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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경칩… 자유롭고 넉넉한 마음을
2023년 03월 07일 (화) 23:07:33 이은주 한의사 webmaster@newsmaker.or.kr

“봄은 동쪽에서 시작되고 그 기운은 바람이다. 이 바람이 나무의 골격에 생기를 불어넣으니 그 덕은 기쁨이다. 이 시기에는 신령의 처소를 깨끗이 치우고 삼가 폐백을 써서 제사를 올리고 양기를 바로 세우고 제방을 고치고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나루와 다리를 수리하고 지붕을 고치고 물길을 가다듬는다. 원한을 풀어 화해하고 죄 있는 사람을 용서하며 사방의 이웃(나라)들과 소통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부드러운 바람과 단비가 내려 백성은 삶이 원만해지고 온갖 동물이 잘 번식하게 된다.
이를 일컬어 봄의 덕(星德)이라 할 수 있으니, 성(星)이란 생장발육을 일으키고, 생장은 곧 천하의 대세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봄에는 봄의 기운에 맞춰 일을 해야 한다. 봄인데 겨울의 일(冬政)을 행하면 초목이 시들어 떨어지고, 가을의 일을 행하면 일이 쇠퇴하며, 성급히 여름의 일을 행하면 백성은 피곤해진다.”  (<관자> 사시(四時)편)

‘주역’의 원리를 복잡하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이보다 간명한 것은 없다.
이를테면 “봄은 따뜻해지고 여름은 무더우며, 가을은 서늘해지고 겨울은 춥다”와 같이 누구나 알고 언제나 그러한 천하의 이치를 담은 체계가 바로 주역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중력이 언제나 사람으로 하여금 위와 아래를 분별하여 느낄 수 있게 해주고, 나침반이 어디서라도 방향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듯, 주역은 적어도 인간이 살아가는 일상의 차원에서 때와 위치를 판단하고 길을 찾는 데는 충분히 훌륭한 매뉴얼이다.
우수 경칩의 절기는 봄의 시작이다.
얼었던 땅은 녹고 잠들었던 대자연은 기지개를 켜며 온갖 생명활동을 재개한다. 어김없이 돌고 도는 자연의 이치가 위대한 자연을 유지하는 동력이다.

‘봄에는 봄의 일을 행하라.’
이처럼 단순하고도 이치에 맞는 지침이 또 있겠는가.
다만 ‘봄의 일’이 무엇인지를 우리가 종종 혼동할 때가 있다는 게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이것도 상식적인 기준에서 조금만 생각해보면 어려울 게 없다.
자연이 봄에 일으키는 변화를 살피고 그에 맞춰 행하면 되는 것이다. 
‘봄의 일’이란 자연이 그러하듯 씨앗을 발아시키고 생장하는 것을 돕는 것이 기본이다. 관자의 말을 좀 더 살펴보자.
‘춘삼월에 집을 연기로 그을려 재앙을 쫓고 나무 구멍을 문질러 불씨를 얻고 우물을 청소하여 물을 바꾸는 것은 봄철에 독기가 불어나는 것을 없애는 방법이다. 봄 제사에 질병을 막아주십사 신에게 빌 때 물고기로 희생을 쓰고, 누룩으로 술을 빚는다. 그런 뒤에 일가친척을 불러 회합한다. 집에서 기르는 짐승을 희생으로 쓰지 말고 날짐승 알을 깨트리지 말고 나무를 베지 말고 꽃의 새싹을 꺾지 말고, 새순을 자르지 말아야 하는 것은 온갖 생물의 생장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오정(五政)을 시행하여 가벼운 죄를 용서하고 구속한 백성을 석방하고 원한을 풀어주고 농사철의 일을 일으켜 오곡을 생산하는 데 힘쓴다.’
기원전 몇 세기라는 시대배경을 감안하고 읽어보면, 지금 시대에 어떻게 환원하여 이행해야 할지 판단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밭 갈고 씨 뿌릴 때가 되면 이른바 농번기라 하여 옛 속담을 빌어 표현하면 ‘부지깽이나 강아지 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로’ 일손이 딸리게 된다. 그러니 일가친척을 불러모으고 어지간한 죄인은 풀어주어서라도 일손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봄에 전쟁을 일으키면 흉년이 온다’는 말도 있는데, 이 역시 일손이 필요한 시기에 남자들이 전쟁터에 불려나가면 농사가 제대로 될 수 없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나라의 정령(政令)이 그러하듯, 몸의 건강을 돌보는 데에도 봄에 지킬 방도가 따로 있다. 다시 고전을 살펴보면.
‘봄은 모든 것이 새롭게 발생하는 시기다. 자연의 모든 것이 새로 일어나 만물은 싱싱하다. 봄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 한가로이 뜰을 거닐고 머리와 옷을 느슨하게 하고 마음도 자연과 마찬가지로 무언가 자꾸 생겨나게 하라. 다른 생물을 살리되 죽이지 말고, 남에게 베풀되 빼앗지 말며, 상의 주되 벌은 미루어라. 이것이 봄의 기운에 따라 생명을 기르는 양생의 도다.
이를 거스르면 간이 상하여 여름에 찬 기운으로 인한 병이 생기니 더운 여름의 기운을 이기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황제내경> 사기조신대론)
자연이 봄에 즐거운 생기가 돌듯, 인체도 즐겁게 생기가 돌게 하라는 것이다. 긴장과 두려움은 봄의 기운에 거스르는 것이다. 봄의 기운에 역행(逆行)하면 여름에는 병이 많이 생기고 가을에는 거둘 것이 적어진다.

▲ 이은주 한의사

[이은주 대화당한의원, 한국밝은성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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