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7일 한나라당 원희룡(양천갑) 의원은 “시민이 잘사는 ‘시민중심 서울’을 만들겠다.”며 서울시장 당내 경선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원 의원은 “서울이 지금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면서 “실업률은 6%로 16개 시·도에서 세 번째로 높고, 월급을 저축해 내 집을 마련하려면 40년이 걸린다. 교육 비리는 1등이고 학업 성취도는 꼴찌”라고 지적하며 “그런데도 시민의 절박한 요구는 외면되곤 했고 23조원 이라는 막대한 예산은 서울의 겉모습을 치장하고 업적을 과시하는 데 쓰였다.”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 서울은 달라져야 하며, 저는 시정의 우선순위를 일자리·교육·집 문제 해결에 두는 ‘일·교·집 시장’이 되겠다.”며 경선 참여의 포부를 밝혔다.
본지에서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서울시민이 원하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원희룡 의원을 만나 보았다.

▲  한나라당 원희룡의원

Q. MB정권이 2년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나.
-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았다. 힘을 모아 만들어낸 10년 만의 보수정권이다. 지난 2년간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성취가 있었다. 취임 첫해인 2008년 미국發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MB정부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경제위기 돌파에 총력을 기울였다. 많은 전문가들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 작년 세밑을 정리하는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12/28)을 들으면서 대통령이 참 고독한 자리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대통령은 그간 국민에게, 심지어 참모들에게도 내비칠 수 없었던, 경제위기 탈출을 책임 지휘해야 하는 국정책임자로서 절박했던 심정의 일단을 드러냈다. 우리는 위기가 시작됐던 선진국보다도 과감한 조치를 취했다. 그래서 지표상 경기가 빨리 회복되었다.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경기 회복을 보였다. 그러나 지표상 회복세에 있음에도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얼어 있다.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서로 믿고 돌아가는 게 경제인데, 체감경기가 살아나야 ‘경제살리기’가 진전될 수 있다.
- 오로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 길을 가다 보니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사회적 소통에 미흡했던 면이 있다. 집권 초반 2년 동안 당면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국정의 기틀을 잡았다. 이제 집권 3년 차를 시작하면서 주요 국정과제들을 성공시켜 나가야 한다.
- 국민은 향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를 경제회복과 일자리 창출로 꼽고 있다. 국가경영능력을 갖춘 산업화세력이 국민소득 4만불 시대로 대한민국을 견인해야 한다. 이를 위한 힘있는 국정운영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지방선거이다. 여당 출신의 광역단체장들을 많이 배출하고, 정부·여당과 공조해서 좋은 정책적 효과를 만들어가는 것, 그리고 민심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수도권에서 승리해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힘 있는 국정운영이 가능하도록 뒷받침하는 것, 이것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Q. 세종시 문제와 관련, "준비과정과 여건만 된다면 문제를 푸는 고리는 결국 거기(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에서 결정적으로 풀려야 된다."라고 밝혔는데, 어떤 의미인지.
- 여당의 주요 정치지도자 두 분이 의견차를 좁혀가며 서로 합의해 최선책을 찾는 것이 좋겠다는 뜻이다. 저는 수정안이냐 원안이냐, 세종시에 행정부처가 가느냐, 기업이 가야 되느냐가 정책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더 좋은 안이 있으면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로 절충안을 내어가면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기업이나 대학이 세종시에 터를 잡는 것도 지방발전과 인구유입을 위해서 좋은 정책이라 생각한다. 행정부처 중에서 비효율의 문제가 적은 과학기술부처나 환경부가 자리를 옮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 선택과 타협의 문제지 국론 분열까지 갈 문제가 아니다. 절차를 밟되 충분히 열린 마음으로 토론을 하면서 국민의 우려를 하나씩 하나씩 해소시켜야 한다. 국민들께 세종시 피로감까지 안겨줘서는 안된다. 중진협의체 활동을 하고 있다. 최선의 절충안을 도출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Q.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면서 "(오 시장이) 23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갖고도 시민들의 절박한 요구는 외면한 채 겉모습을 치장하고 업적을 과시하는 데에 썼다."라며 "시민들이 아파하고 필요로 하는 곳에서 서울시의 행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는데.
