’의 강영호, 꽃 바람 여인(조승구 노래)’의 김영철, ‘천상재회(최진희 노래)’의 작곡가 김정욱, ‘하나의 사랑(박상민 노래)’의 작곡가 김지환, ‘그녀를 만나는 곳 100미터 전(이상우 노래)’의 작곡가 이남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광조 노래)’의 작곡가 이태열, ‘해운대 연가(전철 노래)’의 작곡가 정찬우. ‘더크로스’의 이시아 등이 바로 그들. 이들은 오세복(둘다섯) 노래의 특징과 이 노래들이 우리나라 대중음악에 남긴 의미를 되짚어 보기도 했다.

7080 통기타 시대의 캠프 송으로 특히 인기가 있었던 둘다섯 노래는, 기타 하나만 있으면 반주에 따라 여럿이 화음을 구사할 수 있는 노래들로 사랑받았고 특히 둘다섯의 노래는 혼자 부를 때보다 여럿이 부를 때 더 좋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또한 오세복의 화음은 절대 감정을 오버하지 않고, 서정적으로 불러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는 평도 이어졌다. 이들은 가까이에서 지켜본 오세복은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는,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기억했다.

듀엣 마음과 마음(임석범·채유정)의 무대에 이어 가수 이솔, 소프라노 김지현 등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특히 김지현은 ‘밤의 연가’로 알려진 둘다섯 노래의 원곡인 ‘밤의 찬가’를 원곡 그대로 목가풍으로 불러 추모 열기를 더했다. 이 노래 원곡은 황우루 작사, 김인배 작곡으로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1968년에 발표된 곡이라는 설명과 함께.

‘밤의 찬가’ 1. 찬란하게 별빛이 쏟아지는 밤/멀리 저 멀리서 풀 벌레 소리/아름다운 그대 창문을 열고/조용히 옷깃 끌며 뜰에 나서라/신비롭게 흐르는 밤의 강물은/너와 나의 영원한 사랑의 밀어.

2. 부드러운 달빛이 속삭이는 밤/저기 저 멀리서 산꿩이 소리/사랑스런 그대 머리를 감고/살며시 옷깃 끌며 뜰에 나서라/신비롭게 푸르른 밤의 강물은 /너와 나의 영원한 사랑의 밀어. -‘밤의 찬가(황우루 작사, 김인배 작곡, 박연숙 노래)’

이어 오세복의 미공개 유작인 ‘인생길(오세복 작사, 작곡)’이 공개된 데 이어 ‘올리’에서 상주하는 전속밴드 홍정민, ‘노래하는 쉐프’ 구석도 무대에 올라 가족적인 추모 분위기를 더 했다. 피날레 무대는 포크 트리오 메모리즈(손유신, 이민구, 허충남)가 둘다섯의 대표곡인 ‘먼 훗날’, ‘얼룩 고무신’, ‘일기’를 관객들과 합창하는 것으로 헌정음악회는 마무리되었다.

유족을 대표해 오세복의 막내 동생 오내길씨의 인사말도 이어졌다. “저희 아홉 남매 중에서 특히 세복이 오빠는 둘도 없는 오빠였어요. 심지어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도 저와 상의할 정도”였다면서 “제가 미국에 살다가 귀국한 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채 갑자기 떠나보내게 되어 두고두고 아쉬움이 크다.”는 소회를 밝히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세복의 유족으로는 부인 정미애씨와 아들 준석·민석·은석씨가 있다. 오세복의 저작권 승계는 막내아들 은석씨가 이어받았고 또한 오세복씨가 소중히 아끼던 손때묻은 기타는 현재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기증, 보관되어 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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