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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라는 통로로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불국토를 안내하다
2023년 04월 05일 (수) 14:45:17 차성경 기자 biblecar@newsmaker.or.kr

창조성은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내용을 수용하고, 고안한 방식을 시도하고, 시행착오 속에서 성찰하며 더 좋은 방향을 고민하는 순간마다 생동한다. 기발하고 번뜩이는 영감의 순간뿐만 아니라, 익숙하거나 혹은 전혀 모르는 영역에서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고 숨은 것을 발견하려는 과정에 일어나는 것이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예술가들은 손에 잡히지 않는 감각과 영감을, 눈앞에 선명히 보이며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완성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창조성과 고군분투하는 이들이다. 정답처럼 여겨졌던 삶의 방식마저 불확실한 것이 되고 정해진 정답 없이 자신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막연한 시대에 놓인 우리에게, 예전부터 불확실함 속에서 고유한 사유를 통해 이뤄낸 창조로 자신만의 길을 찾아나가던 예술가의 움직임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 신진환 작가

40여년 불화 외길 걸으며 다채로운 작품 선보여
“불화를 누구나 편안하게 대하면 좋을 것이다. 종교에 상관없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그림으로 비종교인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현대불화를 그리게 된 이유다.” 신진환 작가의 행보가 화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임석환 선생의 불화 이수자인 신진환 작가는 40여 년째 불화의 외길을 걷고 있다. 불교가 전파된 아시아의 각국 사찰과 우리나라의 절을 갈 때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 바로 ‘불화’다. 우리나라 사찰 법당에 가면 불상 뒤편으로 불화가 위치해 있는데, 불화는 한문을 모르던 중생을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림으로 표현한 미술품이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양식이다. 형을 따라 방문한 사찰에서 불모(佛母)가 불화를 그리는 광경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아 20대에 불화세계에 입문한 신진환 작가는 불화장 임석환 선생에게 사사한 후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여 왔다. 강화 전등사 명부전, 수덕사 환희대 원통보전, 서울 진관사 명부전, 경기도 만의사와 청운사 등의 불화를 비롯해 경기도 약천사, 순천 선암사 등의 괘불 등의 작품을 비롯해 남북한이 함께 벽화를 조성했던 금강산 신계사 복원에 참가하기도 했다. 신라 법흥왕 6년(서기 519년)에 보운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신계사는 1천500년에 가까운 긴 역사를 지닌 고찰로 신라·고려시대에 여러 차례 보수·중건됐고 임진왜란 때 소실되기도 했다.

▲ <행운>, 삼베에 아크릴, 45x39cm, 2023

1951년 6월께 미군의 폭격으로 주춧돌과 삼층석탑만 남긴 채 모두 불타버렸다. 불화 복원작업에는 남측에서 김준웅(충남 무형문화재 단청장 제33호) 등 10여명이 참여했고, 북측은 조선문화사보존사 김수용 단청실장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복원공사는 2004년 4월 6일 착공해 2007년 10월 13일 낙성식을 했으니 약 3년 6개월이 걸렸다. 이때 신진환 작가도 합류하여 남북한 합동작업에 참가하게 된다. 신진환 작가는 “당시 신계사의 작업은 저의 인생에 있어서 큰 불사였다. 언제 다시 그곳에 가 볼 수 있을까 하는 아쉽다”면서 “잠시나마 불화로 남북한이 하나되는 순간이었고, 그 기록화는 오랜 세월 남겨질 것이다”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불화 통해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안을 선사
“불화가는 대중에게 진리를 호소·설득하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부처님 말씀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림으로 부처님을 모시는 신진환 작가의 작품은 기존의 전통불화에서 추구하는 방식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다. 유쾌한 표정으로 TV를 보거나 컴퓨터에 빠져 있다. 신나게 춤을 추다가도 인공위성을 타고 참선을 한다. 화사한 핑크색, 옅은 그린톤, 파스텔톤의 AI로봇 부처님이라니 이전까지 전통불화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색채이다. 불화에서 이제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독특한 현대적 색채미와 한국적 전통 해학미가 교차한다. 그의 스승인 임석환 선생은 신 작가의 작품세계를 두고 “오랜 기간 현장에서 작업을 통해 얻어진 경험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습화한 노력으로 인해 활달한 필치를 보여주며, 화려하지 않고 기교도 부리지 않아 단순한 듯이 보이는 월암의 작품은 그가 지닌 심성과 어울려 순수한 개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 <부귀>, 삼베에 아크릴, 45x39cm, 2023

지금도 신진환 작가는 매일 아침 아나파나 사티를 하고 기도하며 그림을 그린다. 낮에는 남들이 도상으로 만들어 놓은 불상(佛相)의 틀을 깨고 진짜 불상을 찾으려 매일매일 부처님 한 분씩 그렸다. 그리고 그가 완성하는 작품의 관객은 세상의 모든 이들이다. 남녀노소 누구나이고, 세계 여러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다. 종교의 경계도 없으며, 국경도 언어의 제약도 없다. 이에 대해 신 작가는 “현대불화를 온라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다가갔으면 한다. 그림 속에서 불교 교리가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생활 속에서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SNS라는 채널은 세계인이 쉽게 만날 수 있는 접점이기도 하다. 한국의 불교를 만날 수 있는 장소로 좋은 곳이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산신탱화를 작업하고 있는 그는 “불법의 진리가 작품 안에 녹아 대중과 소통하고, 작품을 접한 이들이 불화 속 부처님을 바라보며 평화와 행복을 느끼며 힘든 삶 속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림이라는 통로로 매일매일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불국토를 안내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신진환 작가.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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