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음식과 술은 같이 발전한다. 음식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어울리는 음료(술)를 만들고 때로는 새로운 술을 만들게 되면 그 술과 어울리는 음식을 찾거나 만들어 서로 보완한다.

황태일 기자 hti@

오늘날 한식에 있어 음식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 마시는 전통주는 도외시하고 있다. 음식은 술이 없이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술이 더해지면 훨씬 더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다.

최상의 재료로 만든 최상의 술 ‘오서주’

전통주 산업이 젊은층의 인기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급격한 성장 과정에서 범람하듯 출시된 전통주 중 일부 수준 미달의 제품이 소비자의 신뢰를 약화시키진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외형은 전통주처럼 보이지만 내용물은 시대의 유행만을 쫓거나 유명인의 이름을 빌려 마케팅만 강조하는 술도 존재해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전통주 제품은 균일성이 떨어져 마실 때마다 맛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령주조장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 소재한 태령주조장은 ‘2022년에 이어 2023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오서주’로 우리술 약주·청주 부문 대상을 수상한 곳이다. 오서주는 쌀, 누룩, 물만으로 담그는 전통주다.

▲ 김순옥 대표

김순옥 태령주조장 대표는 “전통에 기반한 주조 방식으로 담그는 오서주는 멥쌀을 빻아 설기를 쪄서 소량의 누룩으로 밑술을 빚고, 6일 후 찹쌀로 고두밥을 쪄 2개월 정도 발효시켜주는 이양주 기법을 거친다”며 “발효가 끝나면 대나무 용수를 사용해 맑은 술을 떠내는데, 술이 숨을 쉴 수 있도록 금속 용기가 아닌 항아리에 담아 발효를 시키거나 압착해 술을 짜지 않고 대나무 용수를 사용해 술을 떠낸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수상한 오서주는 유기농·친환경농법의 선진지인 홍성군 홍동면의 ‘홍동쌀’과 발효 누룩, 물 분자를 잘게 잘라주는 역할을 하여 효모가 잘 발효될 수 있도록 물 변환시스템으로 만들어 낸 SY-1000 활성수를 사용한다. 현재 태령주조장에서는 3개월간 발효기간을 거친 ‘오서주’ 외에도 6개월간 발효기간을 거친 ‘레드 오서주’역시 주류대전 약주부분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산양산삼을 넣은 산양산삼막걸리, 호박을넣어 만드는 호박막걸리 등의 제품도 주조하고 있다. 김순옥 태령주조장 대표는 “최상의 재료가 최상의 술을 만든다. 제대로 된 술 맛을 위해 기교가 아닌 기본에 충실했다”면서 “전통을 재현하기 위해 100%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다. 내 마음이 술에 전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늘 즐거운 마음으로 술을 빚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서주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위해 총력 기울여

전통주 명인이 되는 것이 소원이자 목표라는 김순옥 대표. 유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그는서울에서 사업가로 승승장구했지만 예기치 않게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지난 2008년 부모님을 봉양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후 요양보호사로 일하다 2014년 우연히 충남농어업6차산업화센터 전통주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은 이후 전통주를 빚는 것이 자신의 또 다른 운명이라는 것을 느낀 그는 지난 2016년 태령주조장을 열었다. 이후 ‘좋은 술을 만들면 좋은 사람이 온다’는 일념으로 정성껏 술을 빚었고, 2017년부터 많은 물량을 주문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김 대표는 좋은 술을 빚기 위한 좋은 물을 찾아 연구하며, 단골들이 추천하는 좋은 쌀로 술을 담가 보며 재료를 개선하는 등 오서주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저온 발효한 술의 풍미가 우수했다는 점에 착안해 저온 발효의 오서주를 상품으로 만들어 공급하고자 태령주조장의 확장 이전도 고려하고 있다. 오서주는 아직 미완성품이기에 앞으로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오서주를 빚고 싶다는 김순옥 대표. 그는 “전통주를 빚으면서 우리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달았고, 젊은 세대에게 낡은 과거에도 빛나는 보물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며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주를 계승·재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