- 오세훈 현 시장도 한나라당이 힘을 모아서 당선시켰던 시장이고, 나름대로 서울시정에 대해서 소신을 갖고 열심히 해왔다. 저는 나름의 방향을 가지고 열심히 해왔던 부분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인정하고 평가한다.
- 그러나 제가 중점을 두고 싶은 것은 이런 점이다. 디자인도 좋지만, 예를 들어 디자인은 많은 시민들의 요구사항 중 하나일 순 있지만, 디자인에 올인할 단계는 아직 아니지 않은가. 서울시민들의 대다수의 삶이,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위해서는 우리가 3만달러, 4만달러의 가치를 추구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골목골목 서울시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1만달러, 2만달러도 꿈도 못 꾸는 가정이 너무나 많다.
- 시민들이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서울시장의 답변을 듣고 싶어 하는 문제로 우선순위를 돌려야 한다. 물론 지금 서울시정도 이런 부분을 다루고 있지만, 지금 하는 식으로 많은 사업 중의 하나로 조금씩 나눠서 가는 식으로는 문제가 악화될 뿐이다. 시정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Q. 원희룡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블로그를 통해 서민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시다고 생각됩니다. 서울시장이 되어도 블로그를 통해 지속적으로 시민과의 소통을 하실 것인지.
- 보통 의원들이 블로그를 일방적인 의정활동 홍보공간으로 삼고 있다. 저는 블로그를 소통공간으로 활용한다. 제가 국회의원 블로거 1호라고 하더라. 그러나 저는 그냥 이웃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반 국민 블로거 원희룡이다. 서울시장이 되면 블로그를 통해 시민들과 더 자주 소통하고 싶다.
- 블로그를 만들고, 6년간 블로그를 통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500명이나 되는 블로그 이웃들도 생겼다. 블로그라는 창구를 통해 보고 듣고 느낀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고, 네티즌들의 삶도 접하며 소통하고 싶었다. 네티즌들과 대한민국의 크고 작은 현안에 함께 흥분하고 감동할 수 있는 게 좋았다.
- 얼마 전 이웃 블로거 209명과 공동저자가 되어 ‘블로거 원희룡’을 출간했다. 그간의 소박한 이야기들을 엮었다. 블로그 이웃들과 함께한 조촐한 파티, 제가 게임매니아가 된 이유, 임요환 선수 경기 관람기 같은 일상부터 쓰나미 현장, 다보스포럼, 최근의 아이티 참사현장까지 많은 이야기를 블로그에 담아왔다. 책에는 네티즌들의 댓글과 트랙백, 악플까지 생생하게 담았다. 보좌진들이, 악플까지 솔직하게 담은 책은 처음일 거라고 하더라.

Q. 서울시장 출마의지를 피력한 이후 바쁘신 와중에도 아이티 재난 구호 활동에 앞장섰다. 꼭 아이티 구호에 앞장서야 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
- 선거 일정을 생각하면, 서울을 지키면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아이티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지진 직후, 사상 최악의 재난 가능성을 타전하는 외신보도들을 접하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머나먼 외국의 일이지만, 크게 보면 인류의 재앙이고, 또 우리가 겪었던 고통에 대한 기억들이 겹치면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사망자 처리를 담당하는 검사로 일했고, 정치인이 되고 나서는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쓰나미 현장에 가기도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우리가 겪은 전쟁과 학살의 역사를 생각한다. 재난의 현장에는 어떤 방법으로든 참여하려고 노력한다. 당에서도 상황파악이 필요했기 때문에, 저를 재난구호단장으로 임명하고 파견했다.
- 우리가 6.25를 겪었을 때, 당시 아이티에서 전후 재건을 돕기 위해 한국에 2천달러를 보냈다고 한다. 그것이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2천만달러 규모이다. 50여년 전에는 우리가 아이티의 도움을 받았다.
- 우리를 돕던 나라가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경제규모가 다른 나라를 도와야 할 지위에 있고, 또 상시적으로 다른 어려운 나라를 도울 의무를 가지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도 가입했다.
- 일시적으로 돈과 물품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인프라가 열악한 빈곤국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산업적 강점을 잘 살려서, 아이티에 인프라를 심어주고, 현지로 진출하는 기업활동을 지원해 일자리 창출도 도와줘야 한다.
- 아이티 구호활동을 계기로 국내 재난대비 시스템 점검 문제에도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티 참사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07년 42회, 08년 46회, 09년 60회로, 지진 발생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에 아이티와 같은 강도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42만명(전국67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는 소방방재청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장이 되면, 재난대비 시스템을 보완할 계획이다.

