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끊임없이 생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과 더불어 표출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혹은 현실에의 참여다. 때문에 모든 인간은 예술에 대한 욕구, 즉 자신만의 감성을 표출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예술의 아름다움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은 그 감흥을 이해할 수 없다. 예술의 세계는 삶과 맞닿아 있으면서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꿈에 도전해야 하고, 현실과 이상향을 품어내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힘들지만 매력적이다.

함축적이면서도 명확한 주제의식 담아내는 작품 선보여
조각가 박장근의 행보가 화제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박장근 작가는 인간의 존재와 실존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사유하면서 자신만의 서사와 빼어난 솜씨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만들어가는 ‘서사조각의 마술사’다. 박장근 작가는 보이는 대로 표현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인체를 재구성하거나 자연물 또는 기학적 형태와 접합하는 방식으로 재창조해서 작품을 추상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겨울나기’, ‘Dreamer’, ‘Blooming Man’, ‘Direction’, ‘Intro 2019’ 등이 대표적인 작품으로, ‘인트로’는 자연석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소재로 인체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묻는 반추상 예술 작품으로 그의 철학의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작으로 꼽힌다. 그의 작품들은 현대 사회 곳곳에 걸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과 경계를 드러낸다. 그리고 몸은 그들 앞에 세워진 보이지 않는 경계와 벽을 가시화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 조각가 박장근

박장근 작가의 조각은 표현적인 동시에 절제가 보이고, 함축적인 가운데 명확한 주제의식을 담아낸다. 이는 그가 인간의 몸을 조각함에 있어 스케치적 회화성을 과감하게 사용하면서도 그 안에 숨어 있는 뼈대를 항상 염두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팔, 다리, 머리, 몸통. 어디 하나를 떼어 내어 본다 하더라도 각각의 신체 부분들은 똑같은 느낌과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작품에는 왜곡, 풍자, 해학의 정신이 똬리를 틀고 있기도 하다. 길게 늘여진 인체나 데포름이 강화된 손과 발 등의 인체의 변형은 물론이며, 높다란 좌대를 설치하고 그것을 힘겹게 오르고 있는 인물을 형상화하는 방식의 연출적 기법 역시 그의 작품을 풍자, 해학의 정신들과 맞물려 포개지게 만든다. 특히 그의 형상조각에는 시대와 현실이 투영되어 있다.

작가의 시대는 ‘지금, 여기’일 수도 있고, 한 세기일 수 있으며, 그 너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여기로 와 있는 이 지점, 바로 여기라는 사실이다. 또한 그의 작품 속 현실은 여전히 고달프고 힘들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며,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 사실을 직시한다. 최근 박장근 작가는 자연과 같은 본성을 지향하는 인간의 모습에 집중한다. 단순히 자연의 외양을 닮아가는 것이라기보다 자연의 내면에 대한 학습이다. 미술평론가 김성호는 박장근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해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개체들의 다양한 희로애락(喜怒哀樂)은 생로병사를 거듭하는 자연의 순환적 세계관 속에서 펼쳐지는 것이 아니던가? 그의 최근작들은 이러한 제한적 인간 조건을 수렴하면서 자연의 본성을 품에 안고 있는 중이다. 중력에 직립한 채 그것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환경에 조응하며 만들어내는 인간의 근원적 존재론의 차원이 그에게 새로운 화두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고 평한 바 있다.

▲ 박장근, 소망을 품다, 320x500x840(h)mm, bronze 화강석,2022년작

이천 미술계의 활성화와 예술인들의 위상 제고에 총력
홍익대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 미술대학원을 졸업한 박장근 작가는 ‘희망을 꿈꾸다’ 개인전 6회, 부스 개인전 7회, 그룹전, 초대전 등 각종 전시회에 130여 차례 참가하며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제2회 청년작가야외조각공모전 대상을 비롯해 굵직한 상을 수차례 받은 바 있는 그는 2014, 2015년 개최된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예술 감독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또한 고려 시대에 거란의 침입을 막고 영토 확장에 기여한 위인 장위공 서희선생의 일대기를 스토리텔링 조형물로 만드는 문화사업(서희선양사업추진위원회 주관)을 진행했다.

이 스토리텔링 작품들은 경기도 이천시 이천역사문화 서희테마공원에 설치됐고, 서울 외교안보연구원에도 그가 제작한 서희 흉상이 설치돼 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이천지부 지부장, 이천예총 부지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그는 이천 지역에 대한 이미지 개선, 이천 미술계 활성화와 예술인 지위 향상, 미술 산업 저변 확대, 전시 플랫폼 개발, 작품 판로 다변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올해 이천 Open Art Festival을 개최할 계획이라는 그는 “협회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밝힌 뒤 “앞으로도 내 고유 스타일이 담기고 삶에 대한 고찰이 엿보이는 인체 조각 작품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NM

▲ 겨울나기,260x120x260(h)cm-남, 300x130x230(h)cm-여, 140x65x145(h)cm-소남,F.R.P,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