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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절망을 극복하려는 삶의 의지를 작품으로 승화시키다
2023년 04월 05일 (수) 14:37:46 차성경 기자 biblecar@newsmaker.or.kr

복잡한 기술과 정보로 얽히고설켜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항시 크고 작은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무시로 찾아드는 위험 상황을 정확히 해석하는 것은 빠르고 현명한 대응 행동을 선택하는 데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차성경 기자 biblecar@

별빛 하나 없는 캄캄한 밤을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인생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예측 불가능한 ‘그 무엇’들이 얽혀들면서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것, 이것이 피할 수 없는 인류적 삶의 방향이기도 하다. 

▲ 정찬우 조각가

불안과 절망으로 지친 현대인을 적나라하게 비판
조각가 정찬우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정찬우 작가는 인간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고뇌하며 이를 현실 판타지로 재해석하여 독창적인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작가다. ‘인생의 불확실성’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정 작가는 예측할 수 없는 불행, 성공 여부의 불확실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고 불안과 절망으로 지친 현대인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특히 그의 졸업 작품인 <K씨의 고민>은 정 작가가 NHK 방송을 통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폭 장면을 보고 핵폭탄의 무서움을 깊이 느낀 후 만든 작품으로, 예술계가 정찬우 작가를 주목하게 만들기도 했다. 현재 정찬우 작가는 쇠붙이, 돌, 소주병, 밥솥과 부품, 성냥개비, 페트병 등 삶과 밀접한 사물들을 소재로 이를 용접기로 잇거나 망치로 쪼는 등 다양한 조형 기법을 활용해 작품으로 완성해내고 있다. 불확실성은 우리를 결코 불안과 절망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며 또한 무기력하게 만든다.

정찬우 작가의 작품은 불확실한 위협으로 가득한 삶을 지탱하는 구슬픈 인간의 왕국을 향한 솔베이지의 간절한 소망의 주문과 삶의 축복으로 퇴적되어 있다. 만취 상태에서 깨어나 보니 굴러다니는 소주병이 정찬우 조각가 자신의 모습처럼 보이는 공허함을 쇠와 소주병, 밥솥과 부품으로 표현한 <무제> 연작, 성냥개비를 사람의 모양으로 이어 붙여 기합을 받는 형상인 <대가리 박아> 연작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대작을 추구하기보다 창작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삶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는다는 정찬우 작가. 그는 스스로가 3포세대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에 망치와 용접기로 돌을 쪼고 금속을 이어 붙이는 억세고 땀에 젖은 조각가를 추구한다. 정 작가는 “조각은 생각하고, 그리고, 만들어보는 사이클을 반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오차범위를 좁혀나가는 것이다. 부단히 실패하고 끝없이 도전하며 작품을 갈고 닦는 것이다”면서 “아르바이트하고 남은 시간을 활용하여 작업한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작업 시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저는 자신의 발이 썩는 줄도 모르고 작업한 미켈란젤로처럼 제게 주어진 시간 내에서 제 모든 땀을 바쳐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범한 인간 군상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담아내
“가도 가도 끝없는 이 영혼의 깊은 동굴 속 터널을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아 저주인가? 아니면 나만 이런 것일까? 미친 듯이 온몸을 다해 벗어나려 해보지만 언제나 항상 제자리일 뿐이다. 징그럽고 짜증나는 세상만사 귀찮기만 하고 이제 그 흔한 궁금증도 없다. 조그마한 호기심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 작은 호기심마저 사라진 지 오래이다.” 이 시대의 평범한 직장인들, 또한 평범한 인간들에 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는 정찬우 작가. 계산적인 예술가보다는 삶 자체를 사랑하고 작품에도 목숨 걸 수 있는 삶의 의지를 실현하고자 작품 활동에 매진해온 그의 작품은 최근 한 기업가에게 2억 원에 판매됐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 뚝섬한강공원에서 개최된 한강조각프로젝트 ‘낙람유람’에 참가해 첫사랑과 밤새 나누었던 불같이 뜨거웠던 키스를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5m 크기의 대형 작품으로 구현한 <첫 키스>라는 작품도 전시해 당시 행사에 참여한 302명의 조각가 1,100여 점 중 유일하게 판매되는 쾌거도 거두었다.

자신이 쌓아올린 예술세계가 예술계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정찬우 작가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세계의 무대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마음이 반영된 작품을 통해 좌절과 절망을 극복하려는 삶의 의지를 표현하고자 오늘도 아르바이트와 작품 활동에 매달리고 있는 그는 우선적으로 올해 10년째에 접어든 ‘대가리 박아’ 연작 프로젝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정찬우 작가는 “8m짜리 대형조각을 완성하여 세계적인 조각가들과 경쟁하고 싶다”면서 “이를 통해 한국의 조각을 해외에 알리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어 “모든 미술가가 소망하듯 베니스 비엔날레 무대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며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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