Q. 한나라당에는 원희룡 의원 말고도 서울시장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의원들이 있다. 또한, 여론조사 결과 그들도 본선에서의 경쟁력은 원희룡 의원과 마찬가지로 뛰어나다고 한다. 원희룡 의원이 다른 후보와 차별화된 점, 또는 부각할 수 있는 점은?
- 서울시민 원희룡으로 나왔다. 서울시민을 대표하겠다. 서울은 시민들의 땀과 눈물로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 그런데 지금 서울의 발전정책 방향이 시민들의 발전, 시민들의 삶과 무관하다. 서울시장이 원하는 서울이 아니라 서울시민이 원하는 서울을 만들겠다. 이미지 시정이 아니라, 시민들의 실제 삶이 나아지는 시정을 펼치겠다. 시민들의 생활과 밀착된 시정을 펼치겠다.
- 일·교·집 시장이 되겠다고 말씀드렸다. 일자리, 교육, 집 문제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4년간 오세훈 시장 관심사업에 8조원을 투입했다. 이것이 일교집에 가야 한다는 것, 이것이 서울시민 대다수의 요구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서울시정이 어땠는지에 대해 치열한 토론과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가 제시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서울시민들께 알리겠다.
- 오세훈 현 시장도 한나라당이 힘을 모아서 당선시켰던 시장이고, 나름대로 서울시정에 대해서 소신을 갖고 열심히 해왔다. 저는 나름의 방향을 가지고 열심히 해왔던 부분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인정하고 평가한다.
- 그러나 제가 중점을 두고 싶은 것은 이런 점이다. 디자인도 좋지만, 예를 들어 디자인은 많은 시민들의 요구사항 중 하나일 순 있지만, 디자인에 집중할 단계는 아직 아니지 않은가. 서울시민들의 대다수의 삶이,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위해서는 우리가 3만달러, 4만달러의 가치를 추구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 골목골목 서울시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만달러, 2만달러도 꿈도 못 꾸는 가정이 너무나 많다.
- 시민들이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서울시장의 답변을 듣고 싶어하는 문제로 우선순위를 돌려야 한다. 물론 지금 서울시정도 이런 부분을 다루고 있지만, 지금 하는 식으로 많은 사업 중의 하나로 조금씩 나눠서 가는 식으로는 문제가 악화될 뿐이다. 시정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Q. 서울시장이 된다면 어떤 서울시를 만들고 싶은가.
- 시민들이 잘 사는, 시민들이 행복한 서울시를 만들고 싶다. 서울의 경쟁력은 실제 시민들의 행복에서 나온다. 지금 서울시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3대 문제가 무엇인가? 일자리, 교육, 집 문제이다. 시정의 우선순위를 일자리, 교육, 집 문제 해결에 둬야 한다. 시정의 제1목표는 시민의 행복이어야 한다.
- 서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살아가기 참 힘든 도시라는 것이다. 서울시 합계출산율이 0.96명으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시민들의 삶이 고단하니까 아이를 낳을 수가 없는 것이다.
- 서울 실업률이 6%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세 번째로 높다. 서울에서 월급을 저축해 내 집을 마련하려면 40년이 걸린다. 교육 비리는 1등이고, 학업성취도는 꼴찌라고 평가결과가 나온다.
- 시민들의 실제 삶의 내용이 힘들고 엉망인데, 수도 서울이니까 국민소득 3만불 4만불 시대의 가치만 내건다고 서울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시민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1-2만불 시대의 수준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동네, 가정이 많다. 서울시 골목골목을 챙기는 시정을 펼치고 싶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저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다. 독일의 정치인 요슈카 피셔의 <나는 달린다.>라는 책을 읽었다. 달리고 싶어졌고, 마라톤을 시작했다. 제가 마라톤을 하는 것은, 달리는 것이 저를 단련시킬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사고로 발가락에 장애가 있는데, 조금만 달려도 통증이 심하다. 이것을 극복하면서 달렸다. 마라톤을 하면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딘 노력 후에 오는 선물이 있음을 알게 된다. 삶도 정치도 이와 같더라. 우리 사회의 법적, 제도적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에 입문했다. 그 목표를 향해 정직하게 달리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