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이 한국사회의 주요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90년대 외환위기다. 경제위기와 실업이나 가족해체 등으로 인해 살던 주거공간을 유지할 수 없거나 갈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눈에 띄게 많아지기 시작했다.

윤담 기자 hyd@

노숙인 문제의 근본을 살펴보자면 노숙은 주거지가 없기 때문에, 생활할 공간이 없기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이다. 즉 주거문제가 그 핵심이 된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노숙의 해결은 주거확보가 이루어지면 해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28년간 노숙인 사역에 매진해와
최성원 목사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월남전 참전용사 시절 서원을 하고 목회자가 된 최성원 목사는 28년간 노숙인들을 위한 사역에 매진해왔다. 현재는 (사)서울역노숙인자활센터를 운영 중인 최성원 목사는 노숙인을 향한 사회적·제도적 인식을 전환하고, 노숙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 다시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최성원 목사는 “IMF 당시 대우빌딩 앞 지하도에서 수백 명의 노숙인들을 보았을 때 눈물이 났다. 어렸을 때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어려웠던 과거가 떠올랐다”면서 “내가 저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목사가 되고 싶었다. 그 당시 목회를 했지만, 갈등이 있었다. 진짜 목회는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 생각이 들어서 이들을 돕고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최 목사는 지난 2020년에는 후암로 인근에 서울역노숙인자활센터를 개설하고 본격적으로 서울역과 용산역 일대에서 무료급식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 급식을 받는 노숙인들의 수는 대략 200여 명 가량으로, 센터에서는 무료급식 뿐만 아니라 잠바, 양말, 수건, 칫솔, 치약 등의 생필품을 나누어주고 있다. 또한 노숙인들을 위한 숙소제공을 비롯해 자활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서울시 후암동 동사무소, 남영동 동사무소 등에 가서 그들을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하여 자활할 수 있게 하고 적극 지원하고 있다.

▲ 최성원 목사

최성원 목사는 “서울역노숙인자활센터에서는 교육을 마친 노숙인을 대상으로 센터의 보증과 함께 농장이나 공장 등에서 근무할 수 있는 저변을 구축했다”면서 “또한 노숙인들에게 금주와 금연을 실행하게 하고 그들의 몸과 마음이 회복되면 건강, 신앙, 학력 등에 따라 일자리를 마련해준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최 목사가 노숙인을 만나면 제일 먼저 해주는 것이 신분의 회복이다. 대부분의 노숙인들은 주민등록이 말소가 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을 숙소에 데려와서 일단은 주민등록증 등 주민센터 기본 신고를 해준다. 최 목사는 “신분증이 있어야 정부의 지원도 받고 일자리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노숙생활로 얻은 질병에 대한 정상적인 치료도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오랜 노숙생활은 정신적 육체적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센터에서는 그들을 치료한 이후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으면 거제도 조선소부터 각 지방 일자리를 알선해 그들이 일반인으로 복귀하도록 돕고 있다.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면서도 노숙인 사역 이어가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과 에너지값 폭등, 금리 인상 등으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서인지 길에서 보이는 노숙인의 수도 점점 늘고 있는 중이다. 서울역노숙인자활센터의 역할이 더욱 중대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센터 역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정부의 지원 없이 회원과 시민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 코로나 시국으로 후원금이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공과금이 밀리고 독촉장이 날아올 만큼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최 목사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기초생활수급비와 후원금, 자신의 월남 참전 용사 국가유공자 수당까지 보태가며 자활센터를 끌어나가고 있다.

최 목사는 “서울역 노숙인 자활센터 등에 대한 지자체 기업 일반인들의 후원과 관심이 떨어져 운영자체가 너무 힘들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세상이 많이 변했다. 이 와중에 거리의 노숙인들이 더 타격을 입은 것 같다. 가정이나 회사, 사무실, 기업체에서 쓰고 남는 각종 물건들, 이를테면 각종 전자제품, 생활필수품, 작업복이나 팔고 남은 재고품 등을 모아주시면 요긴하게 쓸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보통 노숙인들은 게으르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게으른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기본이 되어 있지 않아서 삶을 포기한 사람들”이라며 “새 삶을 살아가는 노숙인을 볼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끼는 것이 그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노숙인 사역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최 목사는 “용기와 희망을 갖고 기다리면 좋은 때가 오게 된다. 지금 막장 인생을 살고 있는데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으니까 이제는 조금만 마음을 추스려 위로 올라갈 생각만 하자”며 “희망을 갖고 살자고 말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