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위해 태어난 예술은 태양의 뜨거운 빛과 행성을 끌어당기는 듯한 구심력을 갖고 있다. 이런 우주의 힘 같은 예술이 심장에 닿을 때 얼어붙은 마음의 문이 열리는 신기한 마법 같은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윤담 기자 hyd@

예술이란 살아가는 방식이다. 감정이 몰입되고 힘들 때 삶을 살아내는 것이다. 또한 삶에 도움을 주고 자아를 발견하게 하며 계속 새롭게 나가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환경이나 시대 흐름, 사회 현상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인문학적 지식 습득을 통해 내면적인 생각과 가치 판단으로 개개인의 본질을 성찰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다.

▲ 안창수 화백

그림에 대한 열정 하나로 두 번의 유학길에 오르다
설파 안창수 화백의 행보가 재조명되고 있다. 동양화가로 활동 중인 안창수 화백은 그간 화조화, 동물화 등을 소재로 다양한 색감을 선보여 왔다. 특히 매화, 진달래꽃, 붓꽃, 등나무, 동백, 목련, 노송, 수탉, 독수리, 용, 호랑이 등 작품은 전통의 운필과 채색이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사실 안 화백은 예순의 나이에 그림에 입문한 늦깎이 작가다. 30여 년간 몸담았던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정년퇴직 후 귀향했던 안 화백은 친구의 권유로 서예를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그림에 빠져들게 됐다. 그가 재미삼아 그린 닭 그림에 주위에서  너도 나도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보며 자신에게 그림을 그리는 소질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그는 2005년, 만 60세의 나이로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백발 나이에 교수들을 찾아다닌 끝에 추천서를 받고 항저우미술대에 들어갔던 그는 최고령 유학생이었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 하나로 아침 7시에 일어나 학교 수업을 듣고 오후부터 밤 12시까지 그림에 매달렸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했던가. 안 화백은 반년 만에 호모 배 전국서화 대전에서 닭그림으로 입선하고, 이듬해에는 임백년 배 전국서화 대전에서 호랑이 그림으로 1등 상을, 독수리 그림으로 중화 배 전국서화예술대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중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한 지 한 달 만에 그림 공부를 좀 더 심도 있게 하고자 일본 교토조형예술대학으로 두 번째 유학길에 올랐던 그는 무서운 속도로 예술적 재능을 꽃피웠다. 미술대전 입선, 전일전에서 예술상, 장출판상 준대상 수상, 그리고 전일본수묵화수작전에서 갤러리수작상, 남일본신문사상을 수상하고 일본전국수묵화미술협회가 학습용 교재로 발간한 룡화집인 ‘新 龍(신 용)을 그리다’의 작가로 선정됐으며, 이후 2015년 제46회 본 수작전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외무대신상’에 이어 일본 수묵화공모전인 ‘제49회 전일본수묵화수작전’에서 <투계도>를 출품해 국제문화교류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거두었다. 2018년 11월초에는 국제중국서법국화가협회가 개최한 제8회 국제중국서화전에 “룡”그림을 출품하여 문화공로상을 수상, 일본전국수묵화미술협회의 회원으로 무감사(한국의 추천, 초대작가)로 활동 했다.

그림에서 찾은 제2의 인생, 가지를 뻗어 나가다
‘신사임당미술대전’에서 <포도> 등으로 특선을 수상하며 국내에서도 명성을 얻고 있는 안창수 화백. 그는 국내에서도 독보적인 예술성을 인정받으며 지난 2009년 서울 인사동 서울미술관의 조화전을 시작으로 부산광복동 BS부산은행갤러리전, 서울인사동 갤러리신상 초대전, 경남교육청 초대전, 춘천KBS닭그림전 등 18회의 개인전과 일본, 미국 등 단체전시전에 참가하며 호평을 받고 있는 중이다. 호랑이, 용 등 동물화에 국한하지 않고 장미와 철쭉 등 화조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안 화백에 대해 김상철 미술평론가는 “전통적인 것을 기반으로 하되 감각적인 운필과 표현을 통해 현대성을 표현하고자 함이 역력하다. 그가 작업의 주류로 삼고 있는 화조화는 본래 특정한 의미를 지닌 장식화로서 존재하였으나, 작가는 이에 보다 조형적인 해석과 표현을 더하여 개별화하고자 한다. 농담의 변화가 풍부하고 색채의 화려함이 강조되어 나타나는 작업의 양태들은 전통적인 운필과 색채 운용 방법에 더해 서구적인 조형 방법까지 차용하고 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최근 안창수 화백은 그림 이외에도 다양한 방면에서 발군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에 일본 문무대신 역으로 출연하며 시니어 배우로서의 첫 발을 내딛은 그는 울산 KBS의 공익광고에 ‘폐지 줍는 할아버지’ 역을 맡아 출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KBS TV프로그램인 <아침마당>이 시작된 지 30년 이래로 화가로서는 처음으로 출연해 ‘도전하는 인생 2막’을 주제로 강연과 퍼포먼스도 진행,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또한 7년째 양산부산대 평생교육원 나래관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동안 동양화 수업을 진행하는 한편 전국 각지에서 자신의 작업실을 찾는 문하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진행하며 후진 양성에도 열정을 보이고 있다. 설파 안창수 화백은 “나에게 그림은 뒤늦게 만난 죽마고우다. 이보다 행복할 순 없다. 인생 2막에 재능을 발견한 덕”이라며 “친구 따라 서예에 입문하지 않았다면 꿈도 못 꿨을 삶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저의 최종 목표는 세계 무대에 진출해 서양화단의 인정을 받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동양화의 멋을 동양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구로 확산하려는 노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NM